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동북아 3개국의 군비경쟁, 드디어 본 레이스에 오르다...


최근들어 그 인기가 더 높아진 미드 시리즈중에 하나가 NCIS입니다. 미국 드라마들의 상당수가 수사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얘넨 좀 독특한 부분이 많죠. 전세계에 해군기지를 깔아두고 있는 미국 답게... 꽤 글로벌하게 움직여야 하는 연방기구거든요. 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 미해군수사대입니다.

지금은 여섯 번째 시즌까지 넘어왔지만, 처음에는 역시 해군 법무관들을 다룬 JAG라는 수사물의 스핀오프였습니다. 제작비 딸려서 안습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시즌 1부터 '우린 규모가 좀 달라'라는 걸 한 방에 보여줬던 에피소드가... 항공모함에서 벌어졌던 이야기입니다.

휴가 나온 수병 하나가 필로폰 투약증상을 보이는데, 정작 혈액검사에선 별 탈이 없었다고 나왔거든요. 이런 수병들이 계속 발견되기 시작하자... 항공모함에 있던 NCIS수사관이 본부에 지원요청을 해서... 주인공 팀이 들어가게 되졉.

안 보신 분들께는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이 사건이 벌어졌던 이유는 전투기의 착함을 담당하는 부서의 부사관이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기 휘하의 수병들에게 약을 먹였던 겁니다. 뭐 스포일러라는 걸 알면서도 이 에피소드의 결말을 이야기하는 건... 이게 밀리터리에 대해 쬐끔 안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초장부터 누가 범인인지 감이 잡히거든요. 다만 이게 어떻게 은폐되었는가가 문제일 뿐이구요.

왜 그러냐구요?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몇 차 중동전이었는지는 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F-16을 운용하던 이스라엘과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았던 당시 소련제 전투기로 무장한 나라가 한 판 붙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성능을 가진 넘들끼리 붙으면 '숫자'가 승부를 결정한다는 리베르타 법칙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스라엘과 붙었던 그 아랍국가가 더 많은 전투기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참패했거든요.

참고로... 리베르타 법칙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룹간의 공격력=양의 제곱X질의 제곱"이라는 겁니다. 모든 조건들이 동등하다고 한다면, 즉 질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A군이 B군보다 수적 우위에 있을때 A의 생존자는 A제곱-B의 제곱이고 B는 0이 되거든요. 100과 60이 붙었다고 할 경우, 100에서 40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100의 제곱-60의 제곱으로 60은 전멸하고 100은 약 20명 정도가 죽거나 다치게 된다는 겁니다.

이 법칙이 잠깐 우습게 보이게 되었던 것은 전투기라는 무기의 특징 때문이었죠. 이 물건은 "무장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어야 제 구실을 하는" 무기입니다. 요 점이 승패를 갈랐던 겁니다. 그 아랍국가는 비행기는 더 많았지만 폭탄과 미사일을 다시 보급하고 다시 전투기를 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스라엘의 4배쯤 걸렸거든요. 그러니 리베르타 법칙이 적용되는 공중에선 항상 이스라엘 공군이 숫적 우위를 가졌던 거죠.

그래서 이걸 하루에 몇 소티(sortie rates)를 뛸 수 있느냐로 계량해서 평가하죠. 그런데 해군항공대의 경우엔... 공군보다 소티 숫자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아픔이 있습니다(물론 예외가 있긴 합니다. 1999년 영국의 경항모에서 발진했던 해리어는 이탈리아의 아비아노 공군기지에서 발진했던 공군기들보다 더 많은 소티를 소화했었거든요. 아비아노 공군기지에 안개가 끼는 바람에... ^^;;). 뭐 외부적 요인이 없다고 한다면 대체로 해군 항공대가 소화할 수 있는 소티는 공군의 1/4 정도로 평가합니다.

물론 이게 운용경험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리고 함재기의 특징에 따라 숫자가 꽤 차이나게 되졉. 1998년 이라크를 폭격할 당시 미군은 48대의 F-18FA를 가지고 하루 125~140, 대당 2.6~2.9소티를 소화했었는데... 영국은 대당 평균으로 따지면 미군보다 평균 2배에 달하는 소티 숫자를 보여줬었으니까요.

그럼에도 해군항공대의 경우 동일 조건에서 공군을 앞서긴 힘든 거이... 얘가 움직이는 넘에 '착륙'을 해야 한다는 결정적인 아픔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해군의 항모전대는 대양에서 시속 30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니... 이와 관련된 knowhow는 장난이 아니게 쌓여있죠.

이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 이 기사 때문입니다.

중국정부가 항공모함 건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는 기사인데요... 사람들의 반응이 집중된 곳은 인터뷰의 바로 이 대목 때문입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제작해도 세계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이 항공모함들은 중국 연안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연초부터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요기 클릭해보시면 알겠지만 장기적으론 6척의 항공모함 건조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던 판에... 연말이 다 되어서 확인 기사가 나온 거죠.

