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5일 수요일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삽질 무기개발사

조만간 시험발사할거라고 하는 북한의 미사일, 아마 대포동 2호일텐데요... 이 아가씨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부모인 Scud(R11미사일의 나토코드)부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957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스커드 미사일도 사실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개발되었던 독일의 V2를 카피했던 겁니다. 문제는 목숨걸고 좋은 놈을 만들어야 한다는 독일 아저씨들의 생각과는 달리, 소비에트 러시아가 무기 개발과 생산에서 가장 우선시했던 것은 '빨리 빨리 많이 찍어내기 좋아야 한다'야 한다는 거였죠.

 

그런 까닭에... 1957년에 나온 첫 모델은 좀 많이 웃기는 넘이었습니다. 사거리가 130km인데, 날아가서 꽃히는 곳은 목표지점이라고 지정한 곳으로부터 지름 4km내에 떨어졌거든요. 거기다 미사일 자체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날아가다가 부러지는 일들이 종종 벌어졌던 거죠. V-2를 카피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소련 입장에선 그래도 상관없었던게... "스커드 수천발로 서독의 주요 군사시설을 쓸어버린 다음에 전차로 밀고 들어간다"가 기본 작전 얼개였거든요. 십수%가 날아가다 부러져도 큰 문제는 없었던거죠. 스타에서 초장에 저글링할때 쪽수가 중요하지 업글 수준이 중요한감요?

스커드 A,B,C. 노동미사일, 대포동 1호 대포동 2호

 

소련은 일찌감치 이 기술을 당시 동맹국들에게 넘겨버리고 자기네들은 우주 로켓과 전략탄도탄 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만... 미국과의 경쟁에선 집니다. 스푸크니크 1호를 발사해 미국을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소련입니다만, 달까지 갔다오진 못했죠. 이유... 얘네들이 워낙 정밀기계와 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였냐구요?

 

옛날 ‘소련’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때, 그 국민들 사이에 이런 유머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한 공장에서 세 사람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항상 출근이 항상 10분이 늦었고, 또 한 사람은 항상 10분이 빨랐으며, 한 명은 칼같은 정시 출근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모두 KGB에 잡혀 갔습니다.

맨 먼저 잡혀간 사람은 물론 지각생이었습니다.  ‘사회주의 건설’에 있어 나태함은 있을 수 없었다는 이유였죠.  그런데 갑자기 항상 10분 먼저 와서 일을 준비했던 사람이 잡혀 갑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없는 공장에 항상 일찍 나온 것은 제국주의의 스파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정시 칼출근자는 도대체 어떤 혐의로 잡혀갔을까?  그것은 “제국주의 물품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련제 중에서 그렇게 정확한 시계가 존재할 리 없다는 것이 KGB의 주장이었죠. (원문보기)

 

정확한 시계도 만들어낼 수 없었던 소련이 정밀 타격 무기를 계속 개발한 미국과 경쟁할 수 있었던 방법은... 좀 무식한 형태였습니다. 어짜피 수소폭탄이라고 하는 넘의 위력만 충분하다면 뭐 정밀하게 날릴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죠. 그래서 배치했던 전략미사일의 탄두 위력이 미국의 그것보다 한참 더 컸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땠을까요? 북한의 에너지 상황을 고려하면 농축해서 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는 처지가 못됩니다. 한반도에 핵위기를 불러오면서 핵개발에 나서고도 얻을 수 있었던 플루토늄 역시 우리의 연구용 고속로에서 얻을 수 있는 양에 못미치는 수준이구요. 그럼에도 어찌되었건간에 미국까지 날아가는 게 있어야 했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건... 쬐끔 엽기적인 방식이었죠.

 

스커드 계량형인 노동미사일을 몇 개 이어 붙여서 사거리를 늘렸던 겁니다. 대륙간 탄도탄이라고 큰소리 치는 대포동 1, 2호의 실체는 사실 스커드 몇 발을 분해해서 이어붙인 겁니다. ㅋㅋ... (참고로... 노동 미사일은 '노동당'의 그 노동이 아니라... '무수단면 노동리'라는 지명입니다. 대포동도 이 미사일이 실험발사되는 지명을 따서 붙인거죠. 제인연감의 필자 중 하나가 한글 사전까지 열심히 찾아본 넘이라 이걸 'Labor'로 번역한 이후부터 좀 혼선이 생겼지만 말이졉. 북한이 부르는 이름은 찾아보는 것도 귀찮아 부연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스커드 자체가 구조적인 결함이 있어서 날아가다가 부러지는 판국에 이거 몇 개를 이어붙여 사거리를 늘려놓으니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되게 되졉. 몇 년전에 시험발사했을때도 발사하자 마자 미사일이 부러져 동해상에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에 고속으로 계산을 해야 하는 부분으로 넘어가면... 더 답이 안 나오죠. 펜티엄칩을 수입할 수 없었던 이라크는 PS2를 대량으로 수입해 그래픽 전용 프로세서를 가지고 쪼물딱거렸습니다만... 여러 개의 칩을 붙일 수 있는 '보드'를 수입하거나 개발할 수 없어서 결국 실패했습니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죠. 99년도에 기세 좋게 인공위성이라고 발사하자마자 분해되었던 것도 미사일 구조의 문제와 자세제어가 안되었기 때문이거든요.

