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무기체계들은 하나같이 첨단과학기술이 축약된 것들입니다. 첨단과학기술이다보니 뭔가 Fancy한 것들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얘네들도 기초물리법칙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들이죠. 동북아 정세에 대해 책 쓴다고 이것저것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무기 체제, 특히 '핵'과 관련해선 고등학교 물리책을 다시 한번 뒤적거려봐야 했었죠. 그때 정말 깼던 건, 정책입안과정은 물론이고 이 정책들에 대해 딸려가는 기사들도 기초물리법칙을 뛰어넘는 것들이 꽤나 많이 나오더라는 겁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필요한 석유가 얼만데...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 농축 계획(HEUP)을 돌릴 수 있겠슴까? 그럼에도 워싱턴에서 카우보이 짓거리 하기 위해 일을 벌이면 이게 미국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충실하게 번역하는 우리 언론들로 넘어오면 정말 아스트랄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게 되졉.
그런 상황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또 거짓말을 하라고 선동하는 논설위원의 글이 실리는 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참 깬다 싶은 기사가 나오더군요.
중앙일보의 이 기사 인데요...
너무한다 싶더군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을 '레일건 사출방식'이라고 번역한겁니다. 이거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항공모함에서 응용한 건데... 참... '레일 사이에' 고전압을 흘려보내서 움직이는 거라고 레일건이라고 한걸까요?
두 번째는 '고압의 전류'라는 말인데요... 고전압, 혹은 대전류라고 써야 말이 맞죠.
세 번째는 사출 시스템으로 '증기'를 이용했다는 부분인데요... 증기를 이용하는 넘은 미국의 10만톤급 항공모함들 밖엔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스키점프대를 이용하죠. 왜냐면 미국처럼 항공모함의 연료로 농축우라늄을 쓰는, 그래서 풍부한 '증기'를 활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들은 미국 꺼 밖엔 없으니 말입니다.
네 번째로 가장 압권인건... '함재기는 2초 만에 초음속에 도달'한다는 부분입니다. 에어슈트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2초만에 초음속으로 올려버리면 17G이상이 걸립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10G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지만 그 두 배가 걸리면... ㅎ... 사형대라고 불러야지 '사출시스템'이라고 부르긴 좀 어렵죠.
마지막으로 그 정도의 스피드로 비행기를 던진다면 갑판에서 불게 되는 후폭풍 때문에 갑판원들도 날아갈 뿐 아니라... 같은 갑판에 있는 비행기까지 영향을 받게되겠죠.
하루에 수십꼭지씩 생산해야 하는 기자들이 이런 저런 실수들을 하는건 참 많이 봅니다만... 이건 고등학교 물리 조차도 몰라서 가능한 헛소리들이니 참... 뭐 얘네는 전에 F-15라고 말하면서 라팔 사진을 가져다 붙였던 적두 있는 넘들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요.
요즘 맞춤법 틀리는 기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답글삭제오타 한 두글자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지만 말이지요.
@커즈 - 2008/02/29 13:10
답글삭제편집자가 다 체크해야 하는 내용인데... 쩝~ 이전에 시사저널 편집장이었던 김훈 만큼 깐깐한 편집장들이 요즘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
뭐, 이것도 보도자료 -영문으로 된- 가져다 번역해서 요약한 기사겠지요. 단순 번역, 요약하는 기계에게 물리학적 검증까지 하길 바라는건 너무 기대가 큰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
답글삭제요즘 심각하기는 합니다.
답글삭제오타는 애교고 맞춤법도 "상습적"으로 틀리는데다
전문기자는 실종됐는지 엉터리 소리도 많죠.
예전에는 분석기사를 보면 기자들이 고생한 흔적이라도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대충 인터넷 찾아보고 붙여쓴 티가 너무 나요.
독자들 수준은 올라가는데 기자 수준은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가지 지적하자면
답글삭제스팀 캐터펄트는 현재 미국 핵항모만 쓰고 있는건 맞지만, 꼭 핵이 필수인건 아닙니다. 일례로 최초로 스팀 캐터펄트를 쓴 배도 40년대 영국 경항모였죠. 물론 열에너지가 남아도는 핵항모라면 더 좋은 조건이겠지만요.
중앙일보의 오류는 뭐 하루이틀도 아닙니다. 오래전에 외부연료탱크 장착한 전투기 사진 붙여놓고 최신형 암람 미사일이라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Draco - 2008/02/29 14:29
답글삭제예... 원래 스팀사출방식은 영국 친구들이 개발했었었죠. 뭐 기사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달다보니 역사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거구요. 조만간 취역할 거라는 영국의 CVF급도 스키점프대로 돌아갔으니... ^^;
@아놔 - 2008/02/29 13:46
답글삭제기자 블로그에 가보니까 중국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더군요. 중국 전문기자로 중국쪽 글만 써도 될텐데... 아마 페이지가 좀 모자란다고 기사 채워넣기로 하다가 저 같은 넘에게 걸린거 같아요.
@재윤아빠 - 2008/02/29 13:32
답글삭제물리학적 '검증'이라기보단... '고등학교 물리' 정도는 상식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