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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6일 목요일

한승수 총리께 드리는 편지

밥 벌이 때문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꽤나 바쁜 일정을 가진 직딩입니다. 완성해야 할 서류들은 쌓여있고, 시간은 부족한 판이니 블로그질이나 할 시간도 빠뜻한 판국입니다. 그러나 어제 낮,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연행하는 경찰을 보고 꼭지가 돌아버렸습니다.

그 상태에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자회견을 DMB로 보고나선 눈까지 뒤집히더군요. 책임을 진다는 말, 함부로 하는 말 아닙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도장도 찍지 못하고, 협상(?) 결과물은 고시이후에 공개하겠다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김종훈 본부장은 그러시더군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뭐 할복이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기본적으로 그게 '협상'이든 '합의'든 '조약'이든 간에 본문을 수정하는 건 '재협상'이라고 하고 '추가협상'이라는 건 부록을 바꾸는 겁니다. 근데 사람들이 문제 삼는 것들이 본문이었나요? 부록이었나요? 그럼에도 '추가협상'을 하러 갔다오겠다고 한 분이... 책임을 우찌 진다는 겁니까?

결국 어제 저녁 든든히 먹고 광화문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뿜던 소화기의 할론 가스 실컷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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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10시 반경의 광화문

솔직히 맘같아선 더 오래있고 싶었지만 오늘과 내일도 빠뜻한 상황이라 11시 좀 넘어서 집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는데... 현장 중계를 보고 있던 지인들이 계속 문자나 전화를 날리더군요. 손가락이 날아간 아가씨, 아저씨는 국립의료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데 현장과 연락할 방법 없냐... 좁은 골목에서 물대포 맞고 있다 등등의 문자들. 참... 잠이 안 오더군요.

결국 오늘 조금 늦게 출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오늘 새벽에 벌어진 참상의 원인을 제공했던 경찰들... 참 너절한 변명들을 하더군요. 초등학생을 연행했던 것은 꼬마가 욕을 했기 때문이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자진연행 된 거라고 말입니다.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더군요. 이정희 의원의 가슴을 남자 경찰이 이렇게 잡고 있는 이 영상은 그럼 합성된건가부죠? 이런거 합성하려면 얼마짜리 장비가 있어야 하는지 아시나요?

도대체 Field Manual이라는게 왜 있는 겁니까? 여성 연행의 경우에 여경들이 담당하게 하는 것은 성추행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러는 거 아닌가요? 뭐 일선 경찰의 잘잘못을 가지고 총리를 비난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겠죠. 일단 넘어갑니다.

하지만 어제 김종훈 본부장의 회견으로 돌아가 미국에선 Discussion('토론'이라고 번역하는 단어죠)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본부장님은 미국통상대표부의 입장이 있어서 Negotiation을 그렇게 쓴 것이라고 넘어갔었던 부분... 솔직히 꺼림직 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걸릴 수도 있는 협상에서 전혀 다른 단어가 나옴에도 책임지겠다는 김본부장님의 말씀... 10여년전에 코딱지만한 오퍼상하면서 신용장에 쉼표 하나가 잘못 들어가도 돈 못받는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입장에선 꺼림직 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강행된 고시... 고시 내용 자체가 문제가 있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송기호 변호사의 지적이 있는 프레시안의 이 기사로 갈음합니다.

몇 시간 전의 기자회견에서 한총리님은 '젊은이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씀을 하셨죠. 예...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그 다음날 출근, 혹은 등교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밥벌이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기 위한 시간도 모자라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5월 초부터 거의 두 달이 되도록 촛불을 들어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선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생각해보신 적도 없겠죠. 여중고생들이 촛불을 들었을때 당신들은 '배후'를 따졌던 분들 아닙니까?

잘못된 협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화가 났던 겁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걸 '확률'을 들먹이면서(저 이 분들이 통계학 101을 듣기라도 했다면 '확률'이라는 터무니없는 논리적 방패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람들을 더 화나게 했던 거죠. 애초에 실수했다, 다시 실수 안 하도록 하겠다...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두 달이 되어가도록 밤에 길거리로 뛰어나가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선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더니...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하면서 고시 자체에서도 실수가 발견되는 판이잖아요? 이러면 도대체 뭐라고 당신들을 평가해야 하는 겁니까?

총리께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겠지만, 총리님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들은 지난 97년 당시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국민들에게 안겨준 장본인들이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있을 수있는 일이죠. 그러나 "믿으라"라고 해놓은 것에서도 실수를 발견하게 된다면 현 정부의 능력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밑의 포스팅에도 썼던 겁니다만... 능력이 부친다고 한다면, 특히 국가와 관련된 분들이 능력에 부친다고 스스로 조금이라도 판단한다면 자진해서 물러나시는 것이 양식있는 분의 자세 아닐까요? 진지하게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더불어 문제의 고시 파일은 제가 첨부파일로 올려놓겠습니다. 맨날 '오해'라고 하시는 분들이라 미국무역대표부에서 합의문 공개를 할때 비교해봐야 해서 말입니다.

ps. 아참... '인터넷 괴담'을 수사하기 위해 인터넷의 이 외진 구석까지 방문하실 사이버 수사대에게도 한 말씀 올려야죠. 경찰병원두 민영화한다면서요? 근데 이 분들이 경찰병원만 민영화 하고 끝낼거라고 생각하세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군인연금이랑 교사연금, 그리고 경찰 연금등은 이미 빵꾸가 난 상태라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잖아요? 아는 것이라곤 몽땅 민영화인 분들이 그 연금은 가만히 둘거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