 

한반도 내로 사거리를 한정할 경우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북한 최고위층이 심심찮게 공언하는 '미제국주의와의 한판'은 택두 없는 셈이죠. 그럼 북한만 이랬을까요?

 

진급을 진수하기 전까지, 중국이 가지고 있었던 전략핵잠은 Type 092 시아(夏)급 핵잠이었습니다. 1978년에 공사에 들어가 81년에 진수를 하게 됩니다.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을 80년대 초반에 만들어냈다니... 대단한 중국넘들... 이라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좀 깹니다.

시아급 원잠 이미지 출처는 클릭하세요.


전략 핵잠수함은 핵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SLBM인 쥐랑(巨浪) 미사일 개발이 핵잠수함 진수보다 한참 뒤로 늦어졌던 겁니다. 탄도 미사일 없는 전략핵잠이었죠. 뭐 앙꼬 없어도 쪄서 먹으면 찐빵이라는... ^^;;

 

암튼, 1981년에 1호기를, 82년에 2호기를 뽑아놓고 SLBM개발에 매진을 한 결과... 1982년에 부상발사를 해서 성공하고 같은해에 수중발사 실험을 하게 됩니다. 첫 판은 실패, 그러나 5일 뒤에 다시 진행된 수중발사 실험에서 성공을 하죠.

 

중국 해군성과 중국 공산당이 '위대한 인민해방군 만세!'를 삼창하는 동안, 이 실험을 진행했던 엔지니어들은 보고서에 딱 한줄을 추가해놓습니다. '자세 제어가 불안함'이라고. 발사 당시에 미사일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불안했던 엔지니어들은 이 사실을 해군성에 보고합니다만... 하늘이 무너질 걸 걱정하는 기나라 사람이라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참고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랬습니다.

소련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독자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중국은 안밖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대규모 기근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수백만 단위로 죽어나갔음은 물론이고... 인민의 밥을 해결하겠다는 거 하나로 권력을 쥐긴 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의 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장단기 계획들이 안 나왔던거죠. 그런 상황에서 산속에서 총질하느라 가방끈 짧은 당원로들이 학자들과 엔지니어 등등을 불러서 해결방법을 제시하면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문제만 줄줄히 지적하는 상황...

일단 내 방식대로 가보겠다고 모택동 영감이 중국의 머리숫자만 가지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했다가 쫄딱 망하게 됩니다. 바로 대약진 운동이었죠. 이 운동의 실패로 사실상 실각했던 모 아저씨는 권력으로의 복귀를 꾀하게 되고... '조반유리'라는, 2007년까지의  대한민국에서 사용되었던 '조중동'과 '보수 꼴통'의 합성어, 2008년 이후론 '좌빨'과 '꼴페미'의 합성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휘호를 얼라들에게 하사하게 됩니다. '젊은 것들이 반기를 드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말인즉 그럴듯 하지만... '모주석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와 함께 결합하면 별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라고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말이었던 겁니다.

홍위병이라 불린 이 얼라들이 날뛰기 시작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기 시작했던 것은 붉은 중국을 만들어낸 노정객들이었고, 그들과 동시에 굴비두릅으로 묶였던 것이 지식인과 엔지니어 그룹들이었죠. 노 정객들은 모주석의 위대한 정치적 귀환을 위해 필요했던 거고... 지식인들과 엔지니어들은 하라는 일은 안하고 문제제기만 한다고 십수년째 찍혀있었거든요.

70년대 말이면 한의학 서적에도 모택동 주석에 대한 찬사가 시시때때로 들어가지 않으면 필자가 '인민의 적'이 되는 건 한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아예 출판이 안 될 수준이었던지라 위대한 모주석의 찬양 구절분량이 본문 내용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다죠.

그런 시대에 '상징적 의미'라고 하더라도 전략핵잠을 가져서 거의 한 세기 이상을 서구 열강들에게 두들겨 맞아 자존심이 시궁창에 처박혔던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었다고 만세 부르는 판국에... 자세제어와 관련해서... 엔지니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간 '너 하방가서 재교육 좀 받아야 되겠다'는, 죽을 수도 있는 곳으로 쫓겨날 수도 있는 이야기 듣기 딱 좋았던 겁니다.

그리고 1985년...

시아(夏)급 1호기가 쥐랑(巨浪)-1 SLBM을 달고 남중국해로 기세좋게 나가서 수중실험발사를 했습니다...만... 보고되었던 스테빌라이저를 손보지 않았던 결과... 발사직후에 핵잠수함이 수중폭발하는 초특급 참사가 벌어지게 됩니다.

