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환경스페셜에서 태국의 코끼리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벌목을 위해 야생 코끼리들을 대량으로 잡아다가 길들였는데... 벌목 산업이 나가리 되면서 얘네들이 갈길이 없어져 버렸고... 그 결과로 사육하는 코끼리들의 상태가 심히 불량하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다큐를 본 우리의 정의의 네티즌들... 그때도 정의감에 불타는 글들을 KBS 홈페이지의 환경스페셜 섹션에 쏟아붓더군요. 그런데 좀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글들의 내용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변태같은 태국놈들!'였거든요. --;;;;
뚜껑 지대로 열린 정의의 네티즌들이 보기 시작했던 부분이 바로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놓는 작업( 꽤 잔혹합니다)부터였거나... 그 앞의 내용은 졸면서 봤던거죠.
글이 아닌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어떤 내용을 전달하게 될 경우... 뇌의 반응은 글로 보여주는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니까요. 뭐... 글이나 그림이나 똑같이 받아들이는 상태 나쁜 이들도 꽤 되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질문. 사람들은 왜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의 뇌구조가 한심해서...? 그건 아닌거 같은데요...? ^^;;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의 트럭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성 공화당원들입니다. 공화당이 이 빡센 일을 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신경쓴 적은 거의 없는데두 말이졉. 이 현상, 뭐 그렇게 낯선건 아닙니다. 정권 인수위에서 날려버리기로 했던 정부기관 중에 하나가 '공정거래위원회'인데... 원래 제구실을 했던 넘은 못됩니다만... 코딱지만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뭐라도 칭얼거릴 수 있었던 유일한 기구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 아저씨들, 뭔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아예 확실하게 선언을 한 셈이죠. 그런데... 이번에 그 아저씨가 당선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거이... 바로 중소 상공인들이었습니다. 자기 등에 확실한 칼을 꽂아줄 사람들 대통령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총선에선 개헌선인 200석에 달하는 몰표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죠.
제가 정치드라마의 최고봉으로 꼽는 West Wing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바틀랫 대통령이 재선운동에 나서서 어느 시골마을에서 유세를 마친 후 떠날때... 연설문을 쓴 백악관 공보실장인 토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행사장을 나가는 할머니를 붙잡고 물어보죠. "오늘 연설 어땠어요?" 이에 대해 할머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하는 참 똑똑하세요!"
토비는 이 말씀을 듣고 잠시 좌절하는 표정을 보입니다만...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물어봤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라는데 저 100원 겁니다. "졸라 잘난척하고 있어!"
포유류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시각이 좁은 편입니다만... 유독 사람은 시력은 물론이고 시각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색감이나 공간 지각력이라는 다른 능력들을 가졌지만. 그런 까닭에 어렸을 때 배운 내용들, 혹은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할때의 입장들이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 입장에 따라 현실을 거꾸로 재단하죠.
요거, 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언어학자이며 진보적 연구기관인 로크리지 연구소의 창립선임연구원이었던 조지 레이코프가 "평범한 서민들이 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이 인식과정을 책으로 펴내자... 나름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터져나옵니다. 뭐 2004년의 부시 낙선운동에 동참했던 미국의 진보 사학자 하워드 딘(Howard Dean)은 이렇게 발문을 써줬더군요. "미국 민주당원들이 조지 레이코프의 책을 몇 년 전에만 읽었어도, 오늘날과 같은 꼬락서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참 잔인한 시절이 시작될 것 같은 요즘... 반격을 위한 참호를 파는 심정으로 함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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