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일 토요일

지금 주네팔 한국 대사관을 갖고 너무 뭐라고 해서는 안되는 이유

누가 누구에게 어떤 비판을 할때, 그 비판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나서면 사람들은 왜 어처구니 없는가를 먼저 따져보는게 아니고 비판 당하던 쪽과 무슨 관계가 있는게 아닌가부터 따지더군요. 그게 비난이든 비판이든, 혹은 모함이든 상관없이 누가 누구에게 뭐라고 하는게 천부인권인것 처럼 말입니다.

이 나라에 처음왔던게 2006년 4월이었고, 이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좀 해보자고 덤벼든게 2008년 11월입니다. 그동안 다른나라들이라면 안 겪었을 수많은 일들을 겪었죠. 그 과정에서 현지 공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제가 이상한 놈일겁니다. 뭐 20대때 한참 혈기 넘칠때였으면 파이프 휘둘렀을 일이 한 두번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관에 대한 삐딱한 기사들에 대해 대단히 삐딱한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명도 제대로 모르는 기자들의 눈에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도 대한민국 국적자들에게 현지 공관은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스템입니다.

네팔의 국가조직이 엉망이고 부정부패가 장난 아니라는 이야기를 지진 발생 이후 한 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연상하게 되는게 '지구 종말의 날'입니다. 빨리 한국으로 탈출하지 않으면 그게 미친 놈이 되는 그림 말입니다. 그런 그림이었으면 벌써 저도 도망갔고, 이미 확보해놓은 도망가는 방법들 꽤 됩니다.

그런데 그 정도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사실 불안한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한국의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목록들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여튼, 하려던 말은 이겁니다. 어떤 시스템도 이런 재난 상황에선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지속되면,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스템도 붕괴하게 됩니다. 주 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에 몇 백명의 직원이 있는게 아닙니다. 지금은 KOICA 직원들과 공관원들 가족들까지 나와서 이런 저런 잡다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판에 애먼 공관 조지는 기사들 내기 시작하면 기자 당신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땡이지만 여기서 최대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동아줄 하나도 잘라놓는거라구요.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두 번째... 교민들과 공관이 데면데면한 이유가 있습니다.

관변조직들은 특별한 대우들을 받습니다. 민주평통이라든가 뭐 그런 관변조직들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국가가 해주는게 비행기 표 정도인데... 그게 백만원 단위가 넘잖아요? 당연히. 그런 거 딱밥으로 뿌려놓으면 그 떡밥 문 사람들과 안 문 사람들의 관계가 아주 친밀하다면 그게 이상한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 번째... 기사꺼리.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카트만두 바이라인 달아서 날린 분들 이후 과장된 기사들이 처음을 달궜습니다. 뭐 멀쩡한 건물이 없다는 둥, 울음소리만 가득찼다는 둥... 근데 그런 작문 해놓고 와서 보니까들 기대한 그림들이 아니거든요.

미국 매체들도 꽤나 삽질들을 하고 있는데에 반해 영국 매체들이 침착하고 정보 가치 높은 기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꽤나 오래 살았던 기자들의 풀이 상당하거든요. 'Kathmandu'라는 책을 낸 이코노미스트와 데일리 텔레그라프 특파원을 지낸 토마스 벨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여기 저보다 오래 있었고, 아내도 네팔 사람이에요.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구요.

다문화라고 하면 오유와 일베가 어깨동무를 하는 대한민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 카트만두 분지 내에서 빙빙돌면서 기사꺼리를 찾아야 합니다. 카트만두 분지 밖에서 식량 공급도 제데로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은 차로 못갑니다. 그러니 헬기 대여를 해야 하는데... 평소에도 시간당 몇 백만원 합니다. 안나푸르나 같은 곳에서 나도 해발 5천 밟았다고 시가 한 대 빨다가 자빠지는 양반들이 카트만두의 고산병 전문 병실에 들어가기 위해서 써야 하는 헬기 대여료는 5백만원 수준이었죠. 지진 이전에.  그런데 지금은 그거보다 더 달라고 합니다. 공급은 빤한데 수요가 넘치면 비싸지는거 당연하잖아요?

그러니 남들과 똑같은 그림과 기사 내보낼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데스크에서 싫어하겠죠? 쥐꼬리만한 취재비 주는 분들이? 그런 상황에서 공관조지기는 기사 쓰기 편하고, 주목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걔네들이 뭐 그렇지"라는 반응 밖엔 안하시겠지만 그 반응을 위해 만들어진 기사들로 필요 이상으로 쪼게 되면...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정말 황당해집니다. 내가 그 양반들이 이뻐서 편들어주는게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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