 

이 참사 이후에 쥐랑(巨浪)-1 SLBM은 대대적인 개량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개량의 결과도 좀 깹니다. 사정거리가 4000km로 줄어들었거든요. 거기다 시아(夏)급 잠수함 자체도 배관설계가 엉터리여서 엄청나게 시끄러운 아가씨입니다. 함 자체가 약 100데시벨의 소음을 자랑하거든요. 사거리도 짧아놓으니... 출동하자마자 상대방 공격잠수함의 밥이 된다고 보시면 대체로 틀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문화대혁명한다고 10년동안 지식인들과 엔지니어의 씨를 말린 상태에서 의지만 달끝까지 가 있었던 중국, 아주 비싼 수업료를 물어야했었던 겁니다. 망치와 정 하나씩 들고 사람들을 떼거리로 산으로 보내 운하 판다고 삽질했던 대약진운동과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간 규모가 다르게 좆됀다는걸 깨달았으니까요. 실제로 시아급의 후기형인 진급은 시아급의 어처구니없는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는 넘입니다. 쥐랑-2 SLBM도 사거리가 8천키로급으로 늘어난 상태구요.

이때의 교훈은... 역시 북경 반점 아저씨들이 자랑하지 못해 안달인 '선저우 6호' 제작 과정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범용 기술로 로켓 만들기엔 좀 깝깝한 상태인 중국의 정밀 기술 수준을 잘 아는 이 아저씨들, 1000개를 만들어 그 중에서 가장 잘 만든 한 개의 부품을 선택하는 엽기적인 Quality Control을 집행했으니까요.

우리가 SSN-700K 대함 순항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던 몇년전에... 중국과 북한의 이런 삽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허리가 꺾어지도록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들을 보면 우리도 비슷한 짓을 다른 분야에서 하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쬐끔 들더군요.

35억에 명텐도 개발에 나서는 거나...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개발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거리를 늘리라는 수령님의 말씀에 스커드를 이어붙일 수 밖에 없었던 북한 엔지니어와 역시 맨땅에 해딩해서 전략핵잠을 만들어내라고 다그치는 중국 공산당과 해군성의 닥달에 암튼 찍어내야 했던 중국 엔지니어들이 어떤 짱구를 굴렸는지 이해가 좀 되거든요.

 

뭐... 일단 초록색으로 만들라고 하면 산에 페인트칠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ㅋㅋ 되는 일을 하면서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안 되는 일에 동원된 분들의 심정은 어떨까란 생각이 들어... 글적거려봅니다. ㅋㅋ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그래... 스트레스들은 좀 푸셨나요?

전 지금 어느 나라의 하수 처리현황과 그를 통한 재생가능발전계획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중입니다. 찾아보다보니... 이 기술들의 발전이 실증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모델까지 나오고 있더군요. 이걸 요약정리해야 하는데... 지난주말까지가 바이오와 쓰레기 재활용 시설의 결합이었다면, 이젠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탄산염 연료전지 모델까지 공부하느라 머리가 좀 지끈지끈 한 상태입니다.

제가 일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현지 실사를 나가게 될 이번달 말까지 예전에 읽었던 미국 논문들 다시 뒤져볼 시간은 거의 없을 듯 싶습니다.

서방 국가들중에서 상당수의 주들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죠. 더군다나 제가 그나마 좀 하는 외국어라곤 영어 밖엔 없는지라 읽는데 시간도 좀 짧은 편이구요. 상당수의 논문들은 인종과 재산상태, 교육 수준 등에 의해 판결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적시하고... 사형수들의 경우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들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엔 무료 변론의 수준이라는 것이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나아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자면... 이런 문제들은 더 빈번할 것이라는 건... 예상 가능한 추측이죠.

그랬기에 썼던 것인데... 이게 다음 블로거 뉴스에 며칠간 상단에 편집되어 있었던 까닭에 방문자들이 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글 하나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은 좀 제한적인데다... 제가 어지간하면 A4한 장 안 넘기려고 하기 때문에 언급하는 내용들도 줄이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거 뭐... 간단한 넷북을 내놨더니 왜 올인원이 아니냐고 난리들이시네요.

암튼, 당분간은 제가 바빠서 관련자료들을 직접 드리지 못할 상황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서 인종, 재산 상황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논문들을 직접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 영어 좀 하셔야 할 겁니다. ^^

그럼... 전 내일 아침까지 영문 요약본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라...

2009년 2월 12일 목요일

나를 알릴 것인가, 남을 이해할 것인가...

제가 잘 노니는 커뮤니티에서 지난달인가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회원의 동생이 베트남 처자에게 꽃혀서 베트남에 대해 알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을 봐야 하는지, 혹은 그 나라에 대한 정보들을 좀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글이었죠.

움... 뭐 국제 연애질을 하는 커플이 또 하나 나왔다는 것은 축하해줘야 하는 거지만, 한 국가를 안다는 것이... 고거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정보'라는 것의 의미는 또 뭘까 싶구요.

대학시절, 중국 공산당사를 수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중국학과 전공수업을 찾았던 겁니다. 2학년 전공수업이라 '우리말'로 강의가 된다는 것도 있었구요. 근데 왜 '당사'냐구요? 현대 이전의 중국에 대해선 별 관심 없었거든요. 제가 알고 싶은 부분은 '지금의 중국'이었기 때문에... 얘네들이 어떻게 무늬만 빨간 나라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던 겁니다.

