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6일 월요일

손학규 현피 참가기

뭐 바쁘신 분들을 위해 한 줄로 정리하면 "왜 민주당이 시야에서 아예 사라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확인시켜준 자리"였습니다.

디씨야 대충 흝어보기만 하는 곳인지라 참석할 기회 조차도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뭐 어쩌다보니 눈에 들어왔고... 한번쯤 이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가긴 갔는데, ㅎㅎ 디씨뉴스에 달린 댓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만, 일단 타겟이 좀 어림없더군요. 막장겔로 소문난 곳에 공지를 띄웠으니 저처럼 대충 흝어보는 사람들은 거의 참석 자체를 할 수도 없었죠.

실제로 참석했던 사람도 10여명 안밖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나왔냐면... 그것도 아니었구요.

발제라고 해야 할까요? 손대표가 처음 와서 말하는 걸 들으면서부터 살살 열이 받기 시작하더군요. 촛불집회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은 익히 느끼시고 계실 겁니다. 지난 6.10일 명박산성을 쌓는 것으로 '국민과의 소통'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사실 이번 주의 촛불집회는 굳이 서울광장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구요. 산성 쌓는 사람이랑 뭔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다른 대상을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를 고민하는 시점이죠.

그런데... 손대표는 '촛불집회 참석을 왜 미뤘고, 민주당 배후설이 약발이 떨어질 즈음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10일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또 다른데 이거 모범답안이라고 하긴 좀 민망한거 아닌가요?

그래서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서면서(기사에는 첫번째로 나옵니다만) 가장 먼저 꺼냈던 말은 왜 청문회 당시 '본국훈령 공개'를 요청하지 않았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쇠고기 청문회는 5월 중순에 끝났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사과한다'는 발표문이 청와대에서 나왔던 것은 5월 22일쯤이었습니다.

청문회에서 본국훈령의 내용이 공개되었다고 한다면 책임소재는 더 명확해졌을 것이고, 사과문도 그 따위로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솔직히 전 우석훈 선생님의 말씀처럼 본국훈령조차도 없었을 것이라는데 100원 겁니다).

그런데 손대표는 4월 16일 급작스러운 협상단의 입장 변화가 의미하는게 뭐였겠냐고 반문을 하더군요. 쩝~! '증거물 A가 있느냐 없느냐'와 '심증'의 차이는 큰 것 아닌가요??

두 번째는 손대표는 '등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아... 요 포인트도 올라오는 혈압을 어쩌질 못했습니다. 80여석 밖엔 없는 야당이 국회에 등원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등원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기사에선 한 가지만 이야길 꺼낸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제가 그때 이야기했던 건 '폭주하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입법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사례로 '통상관계법 정비'였습니다. 축산물과 관련된 법을 개정하느냐 마느냐보다는 2006년에 민주노동당에서 발의했던 '식품안전기본법'원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었구요.

솔직히 이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지금 광장에서 터져나오는 모든 문제들을 가지고 '국회에서 싸우겠다'라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단임제인 대통령이야 5년 임기 마치면 끝이지만 임기 제한이 없는 국회의원은 이야기가 다르니... 한나라당 압박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세상 없는 벽창호는 이제 생까야 할 타이밍이라고 보구요.

0교시 부활과 사교육비 급등을 몰고 온 2MB정부의 교육정책 철폐, 대운하와 공기업민영화 반대 등... 사람들이 열 받고 있는 부분들을 '제도권에서 처리'하겠다고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거고... 설사 쪽수로 밀리는 상황이 된다면 촛불은 서여의도를 완전히 포위해버릴 것이라는 것은...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머리가 아닌가요?

그런데 이 분, 뜬금없는 한미FTA이야길 또 꺼내데요. --;;;

차려준 밥상도 못 챙겨 먹는다는 이야기... 그게 작금의 민주당의 상황이라고 밖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거. 어쩌면 이것도 이 상황이 꽤나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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