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가 올 한해 동안 꽤나 죽을 쒔죠. 근데 미국도 뭐 그렇게 해피한 상태로 2007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미 시나리오 작가 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이 지난 11월 5일 시작한 파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pre-production과정에서 뒤로 밀린 것들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뭐 미드 팬들의 입장에선 이제 시즌 중반쯤을 달려야 할 시리즈들이 이번 주를 기점으로 일단 방영 중지 되어야 할 상황이니 더 안타까울 겁니다.
뭐 제작자들, 특히 방송국의 입장에선 미국인들의 넋을 빼놓는 겨울 스포츠의 시즌이기도 하니 배짱인거죠.
암튼... 별로 해피하지 않은 2007년 미국 TV드라마와 관련된 시상식들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새로 떠오르는 신성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겠죠. 바로 여우주연부분을 쓸고 다니는 America Ferrera의 <Ugly Betty>입니다. 사실 이 시리즈 인기의 절반은 이 아가씨의 캐릭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연말의 상복은 당연한 거라고 봅니다.
원작이 <Yo Soy Betty La Fea>, 우리말로 <내 이름은 배티, 못생긴>쯤으로 번역되어야 하는 멕시코 드라마인데요... 한국계 배우들이 슬금슬금 미드에 등장하는 걸 '한류의 미국상륙'으로 밖엔 보도하지 않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분석을 찾아보긴 어렵죠. 아니, 거의 안 나올 거라고 봅니다.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미국에서 꽤 살았다고 하더라도 라틴계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좋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운게 한인사회니까요.
그렇다고 어렸을 때 멕시코에서 좀 있었다고 제가 메히코(그 친구들 발음이죠. x가 영어의 h로 발음합니다. H를 R로 발음하는건 포르투갈어구요)에 대해 국가적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 좀 있었다고 전문가라고 행세하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겁니다. 더군다나 전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공립학교 나와서 미국으로 월경하거나 마약파는 것 이외의 삶의 해법을 가지지 못하는 대부분의 메히까노들에 대해선 아는게 별루 없거든요.
그럼 아는게 뭐가 있다고 주절거릴거냐... 걔네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알 수 있다는 것만 지적할려고 합니다.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이라고, <West Wing>의 제작자였던 아론 소킨이 만든 시리즈가 있습니다. 뭐 한 시즌만 하고 종치긴 했지만. <West Wing>을 만들면서 얼마나 갈굼을 받았는지에 대한 방송백서가 아닌가란 생각을 저 혼자 했을까란 생각이 드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기독교 우파,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랄한 공격과 '미국이라는 나라는 중도들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반복하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UN을 다루는 시리즈를 NBS(NBC의 페러디 같음)에서 방영하기로 사장이 결정하자 회장이 술 한잔 걸치고 주정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거 기억하는 이유는 주정의 내용이 가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주 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10대들 중에서 어떤 넘들이 다이뿌르에서 뭔 일이 벌어졌는지, 심심하면 튀어나올 다국어 자막들을 제대로 읽기나 할거라고 생각하는지, 뭣보다 수 많은 나라들의 다양한 언어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배우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길 하거든요.
미국에서 거주하는 라띠노들에게 인기 있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미국에서 먹히고 세계에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원래 남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애들이 남들의 형식을 흥미로워할 가능성... 제가 생각하기엔 냥이가 김치에 중독될 가능성과 비슷하거든요. 그런 냥이가 있긴 하지만 모든 냥이들의 기준으로 놓고 보면 터무니없으니까요.
실제로 Betty네 집의 구성을 봐도 원단 멕시코인들이 보기에 짜증 낼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되거든요. Betty의 언니역을 맡은 Ana Ortiz는 푸에르토 리코산이고 아빠역을 맡은 Tony Plana는 쿠바산이라구요.
<Ugly Betty> 이전엔 주로 이런 역으로 나오셨답니다.
<Gilmore Girls>에서 한국인 2세로 나오는 레인을 일본계 배우가 맡아서 하는 거랑 비슷한거죠. 뭐 <Heroes>에서 안도의 역할을 한국계인 James Kyson Lee가 맡아서 일본애들이 짜증내는 거랑 비슷합니다. 사실 아직도 많은 미국 드라마들이 인도, 중동지역의 배역들을 대충 섞어놓고 있는 판이구요(아무리 많은 배우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역에 맞는 국적의 배우를 찾아낸다는게 쉬운 말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정서를 이해할 것이냐면...더 터무니없죠. 미국애들이 DONDE VOY의 처절한 가사 내용을 수용할 수 있겠어요? 미국 이민국의 눈을 피하게 해달라는 이야길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간 국경에서 자경단 놀이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박살 내놓을텐데?
사실 <Ugly Betty>의 인기가 Telenovela의 미국점령, 혹은 한류의 벤치마킹 상대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긴 Salma Hayek이 제작자라는 걸 과소평가한거죠. Salma Hayek이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된 멕시코의 분위기였나요? <Bandidas>에선 세상의 풍파에 맞서는 명랑소녀로, 제 눈에 처음 들어왔던 <Desperado>에서도 뭐 그렇게 멕시코적인 분위기는 없었다구요. 물론 <Frida>가 있긴 합니다만... 그거 대박난 영화 아니거든요. 2003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긴 합니다만. R등급으로 개봉했는데 대박나긴 어렵죠.
또 <Ugly Betty>의 인기 자체도 캐릭터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잖아요? X-men에서 Mystique역을 맡았던 Rebecca Romijn등의 몸도 구경거리이긴 합니다만... ^^;;
이 언니가
요렇게 나옵니다. ^^;;;
이 시리즈를 사실상 끌고 가는 또 하나의 힘은 악역을 맡은 Vanessa Williams의 열연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Miranda Priestly역을 맡았던 Meryl Streep을 연상시키면서도 훨씬 코믹한 역할을 정말 끝짱나게 보여주거든요.
마흔이 넘은 시간을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고, 아들 뻘인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는가 하면 자기가 키워온 잡지를 통으로 먹겠다고 덤비는 야심을 보여주니 영락없는 마녀입니다만... 하나 밖에 없는 딸 앞에서 엄마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은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는 악역으로 사람의 맘을 돌려놓죠. ㅎㅎㅎ..
하지만 Telenovela의 성공가능성은 전혀 없는거냐고 하신다면...그것 역시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만큼의 군부독재시절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이 땅은 수십년동안 환상문학의 보고나 다름없었거든요. 거기에 브라질을 선두로 경제 성장속도는 물론이고 군부독재가 사라졌으니... 이 지역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쏟아져 나올 겁니다.
재래식언론 기자들이 쉽게 망각하고 있는 건, 한류의 많은 부분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갔던 것에 기반한다는 겁니다. 거기에 남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먹히는거지... 민족주의로 뭐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구요.
그러니 한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문화라는게 기획서 배끼는 것도 아닌데 벤치마킹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만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깡통에 가깝다는 것의 반증일 뿐이죠. 특히 한류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것이 '표현의 자유'인데... 이게 <청연>이나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황당한 사태를 계속 겪게 된다면... 그리고 영화 하나가 아도치면 한국영화가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D-War>사태와 같은 밀어주기가 계속된다면... 답 없다는 걸 지적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뭐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만용이 되어버린 사회라 그런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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