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5일 금요일

굳이 강의석을 편드는 이유

예비군을 넘어 민방위로 넘어온지 한참 된 입장이다보니 군대 이야기는 가급적 안 하는 편입니다. 뭐 특별하게 의식있는 군발스였던 것도 아니고, 하라는 거 충실하게 하고, 가끔 조인트 까이고 뭐 그러면서 보냈던 시절에 대해 뭐 이야기할게 있나 싶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조선조 말기에 부패한 군역의 역사와... 지금까지도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다보니 군대 문제에 대해 흥분하는 분들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정말 줄을 잘 서서 갔던 부대가 강남 낑깡족들(오렌지들이 어디 군대 오남요) 훈련시키던 부대였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봤죠. 국회의원 아들네미나 어디 공사 아들네미들은 한 중대에 모두 밀어놓고, 다른 중대는 하루 죙일 PRI시키는 동안 그 놈들은 시늉만 좀 시키다가 재웠거든요... 아실 분들은 다 아실만한 부대죠. 쩝. 그 와중에도 총기사고 일으키고 자살하는 넘들 때문에 당황했던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암튼.

그런데... 사병에 대한 처우개선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군대로 만들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면 제대로된 이야기들이 거의 안 나옵니다. 정책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군 면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이해당사자라고 할 사람들은 '군대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 밖엔 안하거든요.

하지만... 이거 아시나요? 지난 92년부터 작년까지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이 전략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보다 최소 10억 달러 이상 편성되어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요 몇년간 고유가로 돈이 좀 들어간 덕택에 이제 전력증강사업을 해야 한다고 러시아 불곰들이 움직이는 동안에... 우린 걔네들보다 1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쓰고 있었음에도 장병들의 처우는 러시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죠.

실감 안나실 겁니다. 좀 더 실감나는 예를 들자면... 군화 한 컬래의 군납가격이 5만원입니다. 행군 좀 했다고 발 다 나가게 만들던 그 군화의 군납가격이 말이졉. 그런데 우리가 미국드라마에서 보는 미국 특수부대용 군화의 납품가격도 5~7만원 사이를 오고간다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신발 기업들이 못만드냐면 그것도 아니에요. 산악화 전문기업인 트랙스타는 외국의 여러 군대로 비슷한 가격에 군화를 납품하고 있으니까요. 품질이요? 훠얼씬 좋습니다. Tactical 5.11과 우리가 신었던 군화의 가격이 많아야 2만원이라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식으로 돈이 날아가는게... 군화 뿐일까요?

사람의 경우엔 더 심합니다. 제가 베이비 부머의 마지막 세대였던 터라... 제가 군번줄 달고 댕기던 시절엔 방위가 거의 현역숫자의 절반을 오로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놓으니 사단 내에 별 희안한 보직들이 다 있었죠. 사우나병.. 같은. --;;

최근에 PX병을 없애기로 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만... 실제 군의 인력자원 배치로 놓고보면 절반은 굳이 군인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보직들입니다. 이건 제 말이 아니라... 민간 군사전문가로 국방부가 한때 대변인을 맡기려고 했었고, 지금은 한나라당을 거쳐 친박연대로 국회의원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송영선 아줌마의 말입니다. 60만 대군 중에서 30만 가까운 병력이 사실은 대한민국 국군 그룹 산하의 (주)육군 몇 사단 지사 몇 연대 현장에 파견근무중인 머시기 대리라는 겁니다.

좀더 냉소적으로 지금의 군보직 현황을 놓고보면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숨쉬고 있는 인도와 별로 다를바가 없습니다. 원래 카스트라는게 직업을 세습하는 제도였고, 워낙 인구 수가 많다보니 별의 별 직종들이 다 있죠. 테이블만 닦는 넘, 홀만 닦는 넘, 음식 쓰레기만 버리는 넘, 접시만 닦는 넘, 음식을 나르는 넘, 손님이 다 먹은 음식을 치우는 넘... 등등등으루 말이졉.

이런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다보니 장군님들은 빤쭈까지 각잡고 줄 잡아 입고, 자신을 보좌하는 수많은 병들을 굴릴 수 있었던거죠. 그런데 이게... 필요한가요?

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북괴와 맞서고 있고, 중국이 옆에 있고, 일본이 옆에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예... 그런데 말이졉... 냉전 당시에 서독은 바르샤바 조약군이 언제든지 대규모 탱크로 밀고 들어올 바로 그 길목에 있었음에도 군 병력 배치와 관련해선 우리보다 훨씬 더 유연한 형태로 설계했었습니다. 국지전이 아니라 세계3차 대전이 벌어지면 바로 최전방이 되는 곳이 거기였다구요...

그리고... 현대전은 이미 군인의 머리숫자로 하는 놀음이 아니라는 거... 모두가 다 아는 현실 아닌가요? 정치적으로는 이견이 많지만 전력증강과 관련해 비교적 말이 되는 소릴 자주하는 송영선 의원의 경우엔 최적화된 형태로 군 인력감축사업을 벌인다면 하사관 중심의 부대로 10~15만을, 그리고 상비군으로 30만을 운용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이건 지금처럼 국민개병제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초군사훈련만 받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끝내고, 실제 전력은 100% 지원군으로 만드는 걸 의미합니다. 참고로... 지상최강인 미군의 지상군 사단 숫자는 우리보다 적습니다. 그것도 1/3은 예비사단이라구요. --;

이런 이야기할때마다 돈 이야기 나옵니다. 근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병들의 월급을 지금처럼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지래 짐작하고 포기했던 상황 아니었나요? 누가 가냐고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2005년 기준으로 준사관 2호봉의 연봉이 1850만원입니다. 요즘 숙식제공에 연봉 1850만원짜리 직장을 잡는게 쉬운가요?

