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인도1편>가 뭘 잘못했냐고 올렸던 어제의 포스팅은 2MB의 취임을 보면서 꿀꿀하던 차에 눈 풀린 인도 매니아 하나만 걸려라...라고 낚시질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무한도전>에 시비를 거는 이유들이 인도라는 나라가 가난하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는, '현대문명과 전통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돼먹잖은 사발들인데... 그런 사발 푸는 넘 하나만 걸리면 골로 보내버리겠다는 심뽀였습니다.
근데... 우쒸... 비슷한 코드를 가진데다 인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지존 대우를 받는 PD아저씨가 낼름 댓글을 달아놨으니... 이거 골목길에서 삥 뜯으려고 어깨 풀고 있는데 경찰이 떠 버린 것과 비슷한 시추에이션이 되어버렸네요. 아.. 선배, 진짜 도움이 안됩니다요...
암튼... 이 도움이 안되는(^^:;) 선배는 99년과 2000년에 인도에서도 끔찍하게 가난한 동네(라고 하기엔 땅덩어리가 너무 크긴 합니다. 대충 프랑스만한 땅덩어리에 인구가 1억이 넘는 곳이니까요)에서 마오이스트 반군들과 상층 카스트의 사병집단인 람베르세나 간의 분쟁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찍었었습니다. 그때 이걸 인권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는데... 독해능력이 심히 딸리는 띨띨이 하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걸 찍은 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입니까?"
쩝... '누구 편이냐'는 질문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누구 편이냐고 묻는 돌대가리에게 요즘의 저 같으면 아마 이렇게 반문했을 겁니다. "지금 보신 영화는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장을 보여드린 겁니다. 50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으로 이 땅에서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죠. 더 이상의 답변이 필요한가요?"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찍으면서 정말 죽을 고생을 했던 선배는 화를 참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무한도전-인도1편>을 두고 씹는 분들도 저 질문을 던진 띨띨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도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저 띨띨이는 '붉은 군대는 정의의 상징'이라는 색안경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한도전-인도1편>에 시비를 거는 양반들은 류시화가 살포한 망상의 색안경을 쓰고 보는 거죠.
인도는 '평화와 명상의 나라'도, '현대문명과 전통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라'도 아닙니다. 수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으며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그 문제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기 때문에 갈등하는 나라라는게 훨씬 더 가까운 표현일겁니다.
위의 사진은 2006년 인도 주간지인 <Outlook> 8월 두 번째주 특집기사입니다. Naxal이라고 부르는 마오이스트들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인도 지도에 표시를 해놓은 거죠(얘네들에 대한 이야기는 요길 클릭하시면 이전에 제가 썼던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 붉은 색 지역은 대충 한반도 정도 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분쟁의 기저에 있는거, 카스트 갈등도 갈등이지만 종교와 부의 분배문제까지 낑겨 있으니... 평화와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 정도의 거리가 있는 셈이죠.
현대랑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죠. Reliance라는 인도 대기업이 있습니다. 우리로치면 SK랑 비슷한 성격의 회사죠. 석유사업은 물론 통신, 여행사에 이르기까지 한 문어발 하는 회사인데... 얼마전에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갈라지기 전까지 세계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회삽니다.
얘네의 이동통신회사 본사가 뭄바이에 있는데요... SKT에 동영상 기술을 제공하던 회사의 팀장으로 있었던 친구 이야기론 안은 미국회사와 다를게 없더라구 하더군요. 그런데 그 바로 옆은 세계최대의 빈민굴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공존'이라고 이야기하면 걔네들도 이해못합니다. 인도인들에게 사실 이 둘은 '다른 나라'가 '같은 지역'에 있을 뿐이라구요.
그럼 그런건 왜 안보여주냐고 시비를 걸겠죠. 제 대답은 '니가 한번 해봐라~' 되겠습니다.
Reliance에 우리나라 회사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인도 여행자들이 한번쯤은 타봤을 델리 지하철이 로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넘이라는 건 인도의 산골짜기에서 LG의 입간판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는 우리의 애국지사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겁니다만... 국내의 어느 방송사에서도 방영이 된 적이 없습니다.
이거, 방송국 PD들과 좀 친하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시청율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PD란 직업은 '이기심'과 '경쟁심'이라는 유전인자가 DNA에 남보다 수천배 많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아닌한... 일하기 참 고달픈 직업이거든요.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영상을 볼 수 없는 것일까요?
첫 번째는 서류에 깔려 죽습니다.
이런거 찍으려면 일단 주한 인도 대사관에 촬영신청서를 내야 합니다. 상세한 시놉시스, 촬영계획서 등등의 서류 뭉테기를 공식문서로 내야하죠. 영어로... 말입니다.
