뭐 나름 기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 입장에서 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들 중에 하나는... 6mm카메라들의 판매량이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주로 Sony에서 만든 것들입니다만... VX2000부터 PD100, 150, 170으로 넘어가는 이 모델군들이 국내에서 팔린 것이 만 단위로 알고 있거든요. 한 대당 가격이 300만원대는 가뿐하게 되는 이 물건들이 그만큼 팔린 것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오더군요. 방송국에서 일자리만 준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카메라 들고 뛰어들 사람들이 그 만큼 많다는... 좀 음울한 현실이나 돈으로 자식들을 지원하려고 하는 학부모들이 워낙 많다는 또 다른 현실에 이르기까지, 해석의 범위는 참 넓기만 합니다.
암튼, 카메라가 어찌되었건간에 그만큼 많이 굴러다닌다는 이야기는 그 만큼 6mm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고, 방송이든 영화든...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들구 댕긴다는 이야기졉. 물론 같은 카메라라고 해서 이들이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들이 장면 장면을 몽땅 다 구성해서 던져주면 그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찍고 오는 이들은 <VJ특공대>에서 이쪽 밥을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 고달픈 이들이죠. 반면 자기 기획안을 가지고 자기가 알아서 찍어오면 작가가 이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손질만 한 대본을 만들고 그에 따라 편집만 하는 중견PD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찾아가는 현장은... 연차와 관계없이 공중파 방송국의 정규직 PD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들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총질하고 있는 현장이면 달려가는 기자들의 대부분은 특정 매체의 소속이 아니라 프리렌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인가요? 버마 군사독재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취재하던 사진작가가 버마 군인이 쏜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던 장면이 방송을 탔었죠. 사망한 사진기자 나가이 센지도 프리렌서 작가였습니다.
아, 이런 현장들에 비정규직이 투입되는 이유는 정규직이 등 따습고 배 부른 철밥그릇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료를 들 수 있습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 정규직 방송인력을 몇 번 투입하면 보험회사들에서 보험요율을 겁나게 높여버리죠. 사건이 터지는 모든 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보험료를 일상적으로 내라고 하면 좀 갑갑해지지 않겠어요?
보험료는 그나마 자원을 해서 가는 경우고... 위험평가가 나오지 않은 곳에 취재인력을 투입할 경우엔... 노조와의 다음번 단체협상에서 꽤나 큰 문제거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덧붙여...이런 현실들은 어느 나라든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림들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순 없을 겁니다.
아체 반군들이나 동티모르 독립운동과정에서의 끔찍한 화면이 방송될 경우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쌩난리를 피울 것이고, 스리랑카의 테러리스트들인 타밀 타이거즈를 방송하면 스리랑카 대사관이, Naxal이나 LeT, SIMI등의 테러그룹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면 인도 대사관이 뒤집어질 겁니다. 뭐 뒤집어지는 거야 어케 달래면 되는 겁니다만... 사내 인력이 투입되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해당 공중파 방송국 인력들은 그 나라에 취재비자 받는데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죠.
암튼, 그런 까닭에... 꽤 많은 독립PD들이 분쟁의 현장을 찾아갑니다만... 그들 중에서 가장 방송을 많이 타는 이들은 의외로 여성 분들입니다. 강경란 PD님과 김영미 PD님과 같은 분들을 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뭐 업계 종사자라면 두 분을 같은 Level로 놨다간 한 소리 들을 겁니다만... 업계 종사자가 아니니, 상관없을 것이라 봅니다. ^^;;
뭐 여성이라고 해서 좀 음습한 그림을 상상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분들이 현장에서 그림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영화 <Blood Diamond>에서 Maddy Bowen(Jennifer Connelly분)이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넘어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방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반군이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쯤으로 생각하는 놈들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자들에게까지 함부로 하는 놈들은 훨씬 적습니다.
그런 까닭에 두 분이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찍어내는 영상들은 평범한 것들이 아닙니다.
최근 김영미PD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5월부터 취재에 나섰다가 한국군 통신장교에 의해 위치가 파악되었고, 2007년 발효된 새 여권법(외교통상부 장관 허락 없이 여행금지국(현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들어간 이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에 의해 처벌대상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는 미군에게 김PD의 '방출'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림이 좀 웃기는건... 자국민 보호에 있어서 별루 유능한 결과물들을 생산한 적이 없는 대한민국 외교통상부가 안전과 관련해선 한 칼 그리는 미군에게 '방출'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한국군 통신장교가 사실을 확인하고 바그다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 알렸다는 거... 뭔가 그림이 좀 꾸리...하다는 느낌 들지 않으신가요?
뭐 메이저 언론이라고 하는 분들이 기껏해봐야 하루에 2면에서 4면 사이의 지면을 '국제(라고 이름 붙여놓고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가지 가십거리들이 주제인 지면이졉)'라고 할당하는 나라에선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이라크까진 왜 가셨수?'라는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더라는 나라다보니... 김영미PD의 상황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매체도 극히 적습니다. 찾아보니 원고가 가장 잘 실리는 시사IN과 프레시안 정도... 더군요.
두 매체의 경우엔 기자의 취재권과 관련한 부분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김영미PD가 워낙 외교통상부와 악연이 깊어서 이런 당황스러운 사태가 발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통상부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보호의 막을 제공할 수 있는 미군과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취재하고 있는 사람을 쫓아내라고 그 난리를 쳤다는 거... 벌금 300만원이나 징역 1년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는 '법'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엔 너무 수고롭거든요... ^^;;
김영미PD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2006년 7월 25일 소말리아에서 피랍된 동원호 피랍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PD수첩> 때문일 겁니다. 바로 <PD수첩-피랍 100일,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두는가>편 말이졉. 반론보도 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내는 것을 출발로 정부 기관이 방송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까지 벌였으니 말이죠.
사실 이 이전에도 악연이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가 파병될 당시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유일한 언론인이었던 김영미PD는 잠깐 나왔다가 다시 이라크에 입국하기 위해 이라크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었습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가 압력을 넣어 김영미PD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들에게나 떨어지는 '출국정지처분'을 받았거든요.
MBC PD수첩과 민사소송을 벌이면서 '일개 프리렌서 PD의 무책임한 취재'라면서 민사소송을 벌이면서(이는 독립PD협회장의 글을 보시면 될 겁니다) 외교통상부가 주장했던 것은 '자신들은 최선을 다 해왔으며, 거꾸로 무책임한 방송으로 인해 해적들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등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웃긴게...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이후에도 납치된 분들의 석방 속도가 최소한 더 나아졌어야 하는게 원칙일텐데(메뉴얼을 만들었을테니까)... 그 속도가 션찮은건 여전히 마찬가지인거 같거든요?
그냥... 체면이 구겨졌다는 것 정도인거 같은데... 정책 실패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지 못하도록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정부기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 거꾸로 뭔가 뒤가 캥기는거 아니냐고 보게 되지 않냔 말이졉.
장로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말을 꺼낸다고 일단 발끈하고 시작하는 목사님들처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거대한 정부기구와 그들이 이야기하듯 '일개 프리랜서 PD'의 싸움을 어떻게 볼거냔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악연을 계속하는 외교통상부... 스스로 생각해도 쫌스럽다는 생각도 안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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