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월요일

네팔 지진과 관련해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단체

이번에 지진 나고 나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은 "믿고 돈을 보낼만한 단체를 소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모 국회의원께서 "대한적십자사가 아이티 지진을 위해 모금한 돈 중에서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뒀다"라고 한 폭로, 그리고 몇몇 "기독교 계통의 구호단체들이 현지에서 재난구조보다 선교에 힘쓴다"는 이야기들이 돌면서부터 심화되었던 것 같은데요... 이거, 좀 많이 무책임한 언론과 현지에선 어떤 이해관계가 작동하는지를 필터링하지 않고 봐서 발생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일단, 현지에 대한 교육훈련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을 보내는 것 자체가 거대한 삽질이죠. 그렇지 않으려면 평소에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구호단체 사람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가난한 나라들은 인프라 자체도 엉망이기 때문에 보험과 각종 수당등을 붙여서 보내지 않으면, 지역으로 파견되는 직원의 본국 노동법을 어기게 되죠...

그렇다고 현지에서 직원들을 뽑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구조 구난 작업, 특히 수색 구조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들을 상당한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에서 대형 재난이 벌어지면 첫 번째 부딛히는 문제는 '장비와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현지 직원을 채용해서 선진국에서 이런 교육훈련을 시키는 비용보다 선진국에서 훈련받은 이들을 제3세계에 적응훈련시키는 것이 훨씬 더 쌉니다. 오버헤드 비용은 그래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티 건을 폭로했던 그 분, 이 비용들을 모두 제외하고 투입된 비용을 계산했었습니다. 거기다 또 한가지... 아이티 지진 당시에 미군이 가장 먼저 투입했던 것은 군인이었어요. 그만큼 현지 치안이 엉망이라는 거고, 국가 상태가 시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현지 은행에 돈 넣어두면 그게 무사히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당신들은 너무 안전한 나라에서만 사셔서 그런 겁니다. 적십자사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문제, 그리고 조직 자체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돈을 안 보냈던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팔은 그 정도는 아닌데 국제사회의 눈이 너무 매섭다는 것이 네팔 정부와 정부와 유착된 기자들의 불만이죠.



문제는 이런 이미지들이 돌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건데요... 이거 쫌만 생각해보면 뭔가 목적이 있는 선동용 카툰이라는 것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펀드를 구성하는 사람은 '세계시민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평범한 제1세계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리고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남아서 그러는게 아니라 아끼고 아껴서 돈을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사회학자 엄기호 선생의 표현을 빌자면 '세계시민의 의무를 다하려고 하는 제1세계의 연금생활자' 같은 분들이죠. 무엇보다 기금이 저런 다단계를 거치는 구조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살포하는 이유... 제1세계에서 교육받아 사람들이 어디에 감응하는지를 빤히 아는 양반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이런 이미지를 보면 그 돈을 직접 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더 많아질거라는 짱구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돈이 들어가서 제대로 작동하는 현지 NGO, 손가락으로 꼽습니다.

물론 저에게 믿을 만한 현지 NGO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는 그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조직을 알고 있어서 그런거 아니냐는 거겠죠... 있긴 있는데 불교 NGO입니다. 종교색을 가졌다고 하면 질겁할 분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아는데... 일단 이 사진부터 좀 보시죠...

비구니 스님들입니다. 티벳 역시 남아선호사상이 꽤 쎈 지역이라 여자들, 사람 대접 제대로 못 받습니다. 전통적으로 티벳 불교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구도의 길에 나선 비구들 뒷수발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티벳 불교의 4대 문파중 가장 큰 드룩파 문파의 리더인 갈왕 드룩파 림포체께선 이거 좀 바꿔보시겠다고, 양성평등을 실천하시겠다고 다짐하시고 꽤 많은 성과들을 내놓으신 분입니다. 네팔 카트만두의 스와얌부나트가 보이는 산 중턱에 땅을 꽤 크게 사신 다음에 처음 하신 일 들 중에 하나가 50분의 비구니 스님들을 받아들인 겁니다. 그 분들이 2004년에는 200분으로 늘어났고 2010년에는 500분으로 늘어났죠.

현지에선 세또 곰파, 하얀 절이라고 불리는 DRUK AMITABHA MOUNTAIN은 이렇게 받아들인 비구니 스님들에 의해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는 곳입니다. 의대 졸업하신 분들까지 나와서 네팔과 인도 동북부, 그리고 이젠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티벳 곳곳에 현대적 의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그 하나일 뿐입니다.

당신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었으니 우리는 그것을 갚아야 한다고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이 절의 비구니 스님들은 지진 직후, 트럭도 들어가지 못하는 길에 쌀가마니를 직접 매고 올라가서 전달하신 분들입니다...


이만하면 추천할만 하지 않나요?

자 그럼 후원하시는 방법...

갈왕드룩파 림포체께서 만든 재단입니다. 이번 재난 구호에 앞장서고 계시죠...
http://www.livetolove.org/donate-sidebar

밑에 보시면 이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별로 돈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말씀드린 비구니 스님들 교육을 위한 시설입니다.
http://drukpa-nuns.org/index.php/support-us/sponsorship

오른쪽 하단에 페이팔로 돈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있습니다.

저랑 관계 있냐구요...? 없습니다. 제가 갈왕 드룩파 림포체께 Your Holyness라고 존칭 쓰는 것을 두고 Sir라고 하지 않냐고 시비거시던 분과 함께 갈왕 드룩파 림포체 한 번 뵌 적은 있습니다. 아마 그 분은 영미권 신부님 보고 Father @@@라고 하면 왜 아버지라고 하냐고 시비걸 분이죠.