당시 강의를 담당했던 교수님은 '문화대혁명'을 '문화대동란'으로, '대장정'을 '대도망'으로 칭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었는데... 저희가 교과서로 봤던 것은 중국 공산당이 공식 편찬한 '당사'를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반공주의 화교 출신인 교수님에 의해 '무협지'에 가까운 '공식 공산당사'는 처참하게 까발려졌었습니다.

전 이 수업을 밥먹고 사는데 있어서 꽤 도움이 된 수업중에 하나라고 손 꼽습니다. 몇차 전인대에서 어떤 것들이 결의되었다는 전문을 읽으면 걔네가 앞으로 뭔 짓을 할 것인지 대충 감이 잡히니 말입니다. 해설기사가 거의 필요없죠. 청나라 이후 최대의 국토면적을 자랑하게 된 그 과정에서 어떤 '사기'들이 동원되었던 건지, <중국의 붉은 별>과 같은 무협지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충분히 배웠던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강의 하나로 제가 무슨 중국 전문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인이 알아두면 좋을 것들에 대해선 충분한 분량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YS시절에 전경련이 돈을 대고 안기부가 기획했던 대학 학생회장단들의 보름간 중국여행 자체가 뻘짓이라는 것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물주와 기획자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니네 생각하는 사회주의, 그거 조또 아니거든'에 방점이 찍혔던 반면... 저희는 '중화 제국주의의 태동'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다른 부분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중에 하나가 Criminal Minds인데요... 연쇄살인범들을 추격하는 FBI의 행동분석팀의 활약을 그린 겁니다. 개별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철저한 자료조사, 인간의 심리, 행동양태들을 체계적으로 학습한 이들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의 긴장감은 다른 수사물에선 경험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믿거나말거나 심약한 저의 경우엔... 이거 보고 나서 가끔 악몽을 꿉니다.

근데 이 드라마의 첫 편이 좀 흥미롭습니다. 행동분석팀을 떠나 콴티코에서 신입요원들을 교육하던 백전노장과 상당히 편집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석박사 학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연구보조원이 팀에 합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거든요.

연쇄살인범들처럼 생각해서 그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이 FBI 훈련소에서 진행된다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실제로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닐까요? 그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국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대사, 언어, 문화 예술...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 더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폭의 크기는 훨씬 더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주변국가들이 왜 저런 행동들을 하는가, 왜 저걸 이슈로 만드는가를 이해한다면... 건드렸다고 화내는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란 거죠... 일본의 정치인들이 왜 야스쿠니를 가는가에 흥분하기 보다는 걔네들의 사고체계를 이해해야 궐기대회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걸 알고보면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에게 독도와 야스쿠니 등에 대해 왜 그러냐고 질문하는 것보다... 정말 효과가 있는 '연대'를 구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 정치인들을 뽑는건 그 나라의 국민들이지 우리가 아니니까요.

중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언론이라고 하는 것들, 엄밀히 따지고보면 당기관지들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생각하는 것들, 혹은 중국 공산당의 목소리가 나오는 체널이라구요. 그러니 중국 언론이 어떻게 나왔다고 볼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나오고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건 주변국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다는  부분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남의 나라 교과서 고치라하고 하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내정간섭'에 가까운 것이거든요. 반면 그 나라를 이해하고 있다면 '남미에 나무 심어서 탄소 크래딧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판단은 안하지 않겠어요?

아침에 이 기사 읽고 나서 떫떠름해져서 글적거렸습니다...


 

2009년 2월 8일 일요일

내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이유

강호순의 엽기적인 범죄행각, 그리고 제주 여교사가 끝내 살해된 상태에서 발견된 뒤로 흉악범에겐 국민 세금으로 밥 먹여줘선 안된다고...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1997년은 대한민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마지막 해입니다. 그런데 87년부터 97년까지 사형이 집행되었던 101명에 대해 이런 자료가 있습니다.

출처:한겨레21 2002년 10월 31일. 제432호 "'마지막 잎새'는 떨고 있나요"

뭔 이야기냐면...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대졸 이상의 학력과 재력을 가진 집안 자제분들께선 감형등의 방법으로 형을 면할 분들을 다 면하더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검찰은... 간호사들이 파업할때 응급실과 수술실에 배치된 이들은 계속 근무하면서 파업을 함에도 노조에는 쇠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의사들이 응급실과 수술실의 당직의사들까지 파업에 나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보건노조 지도부는 긴급수배가 떨어지지만 의사들은 불구속 수사까지 해주더군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기 때문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적다'는 참... 인자한 이유까지 붙여서 말입니다.

더군다나 검찰, 지난 용산참사를 두고도 비슷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용역들이 들어와 강제집행에 나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장님'소리 듣던 분들이 '철거민'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어 싸웠다는 이유로... 화마에서 살아남은 그 분들은 '구속', 용역과 합동으로 새대가리에서나 가능한 작전을 '작전'이라고 펼친 경찰 수뇌부는 '혐의 없음'으로 수사종결 시키실 분들 아닙니까?