군대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사실은 쇄뇌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대안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정말 말두 안되는 것부터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는 것들까지 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말로는 쉽지만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은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군대와 관련해선... 전투기 사올 돈이 없어서 국민성금을 걷어야 했던 시절에... 고생한 사람들이 밥이나 굶지 말라고 만들어졌던 단체들이 지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쥐고 흔드는 큰손들이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의 저항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의석이 서울대 법대 휴학중이라는 사실 때문에 기득권으로 갈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사실상 풍찬노숙을 하고 있는 진보신당의 심상정 대표, 그리고 지금은 낙향거사로 책을 쓰고 있는 유시민 전 의원, 요즘 경기도 땅값을 올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 이 셋이 대학졸업후에 한동안 같은 조직에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뛰어다녔던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걸어간 길들은 셋이 모두 다르죠...
 
아직 어떤 길을 갈지 알 수 없는 넘이... 거대한 이해관계들이 엮여있는 조직을 대상으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해서 뭐라고 한다면, 군대는 그냥 성역으로 남아 있기만 할 겁니다.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탁월함은 통제될 수 있는 수준의 관용성에서 나옵니다. 20대 청춘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매체 하나에 글을 실었다고 해서 '통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10대가 섹스하면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정택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10대의 섹스가 다 같은 섹스가 아니라 강간부터 합법적인 결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걸 공정택 같은 놈들은 제한된 자신의 사고로 세상의 만물을 평가하고 그 개똥철학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얼라 하나의 글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건... 기껏해봐야 매체를 좀 타는 20대와 실제 집행을 하는 사람들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요?

무엇보다... 군대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지표상으로는 국가GDP의 2.4%를 쓰고 있는 조직이지만, 삽 한자루 들고 2년간 카스트 제도하에서 대약진운동하고 나오면 뇌가 이전만큼 안 돌아갑니다. 예비역들의 상당수가 외국어를 비롯한 전반적인 학습능력 저하를 겪는 상황임에도... 이걸 계속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해관계도 이해관계지만... 오로지 상명하복만이 존재하는 조직을 경험한 사람들을 창조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이 나라가 생각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댓글 6개:

  1. 강의석이 박태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주목(?)받지도 않았을텐데 말예요



    http://outfield.egloos.com/3891059



    보고있자니 유밀레나 낸시랭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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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람들이 이번 일을 걱정하는 것은 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예외란 것이 체제를 흔드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기때문일거예요. 이번 일로 강의석의 실체(?) 머 이런게 나돌던데.ㅋ진짜인지도 모르고 권력자의 모략이라면 쫌 무섭고..;;인터넷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참..

    글고 언급하신대로 그 얼라(?ㅋ)가 공정택과 같은 사람으로 발전할까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들은..사회를 바꾸겠다고 나선 그가..진실한 사람이길 바랄 뿐입니다. 언론플레이도 할 줄 알고 이것저것 권력(?)이란걸 어린 나이에 알게된 사람같은데..용기도 있죠..끈기도있고..그 분 고딩때는 오~멋진데..라고 생각했었거든요..근데 지금은 우리 국민남동생의 위력과(ㅋ) 그 주장하는 내용으로 인해..그리고 실체라는 글 때문에 지지를 못얻는듯하네요.다들 속셈이있다고 보는거죠.ㅋ;;약간 다굴하는 경향도 있고..ㅋ;;

    님아의 글은 타당성 있네요..우리나라 군사력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의 대체복무 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근데 다들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우려하는 것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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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 2008/09/07 11:11
    기본적인 입장은... 뭐든 상상력을 제한하는 형태로 사회구조가 돌아간다고 할 경우엔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거기다 문제의 글을 쓴 매체 자체가 제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그냥 냅두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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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요요 - 2008/09/07 04:12
    언론보도가 사안을 더 키웠죠. 글 자체가 크게 퍼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매체에 실렸던 것이 아닌데... 그게 기성매체에서 다뤄서 일이 커진거니까요. 한국사회가 다른 곳들과 달리 10대에 충분히 실수를 하면서 크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사회다보니... 20대에 좌충우돌하는 걸 그냥 참을성 가지고 봐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것이 기본적이 제 입장입니다. 물론 느낌은... 제2의 변모군을 보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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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강의석에게 낚이셨군요.



    반전, 평화, 모병제, 군내 부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주제이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입니다. 쇼맨십으로 이런 주제를 이용해서 떠보려는 사람들도 다분히 있더군요. 정치권에서 이런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독도수호나 한국 영문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바꾸자는 사람들이나 별것도 아닌 자극적인 주제를 이용해 떠보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언론보도로 인해 사안을 더 키운건 강의석 본인입니다. 본인이 언론 플레이를 먼저 했지요. 그런 사람들이 흔히 제한된 사이트를 이용해 동조세력을 형성해서 언론에 나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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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 2008/09/08 00:49
    설사 낚였다고 하더라도(뭐 천하의 수경스님이 낚이는 경우도 있는 판에... 저 같은 미천한 불제자가 제대로 보지 못해 낚이는 거야 다반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주제에 있어선 주목을 해줘야 한다는게... 그게 제 입장입니다. 송영선 의원을 예로 들었던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졉. 이 분, 다른 정치적 영역에선 말이 되는 소리인지 아닌지 상당히 까리한 이야길 하거든요... 그래도 들어줘야 하는건 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좀 피곤하긴 하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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