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나라에서 기자들은 대체로 '문과'출신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물리도 아니고 중학교 물상 수준의 이야기가 '동양철학'과 결합되면서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까지 나오는거죠. 특히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뉴스의 전달자'라는 것 때문에... 이게 스페셜리스트한 부분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좀 답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외신기사들이 양넘들 수준의 분석 기사는 고사하고 '강아지가 고양이를 키워요'까라의 토픽감들만 다루는 것도... 이 나라 사람들이 남을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는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별 생각 없기 때문이졉.
그런데 이게 무기체계로 가기 시작함... 더 답이 안 나오기 시작합니다.
왜냐...
일단 무기체계라는 것 자체가 현대과학문명의 최첨단 기술은 모두 동원되는 넘인데다, 국제정치역학관계가 작동되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올초에 중앙일보가 벌였던 여러 삽질들 중에 하나인 기초물리법칙을 뛰어넘는 기사 정도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장담컨데... 문제의 이 기사를 썼던 분은 비행기가 이륙하는데 필요한 속도는 200Km/h 수준이라는 사실 자체도 몰랐을 겝니다.
그런데... 이번엔 KBS가 몇 배는 더 황당한 사고를 쳤습니다.
"오늘 취역한 세종대왕함에는 그러나 당초 국방부가 요구했던 중요한 작전요구 성능이 빠진채 실전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라는 엥커 맨트에 저도 황당했는데... 알고보니 TBMD(Theater Ballistic Missile Defense, 전역탄도미사일 방어체계)기능이 빠졌다는 걸 두고 이 시비가 붙었더군요.
움...
일단 MD라는 말이 되는지 말이 안되는지 아리송한 무기체계를 작동시키겠다는 미국의 포부는 수 년동안 말로만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왜냐... 돈이 없었거든요. ^^;;
'돈 많은 미국이 돈이 없다뉘...?'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꽤 될겁니다만... 미국도 이런 삽질에 돈 펑펑 쏟아 부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좋은 나라 아닙니다. 실제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어디서 미국이 전쟁치룰때 가장 먼저 하고 돌아다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동맹국'이라는 타이틀 붙이고 있는 나라들 돌아다니면서 전비 삥 뜯는 겁니다.
그런 판에... MD는 그 실효성 여부 자체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수준이었단 말이죠. 아뉘... 옆으로 날아가는 총알을 밑에서 쏜 총알로 막겠다는 거랑 뭐 별로 차이가 안나는 건데 그게 쉽겠냐구요...
그랬던 차에... 우리 바로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불량학생, 북한이 98년에 미사일을 하나 쏴붙입니다. 불량학생들은 그걸 '위성 쐈다'라고 우겼지만... 실제론 실패했죠. 우리야 뭐 맨날 있는 일이니까 그런갑다... 했지만, 옆의 동경초밥집은 초특급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본 우파들의 목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 '보통국가'가 되겠다는 겁니다. 요게 뭔 뜻인지 모르시겠다는 분들은 요기 클릭하시면 될 겁니다. 그런 판에 북한이 사건 하나 터트려주니 일본에선 '고소원 불감청(固所願 不敢請)이오'하곤 냅다 미국으로 뛰어갔던거죠. 그래서 MD가 실제화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여전히 수천Km의 오차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만. ^^;;
그 즈음... 동경초밥집이 쩐주 노릇을 하겠다고 덤벼들었으나... 여전히 뭔가 아쉬운 미국은 초밥집 옆도 한번 찔러 봅니다. '엔간하면 같이 참여하시지?'라고 말이졉. 이 겐세이를 받았던 DJ영감님,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No Thanks!"라고.
사실 MD라는 것 자체가 중국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거, 국제정치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아닌데다가... 미국은 물론 일본과 달리 우린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다는 '지정학적 문제'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성층권에 올라갈때까지 비교적 속도가 안 나는 순간에 떨구겠다는게 TBMD인데(참고로 성층권에서 지상목표물로 날아가는 속도는 마하 25이상입니다), 이거 하려면 이걸 실행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남중국해 즈음에 가 있어야 하거든요. 세계지도 가져다놓고 보세요... 중국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어디 즈음에서 성층권으로 올라가나...
거기다 IMF 맞아서 골골거리는 나라 살리기 바쁘다고 공군이 요구한 KFX계획도 거의 1/3으로 줄일 수 밖에 없었던게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는데... 뭔 택두 없는 소리냐는 거였죠.
