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4일 수요일

가카의 닌텐도 발언, 대한민국의 인문학적 수준이 아닐까요?

2006년, 제가 인터넷 접속 환경이 극악을 달리던 네팔에서 연애질하느라 도끼자루 썩는지 마는지 신경 다 껐던 즈음에... 무심결에 황당한 뉴스를 클릭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잭 웰치옹이 한국에 와서 하던 강연중에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혁신적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해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뚜껑이 와이드하게 열렸다는 기사였죠(검색해보니 걸리는게 저 집꺼라 연결시켜둡니다. 링크 보시고 안 땡기시면 클릭하지 마세요).

잭 옹이 왜 저런 이야길 하고 갔을까... 그땐 그냥 궁금해도 덮어뒀었는데... 나중에 인터넷 속도만큼은 세계최고인 한국 들어와서 확인을 해보니... 애국 네티즌들의 오바질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것들의 해설기사가 저 모냥으로 달릴 정도 밖엔 안되는 분들의 눈에 아이팟은 그냥 mp3플레이어일 뿐이지만... 업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저따구 소리 못합니다.

사실 mp3라는 파일 형식이 나온 것은 9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14.4kbps라는 혁명적인 속도(요즘 이걸로 접속하면 구글 접속하면 담배 한 개비 다 태웁니다) PC통신을 하던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던 것은... 그 극악한 통신환경을 통해서도 받아보면 들을만 한 수준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초고속망이 속속들이 보급되면서... mp3가 사실상 CD를 대체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음악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10대라 소비자의 절대 다수가 포터블 기기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엔... 거의 재앙적인 사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넵스터 등의 p2p 서비스들과 음반사들이 수년간 저작권과 관련된 혈투를 벌이게 되고... 음반사들이 승리를 하면서부터... mp3에 대한 초토화가 시작되게 됩니다. 동요 하나 다운 받았다고해서 수천만달러의 배상금을 내라는 고지가 10대에게 날아가는 일들이 거의 매일같이 벌어졌죠.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가진 일군의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저작권법을 무력화시키면서 mp3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섰지만... 그때마다 제압당하죠.

거의 수년간 이런 싸움이 벌어진 뒤에 나온 것이 아이팟입니다. 이게 지저분하던 저작권 전쟁을 종식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itunes가 합법적인 음원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가 되었다는 것 때문이었죠. 지극히 제한된 곡에서부터 출발했지만, 저작권 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법적 분쟁을 겪지 않으면서 적절한 가격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통의 이해를 만족시키는 통합 플랫폼이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이게 '마케팅'의 문제였을까요?

글쎄요? 제 경험에 의하면... 앞뒤 관계, 법적 관계, 사회적 의미 등에 대해 별 관심없는 공돌이들은 '기술적 차이는 없으나 앞서가는 어떤 상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붙이는 핑계가... '마케팅의 차이'라는겁니다.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 이야긴 자기네 회사에 애플과 같은 기획 마케팅 담당자들이 없어서 회사가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남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찾아보는 이유는... 남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죠. 사실 이게 역사입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역사를 날것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것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뉴라이트가 개새들인건... 이런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무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은 쓰는 족속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남들의 사례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무슨 차이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아니... 닌텐도 같은 거 '국산화'(하... 이 70년대적 정서 물씬 풍기는 단어. 근데 닌텐도 우리말로 작동되는데 말인다...)하면 안되냐는 가카의 철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2MB를 비판하는 것은 쉽습니다. 실제로 황당한 아저씨니까요. 그런데 그런 황당한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동인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한다면... 이거,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역사가 됩니다. 그러고 싶으십니까?

역사, 문학, 철학... 어쩌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수년 동안 시궁창에 처박았던 학문들, 이 소중한 학문들을 당장 돈이 안된다고 시궁창에 처박았던 것이 그 황당한 아저씨를 말두 안되는 자리에 앉혔던 원동력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대안은 시궁창에 처박았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서 잘 씻고 말려서 공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든 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고 그 조직을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학습' 아니던가요...?


댓글 3개:

  1. 어머, 공부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책 세권 옆에 쌓아놓고 한달째 방치하고 있는 1인...)

    답글삭제
  2. trackback from: 가카가 원하시는 '닌텐도 같은 거' [룰웹 펌]
    우리는 링컨같은 정치 하길 원하거든... 쫌 안되겠니?

    답글삭제
  3. @까꽁폭풍 - 2009/02/05 08:32
    왜 그러쎄요~ --;; 담주 월수금중에 편한시간이나 골라주세요~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