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6일 일요일

West-Wing이야기2 양당제와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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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선 미국의 정치제도가 고대 로마를 그 모델로 했다는 이야길 했었습니다. 이거, 뭐 미국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내놓는 이야기입니다만... 거꾸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이야기와는 약간 동떨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각종 음모론들의 출발지가 되기도 합니다. 뭐 미국인들 스스로가 즐기는 음모론이기도 하죠. 하지만 워싱턴DC의 오벨리스크는 물론이고 미국 지폐에서 볼 수 있는 프리메이슨과 연결된 듯한 각종 문양들은 정치 모델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따져보면 음모론만으론 제대로 보기 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 땅에서 마지막 왕조였던 조선조의 경우엔 그 정치구조가 철저하게 유교적인 형태로 구성되었었잖아요. 그래서 왕은 물론 신하들의 복색, 도시구조조차도 유교철학에 따라 만들어졌었던 것과 비슷한 겁니다.

암튼... 미국의 독립 자체를 놓고보자면 혁명의 일종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원래 "혁명"이라는 것은 사회의 권력 구조, 혹은 가치 체계, 경제 하부 구조등을 통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미국의 독립전쟁은 대지주와 부농의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진행되었거든요.

더군다나 초창기 미국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은 '대중추수주의(populism)'과 동일한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욕"으로 쓰였거든요. 실제로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4.13~1826.7.4.)만 하더라도 민주주의자라고 자신을 설명하기 보다는 공화주의자라고 주장했었답니다.

미국에서 양당제가 정착되게 되었던 이유도... 이런 건국과정에서의 철학적 배경들이 많이 작동됩니다. 건국초기에는 수많은 정당들이 난립했지만 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부턴 거의 지금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로 정리되었죠.

사실은 이것도... 다른 근대 국가들과 꽤 다른 점이죠. 정당결성의 자유가 있는,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연합정부의 형태로 내각이 구성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죠. 그러다보니 한 정당 내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버럴한 민주당원과 보수적인 민주당원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우리와 비교한다면 진보신당과 한나라당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안정된 사회'로 가는 길로 해석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양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말이죠. 하지만 한 당 내부에서 가지는 입장의 차이가 사실상 다른 정당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거리를 가지고 있기에 각 계파간의 입장조절을 하는 것과 연립정부의 형태로 굴러가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가지지 않습니다.

West Wing에서 이런 미국의 정치적 상황들은 대법관 임명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뭐 대법관 임명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시즌1의 9번째 에피소드인 The Short List에서도 나오긴 합니다만... 이들간의 차이가 얼마만큼 되는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시즌5의 17번째 에피소드인 The Suprem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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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서 지명을 받았던 연방 대법원 판사가 사망하자 그의 자리를 이을 후보를 찾는데... 이때 별 생각없이 봤던 극좌파 후보 랭 판사(이젠 대배우라는 칭호를 붙여도 무방할 Glenn Close가 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뭐 Air Force One등과 같은 영화에선 "뭐삼...?"이라는 소리가 나오긴 합니다만)가 맘에 들자... West Wing의 주인공들은 비슷한 수준에서 오른쪽 끝에 가 있는 법관을 임명하는 대신, 민주당에서 임명한 대법관에게 은퇴를 종용하죠...

좌우의 균형을 맞춰서 상원인준 통과를 쉽게 하고, 더불어 그만큼 더 나아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뭐 그러는거죠. 하지만 랭판사의 정치적 입장을 놓고보자면 끝까지 중도노선(그것도 민주당의 중도노선이 아니라 양 정당 사이의 중도노선)을 걷는 바틀렛 정부와는 꽤 멀죠. 다른 나라들이었다면 틀림없이 다른 정당이었을 정도의 수준이니까요.

그럼에도 민주당 소속일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둘 밖에 없기 때문인건데... 글쎄요... 전 이것이 과연 선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연정을 구성하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은 많거든요.

이건 다양한 목소리들을 조율해온 경험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인거고... 이 경우, 정치권 내부에서의 타협만으로도 추가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능력...의 문제. 이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국가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죠. 어느 에피소드인가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데... 미국의 대통령 중심제를 미국이 수출한 것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이야길 토비가 하기도 하니까요.

뭐 반응들이 별루 없기에 그냥 접으려고 했는데...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 들어와 하나 더 올립니다. ^^;; 담번엔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 과연 '고립주의'인가라는 걸 주제로 함 다뤄볼까 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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