애시당초... MD자체에 참여한 적이 없는데 MD와 관련된 무기체계가 달라붙지 않는다는거야 당연한거 아닌가요? 아직도 ABR을 외치고 있는 2MB각하네도 MD에 공식적으로 합류한 상태도 아니라구요.
우리가 통상 이지스함이라고 부르는 군함은 '방공함'입니다. 그게 미사일이든 적의 해군함재기든, 공군이든 간에... 미사일 들고 아군의 함대를 향해 날아오는 것들을 때려잡는 것이 주임무인 배죠. 미국의 경우엔 어차피 레이다 성능 향상시킬거, MD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을 하게 되고... 이걸 시스템 그대로 사와야 하는 입장에선 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통으로 사왔다고 하고... 북경반점에서 시비걸면 좋은 물건 사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핑곗거리로 삼아야 하는 상황인거죠.
물론... 3개 기동전단 이상으로 명실상부한 기동함대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우리가 갖춘다면, 그리고 TBMD가 기적적으로 총알로 총알을 막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 가서 SM3(아마 이거 이후의 버전이겠죠)를 세종대왕함급에 집어넣는 것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전에 MD에 참여하겠다고 설치는건... 한반도 상공에서 이 그림 보겠다고 설치는 거나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국방부의 입장에서도 좀 갑갑하긴 할겝니다. 기우님 말씀처럼 이 뉴스에서 기자가 국방부에 문의한 건 "우리집 고양이는 왜 쥐만 잡고 개는 안 잡나요?"라고 물어본거랑 같거든요. 이거 어디서부터 개념 설명을 해야 할지, 국방부 관계자... 참 고민 많이 해야 할거거든요. ㅋㅋㅋ
유감스러운 것은... 이 뉴스꼭지의 인터뷰 대상이 되었다는게 정욱식씨라는 겁니다. 뭐 밀매들은 평화네트워크까지 쫓아가서 홈페이지를 뒤집어놓겠다고 난리더군요.
그런데 말이졉... 정욱식씨의 그동안의 활약을 쭈욱~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평화네트워크가 하고 있는 일은 몇 몇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내놓고 있는 자료들은 미국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유의미한 것들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미FTA를 먼저 비준해서 미국 의회를 압박하자는 꿈동산 같은 소리나 하는 곳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라구요.
그리고 대부분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국내 정치현실이나 국제정치 현실과 같이 '전쟁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인'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무기체계만 따집니다. 이란-이라크전처럼 이란이 압도적인 공군전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개박났던 사례는 안중에도 없는거죠(호메이니가 집권하기 전까지 팔레비 왕조에게 미국이 쏟아부었던 물량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지금도 최강의 전투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F-14까지 제공했었으니까요. 그러다 호메이니에게 정권이 넘어가자, 미국은 F-14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루트를 모두 막아버리졉. 그 결과... 이란은 그 환상적인 전투기를 '조기경보기' 정도로 활용하게 됩니다. 무기 좋다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꼽을 수 있죠).
일부에선 이걸 모른다는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수십명이 팀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미국의 주요한 싱크탱크에서 태평양과 관련된 국가전략노트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쫓아가기 벅찬게 현실이라구요. 그렇다고 평화네트워크가 빵빵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미국 싱크탱크 마냥 빠방한 리포트를 만들어내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졉.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다름 없는 조직에서 '실수 하나'했다고 해서 매장하겠다고 덤비는 건... 메시아의 강림을 바라는 것과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아뉘... 그런 사기유닛에 이미 제대로 당하고 있지 않나요? 삽 한 자루 든 메시아의 강림을 보고도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걸 바란단 말이에요????
trackback from: 결함은 무슨?! KBS 초대형 병크 - 세종대왕님 지못미냥.....Orz
답글삭제이지스함, ‘핵심 작전 요구 성능’ 빠졌다! 정권 바뀐후 말많고 탈 많았던 국립방송(절대 오타 아님냥!) KBS가 드디어 초대형 병크하나 떠트렸음냥. 제목만 보고 '무슨말 임메?'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너무 늦게 확인했는데, 트랙백 신고합니다.^^
답글삭제이란 이라크 전때 이라크 공군기들은 알리캣의 레이더파를 RWR로 확인하면 바로 회피기동했다네요.^^;; 이런 경우 역시 고양이앞에 쥐라고 ㅋ
@기우 - 2008/12/23 23:25
답글삭제ㅎㅎ... 군수조달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도 워낙 성능이 좋으니 뻥카론 나쁘지 않았던게죠. 으... 트랙백 신고는 제가 먼저 했어야 하는데... 오늘 영화보고 들어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