그런데 이야기가 좀 웃기긴 합니다. 원래 항공모함이라는 것 자체가 "공격용 무기"인데 "연안방어"라뉘...? 앞에서 NCIS의 한 에피소드를 끄집어 냈던 것도 어떻게 보자면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되는데... 중국 아저씨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항모 플랫폼 자체의 문제입니다. 중국이 급속도로 경제발전을 하고 있으며, 조선수주량도 상당히 급증한 상태이긴 합니다만... 선박 건조 기술은 아직도 우리의 7~80년대 수준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친구들이 현재 항모 건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면 그 플랫폼은 소련 문 닫았던 즈음에 여러 나라로 팔아넘겼던 Kiev급이거나 Kuznetsov급일 가능성이 99.999%입니다.

Project 1143.5 Admiral Kuznetsov Class 항공모함 ,
출처는
bekut_a 님의
구소련/러시아 해군빠의 블로그



러시아로 부터 Kiev급을 사서 열심히 항공모함을 만들고 있는 나라는 중국 뿐만이 아니거든요. 이미 4대의 항모를 가지고 있는 인도도 2012년 해군 인도 예정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요기 클릭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만재배수량 4만4천톤 급인데 함재기는 MiG-29K 12기, Ka-31 3기, Sea King H-3 3기(평시)라는 거죠. 거의 2만톤이나 적게 나가는 소형항모랑 비슷한 수준의 함재기를 가지는 이유... 요건 이 플랫폼 자체의 특성 때문입니다.

현대 해군은 기본적으로... 해병대를 제외하곤 거의 '기술자'들이라고 보면 대충 맞습니다. 이런 고급 기술자들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만큼 때려박아넣어야 하는 돈이 장난이 아니었죠. 그런 까닭에... 돈 없었던 소련은 비대칭무기(핵잠)에 집중했던 경향이 많았고, 미 항모랑 맞짱 뜰 경우엔 대규모 미사일 러시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항공모함 자체가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만들 수 있는데... 그런거 없으니 만들어 냈던 것이 '항공 순양함'이었습니다.

구축함의 몇 배에 달하는 무장에다가 약간의 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순양함을 항공모함을 가지기 이전 단계에서 돌리자는 짱구였던거죠. 그런데... 얘네들을 실전배치할 즈음에 나라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이 사업은 모두 중단되고 선체들은 해외로 팔려나갔던 겁니다.

그러니... 원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넘이라면 몰라도 항공모함으로 보기엔 덩치에 비해 함재기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죠.

두 번째는... 함재기의 문제입니다. 미군이 운용하는 함재기들은 비슷한 성능을 가지는 공군의 전투기들에 비해 상당히 고가의 기체들입니다. 이게 비싼 놈들이 될 수 밖에 없는건... 활주로가 짧기 때문에 강제로 기체를 항모가 잡아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체 자체가 일단 공군 기체보다 튼튼해야 하거든요. 뭐 Su-27나 Su-30MK등을 쓸 수 있긴 합니다만...

또 한가지는 눈의 문제입니다. 조기경보기를 항모에서 운용을 해야 하는데... ㅎㅎㅎ 이거 만들어서 팔아먹고 있는 나라들이 이걸 중국에 팔아먹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문제는 앞서 길게 언급한 그 내용... 소티를 줄일 수 있는 운용기술을 중국이 독자적으로 습득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 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연안방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거죠. 문제는... 이 연안에 해당되는 나라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중국해군은 현재 3개의 함대로 나뉘어 있습니다.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로 나뉘어 있는데... 6척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3개 함대에 2척의 항공모함을 집어넣겠다는 이야기죠. 하이난 지역 이남을 담당하는 남해함대의 경우엔... 쬐까 안습입니다요.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등 많은 나라들이 좁은 해역을 둘러싸고 이해가 엮여 있는 곳에 저 정도 수준의 항공모함 전대를 집언넣는다고 하더라도 중국해군의 이해를 관철시키기엔 난감한 부분이 좀 많으니 말입니다. 아닌 말로 육군의 포병대가 전함을 때려잡을 수 있는 좁은 해역이다보니 말이졉.

그런데... 우리와 대만은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해함대의 관할권이 바로 우리의 서해이며, 동해함대의 관할권은 북해함대의 관할권바로 밑으로부터 대만까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만의 경우엔 본토 한 방향으로만 방어하면 됐는데... 이젠 모든 곳을 다 방어해야 하는... 쪼까 말이 안되는 상태가 됩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게... 제주도에서 적당하게 눌러주면 고강도 분쟁 정도는 충분히 막는다는 것에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게 되거든요...

뭔 이야기냐면... 중국산 항모들이 꾸리리하더라도 우리에게 위협은 위협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전에 제주도를 중심으로 중국, 혹은 일본과의 고강도 분쟁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 상당부분 수정되어야 할 상황인데... 2MB정부에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조합이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는 안개속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재정에 기스 갈 일은 앞으로 계속 더 만들어질 상황이 되었다는건... 확실하죠.

동북아 3국의 군비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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