사법체계가 만인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열심히 보여주는 상황에서 흉악범 처벌강화로 뭐가 바뀔까요? 한나라당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거 같더군요. 그러니 이렇게 법무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거구요.  민원인들을 두고 '떼법'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구청장과 같은 분들에게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은 '법질서를 무너뜨린 도시형 테러리스트'일테니 말입니다.

근데... 언제 우리가 그렇게 될지 모르는 판인데... 처벌강화를 말씀하십니까? 더군다나 이 나라는 사법살인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나라고, 지난 정권에선 '사법살인'으로 결정났던 인혁당 사건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집행된 처벌'이라고 우기시는 분들이 지금 정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그렇게 처리했던 거... 기억 안나셔서 그러시는건가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밑도 끝도 없이 잔인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사형수들의 인권에 앞서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가 우선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이 이런 상태에서 사형 집행이 될 사람들이 제한되는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대학물 먹은 수준의 사람이 가지는 사회적 인맥과 재력으로 사형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강호순 만큼 흉악한 인간이 멀쩡하게 풀려나와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하는거 아닌가 말입니다.

그런 판에 정치적, 사회적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사형제도 찬성이 누구에게 어떻게 날아올지... 조금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나요?

2009년 2월 7일 토요일

이...뭐...병...


오늘, 2월 7일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추모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버스로 레고 블럭 쌓아둔 대한민국 경찰...

무한도전 봅슬레이편, 그리고 평창

보통 방송국 파업의 상징은 아나운서들입니다. 손석희가 그랬고, 백지연이 그랬고, 박혜진도 그랬습니다.

사진은 파업 출정식 날 집회 사회를 보던 박경출 아나운서

그런데... 작년 연말에 진행되었던 MBC파업의 상징들 중에 한 명은 좀 뜬금없는 사람이었죠. 바로 MBC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낑겨들어가 있었죠.

김태호 PD, 출처는 독설닷컴

얼굴 생긴 걸로보면... 왠 상징?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지만,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팬들이 있었고, 그들에 의해 방송법 개악 내용이 상당히 대중적인 형태로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뭐... 여기에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약간은 전략적인 포스팅도 작동했습니다. 전업기자가 거의 전업블로거 수준으로 글을 포스팅하는 판에 간간히 김태호 PD의 사연등이 소개되고... 요게 서로간의 상승효과를 봤던 측면이 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차에... 파업이 끝난 직후에 방송에 들어간 것이 또... 이야기거릴 좀 가지고 있었죠. 500달러 주고 봅슬레이를 빌려서 참가한 대회에서 3등을 먹은 우리나라 봅슬레이팀의 전지훈련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한 예능 PD가 뛰어다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그럴까요? 좀 뜬금없는 이야기를 인터넷의 곳곳에서 읽게 되더군요. 뭐냐면... 봅슬레이가 원래 귀족 스포츠인데, 그걸 외국에 나가서까지 하는 팀을 지원하는게 말이 되냐... 는 겁니다.

이 분들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용산참사를 어떻게 해서든 철거에 저항하던 사장님들의 싸움을 축소시키려고 하는 검찰과 경찰의 노력이 오버랩되면서 안쓰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옵니다. 안되는거 하려고 참 애쓰니 말입니다.

봅슬레이가 귀족스포츠다...? 글쎄용? 봅슬레이 썰매 하나가 억 단위를 호가하는 물건이니 비싼 건 사실입니다. 거기다 레인 유지비용은 상상초월입니다. 일일히 얼음전문가들이 밤마다 깎아야 하는 까닭에 하루 유지비가 몇 억 단위인 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물론 봅슬레이 레인에선 스켈리톤과 루지까지 할 수 있으니 봅슬레이 하나만으로 계산하긴 좀 그렇습니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동계스포츠치고 귀족 스포츠 아닌게 없습니다. 쇼트트랙은 돈 적게 들어갈 것 같은가요? 피겨는? 아니... 스키는? 1시간 기다려서 몇 분만에 내려오는 스키장이 아니라 선수들이 초고속으로 내려오는 스키장을 만드는데... 그게 억 단위로 해결될 거 같은가요? 더군다나 산에 나무를 밀어버리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반환경적이기도 합니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꽤나 부어넣었었죠.

사실 동계스포츠들은 추운 나라에선 일상적 이동수단들이지만, 이게 위도가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돈 들어가는 스포츠가 됩니다. 노르웨이와 같은 북구에서 스키는 눈 많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1인 이동수단인데... 이걸 높은 산두 별루 없는 한국에서 타려면 돈 꽤 내야 하니까요.

그러니 돈 많이 들어가죠. 근데 가카의 지엄한 뜻을 어긴 예능PD에게 쫓아가 삿대질하시는 분들이 간과하는게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 돈 많이 들어가는 동계 스포츠 단지를 국제경기장 규모로 갖추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지자체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다 이 지자체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4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4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프라는 만들면 되고, 지역주민들의 의사도 달 너머까지 가 있는 상태임에도... 이 나라가 동계스포츠계에선 최근 몇년까지 듣보잡이었다는 겁니다.

