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철학의 빈곤, 2MB정부의 교육정책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그러니까 주말동안 총 1030km를 달렸습니다. 서울에서 창녕의 우포늪으로, 우포늪에서 함양의 유기농 배밭으로, 유기농 배밭에서 남원의 흥부마을을 거쳐 인산가의 연수원에서 1박을 했었죠. 연수원에서 생태와 관련된 세미나를 진행하고... 생태와 관련된 이런저런 공연을 보고... 뒤풀이 좀 쎄게 한 담에... 담날 아침 9시경에 다시 순천만으로, 광양 홍매실 농원으로, 하동의 유기농 차밭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니 딱 1030km더라구요.

세미나는 물론이고 술자리에서, 그리고 또 홍쌍리 여사의 30여분에 걸친 강의에서도 주옥같은 말씀들이 많았었습니다만... 요건 좀 나중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도법 스님의 강연을 가지고도 여러 페이지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지난 주가 흘러가고... <흥부기행>이라고 명명된 이 행사의 Staff이었던 관계로 참가자들보다 몇 배는 더 움직여놓으니 온 몸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만 결국 몸살루 누웠거든요.

그것도 핸펀 등 참가자들의 분실물 처리를 위해 월요일 출근했던 거이 대박으로 날아오두만요.

그런데... 이 행사가 끝난 담에 뉴스들을 읽다보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좀 더 추가된 레이어로 판단해야 하는게 아닌가란...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거. 지난 주인가에 발표해놓고 주루룩~ 일들이 벌어지자 뭐가 잘못된건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모습은 물론이고... 수습을 못해서 발버둥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있는 단위에서의 문제가 더 심각한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0교시, 우열반 편성... 뭐 이런 것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애들을 잡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교육의 목표"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더군요.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별 다른 이견을 달 생각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게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라는 점이죠.

솔직히 말하면... 요즘의 대학생들, 제가 대학 다니던 십 수년 전과 비교하자면 공부는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부의 의미라는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이거 한편으론 참 한가한 이야기일 수도 있죠. 지지난 주말에... 거의 10여년 만에 학교에 찾아갔더니만 제가 다닌 과 학생회 명의의 플랜카드 하나가 우울하게 만들더라구요. "0몇 학번이 어느 지역의 중등교사로 임용되었다"는 것이 플랜카드의 내용이었거든요. --;;;

구리구리한 지방대의 현실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저희 때의 상황으로 놓고보자면 교육대학원 졸업만 하면 중등 교사되는데 큰 문제가 없었고, 다른 직업군들과 비교하자면 뭐 그렇게 특별하게 낫다라고 하기도 어려운 직장임에도... 그게 축하해야 하는 일이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냐란 생각밖엔 안들더라구요...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내용이라는 건... 전공에 대한 심화학습보다는 취업용 공부들, 자격증 등에 함몰될 수 밖에 없을거라는 거고... 그나마 성취도도 엄청나게 낮다는 걸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후기대였던 까닭에... 재수하기 싫어서, 혹은 삼수하기 싫어서 왔던 넘들이 워낙 많았고...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의 차이가 너무 나서 문제였던 그 학교가... 하향평준화가 된 걸 보고...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더라구요.

더 깨는 건... 이 아이들이 버거워하는 학습의 수준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들의 기준으로 놓고보자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수능에서 영어 만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 하나 제대로 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미적분을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우지 않더라도 공대에 입학을 할 수 있는게... 지금의 제도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영어로 된 원서라는 걸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공학 수준에 어느 정도 근접한 형태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좀 많이 의심스럽습니다.

깨는 건... 자기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욕망과 이런 교육현실이 야합하고 있다는 거죠.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등과 관련해 사교육비가 로켓처럼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기 아이들이 쭉정이 되는 걸 어느 부모도 방치하지 않겠다는 욕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암담한 건... 국제적 기준으로 놓고 봤을때... 그런 식으로 피터지게 공부해놓고도 학업성취도가 그렇게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왜냐구요? 대한민국을 IT강국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공대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쬐끔 많이 갑갑한 상태거든요. 콩나물 사는데 미적분 필요없다는 이야길 합니다만... 현대 공학은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바탕이 없으면 알아먹을 수 없는 난수표나 다름 없으니까요. 고층건물 짓는데 미적분 당삼하게 활용됩니다. 사람들의 동선과 화장실의 갯수, 엘리베이터의 효율적인 운용, 관리비 절감등을 감안한 설계를 하려면... 꽤나 높은 수준의 통계학도 필요하죠.

아니... 텔레메틱스로 넘어가면 당황스럽게도 복소함수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면 꽤나 깝깝할 겁니다. 이미지 패턴을 컴터가 인지하고 이걸 사람이 볼 수 있는 형태로 출력하는데 활용되는 각종 필터들은 모두 복소함수들이거든요... 공대에서 이 정도로 수학 빡세게 가르치는 대학들... 이 얼마나 될까요?

얼마전에 2MB각하께서 일기예보가 잘 안맞는다고 기상청을 질타했던 적이 있었죠. 솔직히 저 그거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일기예보, 특히나 지금과 같이 각종 개발사업들이 진행되는 바람에 국지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한 상태라고 한다면... 이전의 통계들 만으로 정확한 예보를 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거 복잡한 수식들을 수학자들이 개발하고 그걸 슈퍼 컴터가 계산하고.. 또 이걸 보정하는 작업들이 진행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응용수학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수학자들이 기상청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는 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이렇듯... 쓰일 곳이 장난 아니게 많은 학문이 수학임에도... 지방대 수학과 출신들은 어디 교원으로 임용되는 것만으로도 경사났다고 플랜카드 붙는게 현실이라면... 아주 많이 웃기는거죠.

경제규모로 놓고봤었을때... 기초학문의 역량이 그 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세한 수준의 차이가 엄청난 경제적 결과들로 이어지는 단계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물리학, 화학 등의 경우에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단계에 얼마만큼 근접하느냐에 따라 쫓아 올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상황이죠.

꽤나 많은 분들이 "세상일은 공식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들을 합니다만... 자연 현상중에서 공식으로 환산해 알 수 있는 내용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 공식이라는 것들도 수많은 천재들이 찾아낸 것들이구요. 그걸 남들이 해놓은 수준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현상들을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뭘 목표로 하고 있는건지 아리송하기만 하더군요.

더군다나... 고등교육 모델로 놓고보자면... 세계 100위안에 들어가는 대학 하나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자랑하는 핀란드와 같은 모델이 한 편에 있는가 하면... 승자승 원칙이 철저하게 작동되는 미국식 모델이 또 한 축으로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건지... 그게 없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나은 대우를 내 아이가 받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욕망"만 어떻게 채울 것인가... 라는 쪽으로 지금의 교육정책들이 생산되고 있는거 아닌가요?

투입되는 요소에 비해 산출되는 결과물은 갑갑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거. 그거 몰라서 그러는 거 같지는 않구요... 도대체 뭘 욕망하고 있는 건지... 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2개:

  1. 고등학교때 미적분을 안배우나요? 문과,이과 할 것 없이 필수 아니었어요?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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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까꽁 - 2008/04/24 14:40
    예... 지금 수능 수리1에서는 미적분은 물론이고 통계도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대학들이 수리1만 가지고도 이공계 진학을 허용하고 있구요... 원래는 워낙 미적분의 기초를 고등학교 수학에서 이상하게 가르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 바에야 대학에 와서 가르치겠다고 한건데... 그게 그게 아닌거죠. 극한도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학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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