가장 압권은 '각서'를 써야 하는데... 이 각서의 내용이 한 아스트랄합니다. "인도를 폄하하는 내용은 절대로 담지 않겠으며 인도 대사관 공보관에게 방송 전에 먼저 사본 1부를 제출하고, 수정을 요구할 시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검열하시겠다는 건데... ㅎ... 이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총맞은 PD는 없습니다. 실제로 공보관이 투덜거리는게 '각서'는 다 써놓고 방송전에 자기에게 가져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그 다음, 현지로 가서 혹시라도 타지마할과 같은 문화유적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하면 또 한 무더기의 서류를 가지고 델리의 문화재 관리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문젠 문화국 관리국에 가져가면 해결되는게 아니라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데... 또 서류를 만들어서 문화재 관리국에 한 1주일은 출근해야 합니다. 왜냐구요? 담당자 찾으려구요.
지하철을 찍으려면 델리 경찰청장과 시장 사무실에 찾아가야하죠. 거기서도 담당자 찾으려면 비슷한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거기서 끝나냐구요? 아뇨... 찍으려는 구간의 역장들 도장을 다 받아야하지요. 이런거 다 하면 대충 한달 넘게 걸립니다.
Reliance도 마찬가지졉. 뭄바이 경찰청은 물론 시장에 관할 경찰서는 물론이고 본사 확인도장까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서류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도 관광청의 부탁으로 아잔타 석굴을 촬영했던 한국분을 아는데... 서류 다 가지고 내려갔는데도 석굴 관리 담장자가 테클을 걸더라더군요. 뭔 테클이냐구요? "델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기랑 상관이 없으니 자기 허락 받아야 한다"는거죠. 번역하면 '돈 내놔라'되겠습니다.
젤 압권은... 항상 서류는 누락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왔다갔다 해야 한다는건데... 문젠 인도의 특급열차라는 넘이 무려 평균시속 75키로미터로 달리는 넘이라는거죠. 그러니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얘네들 비행기 한번 타기 위해 보안수속 밟다보면 총든 경비의 대가리를 삼각대로 내려치고 싶은 충동이 비행기 한번 탈때마다 수십번씩 생깁니다.
한 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이런 걸 몽땅 다 하는 방송사요? 지구상에 없습니다. 가끔 BBC같은거 보고 쟤네는 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BBC 시청료는 한달에 2만원 쬐끔 넘는답니다. 그리고 인도와 영국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상상하시는 '식민지/피식민지'의 관계가 아니라구요. 인도 방송사들과의 관계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끈끈하기 땀시롱 서류작업 대부분을 현지에 가기도 전에 처리할 수 있고... 또 빵빵한 자금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쉽게 문제들을 해결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작년에 K본부가 겨우 델리에 지사, 그것도 PD특파원을 한 명 파견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두 이거 가능할거라구 생각하시나요?
뭐 현지에서 현지 신문은 고사하고 영자지 읽는 여행자를 본 적이 없으니 뭐... 말해 뭣하겠습니까만...
스리나가르...엄청 위험하죠; 호수주변을 제외하고는 살벌하기 그지 없습니다.
답글삭제가는도중에 국경도 아닌데 여권검사도 하고...
박물관을 가던 타지마할을 가던 검열..어딜가든 심하다 싶이 하고 어렵다는것 압니다...
무한도전이라면 인도안에서 힘들지만 재밌게 표현할 것들이 충분히 많을텐데 고작 인도에가서 시금치카레를 개걸스럽게 먹는 유반장에 놀라워하고 여행자숙소를 5성호텔이 인도에선 이정도다.라는걸 보여주는게 맘에 안들고 불편했다는 것 뿐이지요..
제가 첨부한 스리나가르나 남초호수 등지는 이런곳도 있다. 소와 똥만으로 덮혀있는건 아니다라는 것이지 저런데를 갔다와라? 말도 안되죠-_-;
ps : 허허허...화상이라고 표현하시고 링크까지 걸어주셔서 살짝 당황스럽네요;
@mr.sam - 2008/02/27 18:01
답글삭제기분 칼칼하던 차에 님의 글이 걸려들었던 겁니다. 재작년에 인도에서 다큐 찍을때 행정으로 갔었는데... 좀 삐까뻔쩍한 거, 그래서 인도라고 하면 우중충한 이미지들을 좀 벗어나볼 수 있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쇼핑센터 같은델 섭외하면 앞에서 찍는 것만 가지고도 20만루피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가운데 손가락 힘차게 날려주고 나왔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글이 더 신경질적이 되기도 했구요. 기분 나쁘셨을 부분은 제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