김연아가 주니어에서의 실력을 시니어까지 끌고 올라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이 동계스포츠에서 좀 한다고 나왔던 것은 쇼트트랙 하나 밖엔 없습니다. 피겨야 전세계에 방송이라도 많이 나가죠... 쇼트트랙은 그런거 없거든요. 바이에슬론이나 스키, 스키 점프 등은 뭐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잖아요?

그런 판에 남의 나라 썰매를 500달러 주고 빌려서 나간 팀이 3등을 먹었단 말이졉. 이거, 유치 심사단에게 어필 될 것 같습니까? 안 될것 같습니까? 한국판 쿨러닝, 흥행 안될까요? 전 될거 같은데요? 평창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하는데 있어서 이만큼 도움될 만한 경기종목에... 훈련비가 없어서 출국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나선 것이 비판받아야 하는 행동이었을까요?

무한도전 1월 31일 분 화면 캡쳐

거기다 혹사, 안전사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PD가 무모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아무리 PD라고 하더라도 김태호 PD, 갓 입봉한 초짜입니다. 이 초짜가 '아버지'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박명수와 국민MC라는 칭호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유재석을 끌고 간다는게... 그게 PD가 까라고 해서 하는 걸까요? 아니면 출연자들이 자진해서 나서는 걸까요?

머... 원래 가카야 어제한 이야기와 오늘 한 이야기가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은 까맣게 잊어먹고 다니시는 분이니 그렇다치죠. 몇 개의 부서를 합친 까닭에 예산이 조 단위가 되던 보건복지가족부의 올해 예산이 백억 단위로 떨여졌는데도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복지'라는 참 택두 없는 이야길 꺼내는 건... 그 분의 정신세계에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니까요.

뭐 하긴... 같은 수준이니까 지지하고 그러는거겠죠? 그래도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어서 휘갈깁니다.


 

2009년 2월 5일 목요일

명텐도 2nd 에디션...


ㅎㅎㅎ... 말씀 한 마디로 정치에 관심없는 게임개발회사 개발자들을 한 순간에 안티이명박까페 회원으로 만들어주시는 가카의 영도력에 감탄사만 나올 뿐입니다.

2009년 2월 4일 수요일

푸할할할...명텐도...


가카의 닌텐도 발언, 대한민국의 인문학적 수준이 아닐까요?

2006년, 제가 인터넷 접속 환경이 극악을 달리던 네팔에서 연애질하느라 도끼자루 썩는지 마는지 신경 다 껐던 즈음에... 무심결에 황당한 뉴스를 클릭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잭 웰치옹이 한국에 와서 하던 강연중에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혁신적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해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뚜껑이 와이드하게 열렸다는 기사였죠(검색해보니 걸리는게 저 집꺼라 연결시켜둡니다. 링크 보시고 안 땡기시면 클릭하지 마세요).

잭 옹이 왜 저런 이야길 하고 갔을까... 그땐 그냥 궁금해도 덮어뒀었는데... 나중에 인터넷 속도만큼은 세계최고인 한국 들어와서 확인을 해보니... 애국 네티즌들의 오바질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것들의 해설기사가 저 모냥으로 달릴 정도 밖엔 안되는 분들의 눈에 아이팟은 그냥 mp3플레이어일 뿐이지만... 업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저따구 소리 못합니다.

사실 mp3라는 파일 형식이 나온 것은 9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14.4kbps라는 혁명적인 속도(요즘 이걸로 접속하면 구글 접속하면 담배 한 개비 다 태웁니다) PC통신을 하던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던 것은... 그 극악한 통신환경을 통해서도 받아보면 들을만 한 수준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초고속망이 속속들이 보급되면서... mp3가 사실상 CD를 대체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음악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10대라 소비자의 절대 다수가 포터블 기기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엔... 거의 재앙적인 사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넵스터 등의 p2p 서비스들과 음반사들이 수년간 저작권과 관련된 혈투를 벌이게 되고... 음반사들이 승리를 하면서부터... mp3에 대한 초토화가 시작되게 됩니다. 동요 하나 다운 받았다고해서 수천만달러의 배상금을 내라는 고지가 10대에게 날아가는 일들이 거의 매일같이 벌어졌죠.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가진 일군의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저작권법을 무력화시키면서 mp3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섰지만... 그때마다 제압당하죠.

거의 수년간 이런 싸움이 벌어진 뒤에 나온 것이 아이팟입니다. 이게 지저분하던 저작권 전쟁을 종식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itunes가 합법적인 음원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가 되었다는 것 때문이었죠. 지극히 제한된 곡에서부터 출발했지만, 저작권 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법적 분쟁을 겪지 않으면서 적절한 가격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통의 이해를 만족시키는 통합 플랫폼이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이게 '마케팅'의 문제였을까요?

