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방송국 파업의 상징은 아나운서들입니다. 손석희가 그랬고, 백지연이 그랬고, 박혜진도 그랬습니다.
사진은 파업 출정식 날 집회 사회를 보던 박경출 아나운서
그런데... 작년 연말에 진행되었던 MBC파업의 상징들 중에 한 명은 좀 뜬금없는 사람이었죠. 바로 MBC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낑겨들어가 있었죠.
김태호 PD, 출처는 독설닷컴
얼굴 생긴 걸로보면... 왠 상징?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지만,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팬들이 있었고, 그들에 의해 방송법 개악 내용이 상당히 대중적인 형태로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뭐... 여기에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약간은 전략적인 포스팅도 작동했습니다. 전업기자가 거의 전업블로거 수준으로 글을 포스팅하는 판에 간간히 김태호 PD의 사연등이 소개되고... 요게 서로간의 상승효과를 봤던 측면이 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차에... 파업이 끝난 직후에 방송에 들어간 것이 또... 이야기거릴 좀 가지고 있었죠. 500달러 주고 봅슬레이를 빌려서 참가한 대회에서 3등을 먹은 우리나라 봅슬레이팀의 전지훈련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한 예능 PD가 뛰어다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그럴까요? 좀 뜬금없는 이야기를 인터넷의 곳곳에서 읽게 되더군요. 뭐냐면... 봅슬레이가 원래 귀족 스포츠인데, 그걸 외국에 나가서까지 하는 팀을 지원하는게 말이 되냐... 는 겁니다.
이 분들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용산참사를 어떻게 해서든 철거에 저항하던 사장님들의 싸움을 축소시키려고 하는 검찰과 경찰의 노력이 오버랩되면서 안쓰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옵니다. 안되는거 하려고 참 애쓰니 말입니다.
봅슬레이가 귀족스포츠다...? 글쎄용? 봅슬레이 썰매 하나가 억 단위를 호가하는 물건이니 비싼 건 사실입니다. 거기다 레인 유지비용은 상상초월입니다. 일일히 얼음전문가들이 밤마다 깎아야 하는 까닭에 하루 유지비가 몇 억 단위인 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물론 봅슬레이 레인에선 스켈리톤과 루지까지 할 수 있으니 봅슬레이 하나만으로 계산하긴 좀 그렇습니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동계스포츠치고 귀족 스포츠 아닌게 없습니다. 쇼트트랙은 돈 적게 들어갈 것 같은가요? 피겨는? 아니... 스키는? 1시간 기다려서 몇 분만에 내려오는 스키장이 아니라 선수들이 초고속으로 내려오는 스키장을 만드는데... 그게 억 단위로 해결될 거 같은가요? 더군다나 산에 나무를 밀어버리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반환경적이기도 합니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꽤나 부어넣었었죠.
사실 동계스포츠들은 추운 나라에선 일상적 이동수단들이지만, 이게 위도가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돈 들어가는 스포츠가 됩니다. 노르웨이와 같은 북구에서 스키는 눈 많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1인 이동수단인데... 이걸 높은 산두 별루 없는 한국에서 타려면 돈 꽤 내야 하니까요.
그러니 돈 많이 들어가죠. 근데 가카의 지엄한 뜻을 어긴 예능PD에게 쫓아가 삿대질하시는 분들이 간과하는게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 돈 많이 들어가는 동계 스포츠 단지를 국제경기장 규모로 갖추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지자체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다 이 지자체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4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4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프라는 만들면 되고, 지역주민들의 의사도 달 너머까지 가 있는 상태임에도... 이 나라가 동계스포츠계에선 최근 몇년까지 듣보잡이었다는 겁니다.
김연아가 주니어에서의 실력을 시니어까지 끌고 올라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이 동계스포츠에서 좀 한다고 나왔던 것은 쇼트트랙 하나 밖엔 없습니다. 피겨야 전세계에 방송이라도 많이 나가죠... 쇼트트랙은 그런거 없거든요. 바이에슬론이나 스키, 스키 점프 등은 뭐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잖아요?
그런 판에 남의 나라 썰매를 500달러 주고 빌려서 나간 팀이 3등을 먹었단 말이졉. 이거, 유치 심사단에게 어필 될 것 같습니까? 안 될것 같습니까? 한국판 쿨러닝, 흥행 안될까요? 전 될거 같은데요? 평창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하는데 있어서 이만큼 도움될 만한 경기종목에... 훈련비가 없어서 출국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나선 것이 비판받아야 하는 행동이었을까요?
무한도전 1월 31일 분 화면 캡쳐
거기다 혹사, 안전사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PD가 무모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아무리 PD라고 하더라도 김태호 PD, 갓 입봉한 초짜입니다. 이 초짜가 '아버지'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박명수와 국민MC라는 칭호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유재석을 끌고 간다는게... 그게 PD가 까라고 해서 하는 걸까요? 아니면 출연자들이 자진해서 나서는 걸까요?
머... 원래 가카야 어제한 이야기와 오늘 한 이야기가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은 까맣게 잊어먹고 다니시는 분이니 그렇다치죠. 몇 개의 부서를 합친 까닭에 예산이 조 단위가 되던 보건복지가족부의 올해 예산이 백억 단위로 떨여졌는데도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복지'라는 참 택두 없는 이야길 꺼내는 건... 그 분의 정신세계에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니까요.
뭐 하긴... 같은 수준이니까 지지하고 그러는거겠죠? 그래도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어서 휘갈깁니다.
trackback from: 무한도전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메세지
답글삭제무한도전 '마지막 1분'편이 감동과 눈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봅슬레이 한국대표팀 선발을 지원하기 위해 무도팀의 멤버들이 직접 합류한 선발대회는 말그대로 '무모한 도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전진의 어깨부상 그리고 정형돈의 허리부상...이번회 무한도전에서 처음 출발한 유재석,전진,정준하 팀은 처음부터 균형조절을 못해 몇차례 코스도중 벽에 부딪치는 일이 발상하더니 급기아 도착지점에서 균형이탈로 봅슬레이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무모했던..
이번주 무한도전 정말 초대박이었음..^^
답글삭제@전단지박사 - 2009/02/07 19:20
답글삭제훔... 원자력을 대체에너지로 취급하시는건 좀 당황스럽군요.
@미자라지 - 2009/02/07 23:27
답글삭제평균 연령 39세가... 맨날 연습하는 일본대표보다 몇 초 늦은 상태로 들어가더라는 거... 보면서 옛날 프로그램 하나가 기억나더군요. <도전 지구탐험대>였는데요... 전용레인에서 연습할 수가 없어서 아스팔트 바닥에서만 연습한 루지선수들과 달리... 기초체력훈련 간신히 넘긴 아나운서 한 명이 국가대표와 비슷한 수준의 타임랩을 찍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더군요.
도전 지구탐험대는 못봤지만 무한도전 보면서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네요..ㅋ
답글삭제@미자라지 - 2009/02/09 08:36
답글삭제그 아나운서는 지금 뭐 활동도 안하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