무엇보다 이 조직, 미쉘 여와 수잔 세런든이 열심히 후원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교단체라서 싫으시다구요...? 그럼 사실 답은 하나 밖엔 없네요. 국경없는 의사회.

2015년 5월 3일 일요일

현재 보도가 집중 되고 있는 네팔의 두 주는...



현재 언론보도가 집중되고 있는 피해지역은 두 곳입니다. 고르카와 신두팔촉. 그런데 얘네가 주로 집중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주의 위치는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그럼 아래의 그림을 보세요. 고르카는 인도와의 국경도시인 비르간즈에서 넘어오는 물류 요충지입니다. 반면 신두팔촉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코다리가 지나는 주죠. 재난 구조 조차도 두 강대국에게 주도될 수 밖에 없는 약소국인 네팔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사실 많이 씁쓸합니다.


2015년 5월 2일 토요일

지금 주네팔 한국 대사관을 갖고 너무 뭐라고 해서는 안되는 이유

누가 누구에게 어떤 비판을 할때, 그 비판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나서면 사람들은 왜 어처구니 없는가를 먼저 따져보는게 아니고 비판 당하던 쪽과 무슨 관계가 있는게 아닌가부터 따지더군요. 그게 비난이든 비판이든, 혹은 모함이든 상관없이 누가 누구에게 뭐라고 하는게 천부인권인것 처럼 말입니다.

이 나라에 처음왔던게 2006년 4월이었고, 이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좀 해보자고 덤벼든게 2008년 11월입니다. 그동안 다른나라들이라면 안 겪었을 수많은 일들을 겪었죠. 그 과정에서 현지 공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제가 이상한 놈일겁니다. 뭐 20대때 한참 혈기 넘칠때였으면 파이프 휘둘렀을 일이 한 두번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관에 대한 삐딱한 기사들에 대해 대단히 삐딱한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명도 제대로 모르는 기자들의 눈에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도 대한민국 국적자들에게 현지 공관은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스템입니다.

네팔의 국가조직이 엉망이고 부정부패가 장난 아니라는 이야기를 지진 발생 이후 한 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연상하게 되는게 '지구 종말의 날'입니다. 빨리 한국으로 탈출하지 않으면 그게 미친 놈이 되는 그림 말입니다. 그런 그림이었으면 벌써 저도 도망갔고, 이미 확보해놓은 도망가는 방법들 꽤 됩니다.

그런데 그 정도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사실 불안한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한국의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목록들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여튼, 하려던 말은 이겁니다. 어떤 시스템도 이런 재난 상황에선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지속되면,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스템도 붕괴하게 됩니다. 주 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에 몇 백명의 직원이 있는게 아닙니다. 지금은 KOICA 직원들과 공관원들 가족들까지 나와서 이런 저런 잡다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판에 애먼 공관 조지는 기사들 내기 시작하면 기자 당신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땡이지만 여기서 최대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동아줄 하나도 잘라놓는거라구요.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두 번째... 교민들과 공관이 데면데면한 이유가 있습니다.

관변조직들은 특별한 대우들을 받습니다. 민주평통이라든가 뭐 그런 관변조직들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국가가 해주는게 비행기 표 정도인데... 그게 백만원 단위가 넘잖아요? 당연히. 그런 거 딱밥으로 뿌려놓으면 그 떡밥 문 사람들과 안 문 사람들의 관계가 아주 친밀하다면 그게 이상한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 번째... 기사꺼리.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카트만두 바이라인 달아서 날린 분들 이후 과장된 기사들이 처음을 달궜습니다. 뭐 멀쩡한 건물이 없다는 둥, 울음소리만 가득찼다는 둥... 근데 그런 작문 해놓고 와서 보니까들 기대한 그림들이 아니거든요.

미국 매체들도 꽤나 삽질들을 하고 있는데에 반해 영국 매체들이 침착하고 정보 가치 높은 기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꽤나 오래 살았던 기자들의 풀이 상당하거든요. 'Kathmandu'라는 책을 낸 이코노미스트와 데일리 텔레그라프 특파원을 지낸 토마스 벨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여기 저보다 오래 있었고, 아내도 네팔 사람이에요.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구요.

다문화라고 하면 오유와 일베가 어깨동무를 하는 대한민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 카트만두 분지 내에서 빙빙돌면서 기사꺼리를 찾아야 합니다. 카트만두 분지 밖에서 식량 공급도 제데로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은 차로 못갑니다. 그러니 헬기 대여를 해야 하는데... 평소에도 시간당 몇 백만원 합니다. 안나푸르나 같은 곳에서 나도 해발 5천 밟았다고 시가 한 대 빨다가 자빠지는 양반들이 카트만두의 고산병 전문 병실에 들어가기 위해서 써야 하는 헬기 대여료는 5백만원 수준이었죠. 지진 이전에.  그런데 지금은 그거보다 더 달라고 합니다. 공급은 빤한데 수요가 넘치면 비싸지는거 당연하잖아요?

그러니 남들과 똑같은 그림과 기사 내보낼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데스크에서 싫어하겠죠? 쥐꼬리만한 취재비 주는 분들이? 그런 상황에서 공관조지기는 기사 쓰기 편하고, 주목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걔네들이 뭐 그렇지"라는 반응 밖엔 안하시겠지만 그 반응을 위해 만들어진 기사들로 필요 이상으로 쪼게 되면...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정말 황당해집니다. 내가 그 양반들이 이뻐서 편들어주는게 아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