글쎄요? 제 경험에 의하면... 앞뒤 관계, 법적 관계, 사회적 의미 등에 대해 별 관심없는 공돌이들은 '기술적 차이는 없으나 앞서가는 어떤 상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붙이는 핑계가... '마케팅의 차이'라는겁니다.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 이야긴 자기네 회사에 애플과 같은 기획 마케팅 담당자들이 없어서 회사가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남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찾아보는 이유는... 남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죠. 사실 이게 역사입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역사를 날것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것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뉴라이트가 개새들인건... 이런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무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은 쓰는 족속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남들의 사례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무슨 차이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아니... 닌텐도 같은 거 '국산화'(하... 이 70년대적 정서 물씬 풍기는 단어. 근데 닌텐도 우리말로 작동되는데 말인다...)하면 안되냐는 가카의 철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2MB를 비판하는 것은 쉽습니다. 실제로 황당한 아저씨니까요. 그런데 그런 황당한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동인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한다면... 이거,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역사가 됩니다. 그러고 싶으십니까?

역사, 문학, 철학... 어쩌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수년 동안 시궁창에 처박았던 학문들, 이 소중한 학문들을 당장 돈이 안된다고 시궁창에 처박았던 것이 그 황당한 아저씨를 말두 안되는 자리에 앉혔던 원동력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대안은 시궁창에 처박았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서 잘 씻고 말려서 공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든 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고 그 조직을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학습' 아니던가요...?


Psychopath는 성격이 아니에요~

어떤 특정한 성장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싸이코페스가 되는 거이 아니라고. 뇌구조부터가 다르게 생겨먹은 사회적 돌연변이들인데... 이걸 성격으로 착각들하니 웃기는 이야기들 하고 계시는거라고.

진단이 개판이니 대안이 안 나오는거지... 뭐 대안을 내놔봐야 답 없는 사회이긴 하다만.


사이버 모독죄와 닌텐도

낮에 프레시안을 읽다가 이 기사를 보고 뿜었습니다. 벙커 밖으로 나와서 햇볕 좀 보면서 정신이나 차렸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닌텐도가 잘 팔린다는데 그런거 좀 만들어서 팔지..."라고 했다는거죠.

IT가 일자리를 줄이는 주범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게임은 IT가 아니라 뭐 다른 산업의 하위개념인가 봅니다.

암튼, 겜업계 종사자들은 오늘 저 옥음을 듣고 하루종일 고혈압에 시달렸을텐데... 란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나 올라왔더군요.

대충 이런 반응들이랍니다.

코카콜라 같은 음료수 만들어라. 전 세계 어디가도 그거 안 파는 가게 없더라.
질레트 같은 면도기 만들어라. 전 세계 남자들 중 그거 안 쓰는 사람 없더라.
제록스 같은 복사기 만들어라. 전 세계 사무실 그거 안 쓰는 데 없더라.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 만들어라. 전 세계 PC에 그거 안 쓰는 PC 없더라.


백지영씨의 '입술을 주고'가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동시에 뜨는 날... 이런 거 보면 참 우습지도 않은거죠.

본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본인들이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단 0.1초도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 길게 말을 하는거 자체가 저만 피곤할 뿐이라는 거... 잘 압니다만... 올라가는 혈압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글을 또 쓰게 됩니다요.

한류가 아시아 대중 문화의 한 흐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에서 가장 시민의 권리가 보장된 국가들 중에 하나였다는 것과 경제규모 덕택이었습니다. 돈 있으니까 비싼거 만들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니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나왔던거죠. 그런데 1년도 안된 시간동안에 표현의 자유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다들 하는데 우리도 개발해보지... 와 같이 욕 처먹어 싼 소리나 늘어놓지 말고... 귀꾸멍이나 좀 열어놓고 듣기 싫어도 욕하는거 냅두는게 게임산업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거. 이해는 할까요? 마린의 담배에 시비를 거는 청소년보호법이 10년전에 있었다면 미국 드라마에서 소품으로 리지니의 포스터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을까요?

쥐박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일단 검색해서 캡쳐해놓고 계신다는 분들의 뇌회로도를 감안하면 택두 없을 거라고 봅니다.

뭐... 가처분 소득이 없어서, 소비를 할 수 없어서 내수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걸... 그걸 가속화하는 법안으로 내수경기 진작을 하겠다는 참 당황스러운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니... 뭐가 불가능하겠습니까. 테트리스도 KGB의 감시가 시퍼렇게 살아있던 소련에서 개발되긴 했죠. 그 돈은 다른 놈들이 챙겨갔지만.

혹시... 그런 식으로 개발하라는 걸까요? 남의 나라를 위한 자원봉사 모드 말입니다. 쩝...


 

2009년 2월 3일 화요일

아무래도 컴맹 맞는 듯...

급하게 일을 끝내야 하는데... 4년여간을 써온 제 랩탑이 드뎌 사망을 하는 초특급 사고가 터졌습니다. USB 인식이 제대로 안되기 시작하더니만 다양한 증상을 보이면서 작업불가를 외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물품구입요청을 하고 90만원짜리 Compaq AMD모델로 하나 긴급하게 공수해왔습니다.

