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s murder club>이라는 TV시리즈가 있습니다. 검사, 검시관, 형사, 그리고 기자인 여자 넷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시리즈물인데... 요거 꽤 재미있습니다. 나이 마흔이 다 된 검사와 검시관, 그리고 형사가 나이 때문에라도 겪게 되는 상황들이 나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형태의 이야기를 보면 작년에 읽었던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서 제시하는 한국의 조직위기 해결방안이 생각나더군요. 지금까지 있었던 한국에서의 유일한 조직론, 그리고 활동하는 유일한 조직형태는 군대밖에 없었는데... 이게 이젠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말입니다.
술 자리에서도 몇 번 나왔던 이 이야긴 최근에 개봉한 한 영화랑 또 묘하게 엮기더군요. 배운 것이 운동이라서 먹고 살기 위해 죽도록 운동했던 선수들이 팀의 해체를 겪고, 그러면서도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기대하는 웃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젊은 애들과 아줌마들이 같이 뛰는 상황.
상황설명만 들어도 깝깝한데...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실화에 바탕을 뒀다니... 이 사람들 제 정신으로 영화만들었나 싶더라구요. 바로 <우리들 생애 최고의 순간>, 2004년 1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덴마크에게 지고서 은메달을 땄던 바로 그 아줌마들 이야기라는데... 함 보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참 복잡해지두만요. 아줌마들의 갑갑한 상황이라는 거, 일부 삐딱한 친구들은 '부부클리닉' 혹은 '인간시대'라고 혹평들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도전하게 되는 그 게임 자체에 대해서도 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아닌 말로... 비 인기종목인 헨드볼 선수가 설령 금메달을 땄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물론 금메달 따면 포상금이 있긴 합니다만... 그게 모두일까요...?
거기다 더 갑갑한 것은 이 아줌마들이 당대의 에이스들인데도 이 상황을 겪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어떤 일들이 주어지고... 또 그 일들이 주어지는 상황이라는 게 하나같이 지랄맞은 건데...두... 우린 그걸 넘어서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지 않느냐는 말이죠...
이 영화, 아쉬운 걸로 치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주연들의 연기는 꽤 흔들리고 있으며, 배경음악은 '니가 이래도 안 울래?'라는 분위기로 끝까지 몰아가고... 이른바 '신구세대의 조화'라는... 모래알 같았던 이 팀이 '팀'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도 몇 개의 에피소드로 설명하죠. 거기다 '과학적 훈련'을 이야기하는 넘도 졸라 깬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게... 여자 선수들이 생리적 변화에 따라 신체 능력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모르더라는 겁니다.
뭐 과학적이고, 경제성장 우선 어쩌구 하는 분들이 지금 인수위에서 벌이는 아스트랄한 행태들을 보면 그게 사실을 '지들이 믿는 과학'이고 '지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제'라는 거...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그렇게 아스트랄한 곳이라고 해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뭐랄까... 맘이 흔들리고 그럴때... 보시면 울컥하는 느낌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돈 값은 한다는 이야기졉... 기대치를 약간 낮춘다면... 2008년의 영화감상을 이 영화로 열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이 영화 며칠 전에 친정갔다 스카이에서 봤답니다. 밤늦게 애들 다 재워놓고^^*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영화라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더이다. 크크...저 넘 불쌍하져?
답글삭제울컥~하고 치밀어오르며 마무리를 지을 무렵, 생뚱맞게 나오던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보고 갑자기 잠이 몰려오더라고여. 영화는 영화일뿐!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여... 이거 넘 '친절한 임순례감독' 아닙니까? 저만 그 인터뷰 맘에 안든겁니까?
@김혜진 - 2008/04/23 22:53
답글삭제불쌍.. 이 아니라 한국현실에 문제가 좀 있는거지. 엄마들의 문화적 소양이 쌓일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건데. --;; 사회적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근데 우생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좀 아슬아슬했어. 영화음악은 니가 감동 안하면 우짤껀데... 뭐 그런 식으로 나가지... 배우들의 연기도 좀 아슬아슬했지... 아마 임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거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각보다 커서 그랬던거 같어. 힘을 좀 빼도 사람들은 감동한다는 사실을 안 믿었던게 아닐까... 싶거든. 하긴 지금까지의 상업영화 성공코드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으니 더 그랬겠지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