닝기리... 그런데 이게 만만찮은 작업이 되더군요. 제가 비스타를 별루 좋아하지 않아서 XP로 다운그레이드를 했는데... 요즘은 XP용 드라이버가 아예 나오는게 없다더군요. 드라이버 잡는 것만 거의 1시간을 하고 가지고 들어와 데이터 백업을 하고 다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데 거의 4시간이 걸렸습니다.

뭐 그러고 나니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리다시피 했는데... 어째 점점 더 컴터라는 기계 자체에 대한 이해가 급감하고 있었던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 기준에서 보자면, 사실 업그레이드나 교체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어졌던 상태입니다. 왜냐면 비스타같이 덩어리만 큰 운영체제를, 혹은 별 다른 이유 없이 최신 어플리케이션만 돌리지 않는 다음에야 그 성능들이 필요없잖아요. 오피스도 2003이면 충분히 잘 쓰고 있는데 상위 버전을 쓰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들고 쓰는 사람들 걸 봐도 뭘 눌러야 하는건지 까리하니 말입니다.

뭐 컴터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도구로 뭘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냐란 말을 입에 달고 댕기긴 하지만... 몇 년째 그 상태로 살다보니 정작 사러가서가 문제가 되더라구요. 어느 부품은 뭘로 가야 하겠다는 가이드 라인이 아니라 XP베이스에서 오피스랑 가끔 동영상 보는데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참 단순해진 기준으로 용팔이들을 만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걱정 비슷한게 잠깐 머릿속을 지나가는 건... 이게... 노화의 일환이 아닌가란 거죠. --;;; 제 뇌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필요없는 것들은 적절하게 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입니다. ㅠㅠ



 

2009년 2월 2일 월요일

대한민국 좌파와 우파의 공동전선, 문화예술

좌우 구분을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누는 참 형이상학적인 정치지형도를 그리는 분들이 워낙 많은지라 이런 말을 쓰는게 맞는가 싶긴 합니다만... 싸우면서 닮는다고... 실제로 닮은 구석들이 꽤 많은게 현실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양쪽 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선 상당히 적대적인 노선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왼쪽의 똘끼 충만한 분들은 '싸우기 바쁜 판에 무슨 문화예술이냐'라고 일갈하고, 대한민국산 예쑤님의 성령을 받드는 오른쪽의 똘끼 충만한 분들도 '먹고사니즘'을 이야기하거든요. 뭐 이 분들이 가끔 '문화예술'을 언급할 때가 있긴 한데... 그건 '관련 공연시설의 건축'을 의미하지... 그 '건물'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관심 없거든요.

사실 대한민구에서 오른쪽에 포진한 분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은 딱 둘만 보면 됩니다. 하나는 각하, 또 하나는 삼성.

2006년 열린우리당의 시장후보로 강금실 장관이 나왔을때... 당시 시장이던 각하, 요런 과의 말씀을 하셨더랬죠.

"서울시 공무원들 춤은 좀 추겠네"

뭐 마파도2에서의 장년 여배우들을 두고 한 말씀도 만만찮습니다만.

그럼 삼성은 뭐가 문제냐구요?

ㅎ... 작년 여름에 삼성 미술관 리움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건물 디자인부터 제 할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미니멀리즘은 사실 '자뻑'과 '독선'으로 읽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디자인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건물의 디자인을 이렇게 하는게 '현명한 것'이었을까요?

거기다... 전시실 안에서 빛의 반사 때문에 전시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지점들이 존재하더라는 것, 디스플레이가 맥락 없이 전시물의 가격 위주로 된 것에 가깝다는 것 등으로 가면 거의 좌절 수준입니다.

그럼 왼쪽은 낫냐... 조까라 되겠습니다.

목수정씨가 변듣보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변듣보의 삶의 목적 자체가 욕을 쳐듣더라도 인구에 회자만 되면 된다는 건데... 그걸 맞춰주신 것에 대해선 저도 유감입니다. 하지만 댓글들 중에 하나가 '현실과 유리된 문화예술' 운운...하는 걸 보니 바로 꼭지가 돌았습니다.

그 댓글 단 ㅆㅂ넘은 우고 차베스가 왜 El Sistema에 피 같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돈을 쓰는지 이해할까요? 다분히 부르조아틱한 이 관현악이 아이들의 뇌 발달 뿐만 아니라 '협력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거... 이해나 할까요?

근데 말이졉... 8, 90년대의 사회과학 이론가들(친구넘은 염소수염이라는 말로 조롱합니다만)은 지금 뭐하는지 몰라도... 그 당시에 딴따라라고 개무시당했던, 그리고 심지언 조직에서도 짤렸던 진중권과 김규항이 살아남은 좌파 필자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습니다. 뭐 하는 꼬라지로 봐서 저런 식의 댓글 달고 댕기는 넘은 대중성이 제로에 수렴하는 지네들끼리들 중에서 한 넘을 영웅취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똘끼 충만한 양극단의 사람들을 보면... 문화예술이 이들의 공공의 적이라는 느낌... 저만 드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