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6일 월요일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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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대중 과학저술물로 꼽히는 <Cosmos>에서 칼 세이건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일간지가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영어 500단어 내외의 원고로 어느 천문학자에게 요청했었는데, 이 아저씨... 그 요청을 충실하게 따라 "We don't know."를 166번 반복해서 타이핑해 보내줬었다고 하더군요. ^^;;

대체로 이과계통의 경우엔 이런 형태의 답변들이 가능합니다. 물론 가능하지 않은 영역도 있죠.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들의 경우엔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과학적 사실들이 엄한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들도 종종 생깁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 바로 '온실가스'문제입니다. 엘 고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로 이 이야기가 꽤 많은 매체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만, 사실관계만 엄격하게 따진다면 '공화당이나 엘 고어나 사실을 마찬가지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엘 고어의 경고가 더 유의미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죠...

이런데 이게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로 오게 될 경우엔... 세계관이 문제가 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써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조지 레이코프는 선거라는 놀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냐는 이야길 했었습니다. 사실 이거,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전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기 때문이죠.

아마 2005년의 뉴스위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친구들, 인도의 상수도 시설 이야기를 하면서 홀랑 깨는 이야길 꺼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뭐냐면 시장의 순기능에 맡기지 않고 정부에서 수도관리를 한 까닭에, 인도의 중산층 이상이 빈민층보다 더 싸고 안전한 물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헷갈리더군요. 사실 맞긴 합니다. 인도의 하층민들은 민물고기가 놀고 있는 물을 마시고, 그 물로 씻는데... 그나마 수 천명이 사는 마을 하나가 그 우물에 의존하거든요. 그것도 인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라고 하는 뭄바이에서 말이졉. 물 뿐인가요. 전기시설도 중산층이 사는 지역이 훨씬 더 안정적입니다. 전기 도둑질하겠다고 덤비다가 타 죽는 도시 빈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좀 까리했던 건... 이게 단순하게 시장의 기능에 맡긴다고 해서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더라는거죠. 그러니까 어떤 정책이든 경제적인 이슈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해결될 수 있는게 사실 몇가지 안되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붙이면 모두가 잘 살수 있다는 이야기, 공병호 류의 아저씨들 입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깁니다. 이거에 대해 '아니다'라는 이야길 꺼내면, 이 양반들... 보검 몇 가지를 빼들죠. 그 하나는 '반기업정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주의적이다'라는 겁니다. 객관적 사실을 해결하기 보단 이데올로기적인 형태로 사안들을 몰고가죠. 하지만 이 양반들의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거, 경제학 101이상을 이수한 사람들, 특히 아마티야 센이나 스티글리츠의 책들을 한번이라도 펴 본 사람들은 동의하는 이야기죠.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주의가 사실은 정반대로 작용했다는 거, 이거 세계사에 대해 좀 진지하게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죠. 뭐 시청앞 광장에서 성조기 흔들고 미국 국가 부르는 분들의 믿음과는 달리, 미국 건국의 시조들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인기영합주의'라는 말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들은 '공화주의자'라고 자신들을 표현했고, 실제 200년 이상 굴러온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국가'는 그들의 이데올로기하에 돌아가고 있죠. 그랬기에 상당기간동안 '보호무역정책'을 고수해왔으며, 대외정책으로는 이게 '고립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났었죠.

제가 고등학교 댕기던 시절의 국정교과서는 3.1 운동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았다고 기록했지만, 그 넘의 '민족자결주의'라는게 엄한 곳에 가서 힘 쓰지 않겠다는 미국의 정통적 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낼름 세계사 교과서에서 빼놓았었죠.

이런 이야기에 대해 논박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물론 대안이라는 것은 참 우리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합의'라는 거이... 사람 갑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만... 사실 인과관계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데는 참 도움이 되는 책이죠.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바로 이 책입니다. 깨는 건... 장 교수의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분이 한국 정치 지형에선 좀 생뚱맞은 분이라는거죠. 민주노동당도 아니고 민주신당은 더더구나 아니며 한나라당 경선에서 2등 먹은 분께서 요즘 말씀하시는게... 이 책을 읽고 동감을 하신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고 있으니... 확~ 깨는 일이졉. --;;

음... 떡밥으로 꺼낼 만한 이야기가 없나 생각하다가 이 사실이 떠 오르더군요. BRIC's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도가 해외투자유치의 목표로 걸었던 것이 100억달러였습니다. 그런데 120억달러의 해외투자가 들어갔죠. 문제는 그게 딱 한 회사가 질른거라는 건데... 그 기업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우리의 POSCO입니다. 이 사실은 국내 기업들도 우리 땅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사례로 종종 인용되고 있는데... 민주신당 대선 후보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2등을 먹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141억 달러의 해외투자유치를 끌어냈고 일자리 창출도 전국 일등을 먹었다고 하죠.

더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의 상황입니다. POSCO가 공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지역에선 대대적인 공장설립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문들은 이걸 두고 '공산당의 지령' 어쩌구 저쩌구하는데...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역들 대부분도 해외투자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니까 나오는 소리일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중화학 공업단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1980년대의 해외사건사고 일지들을 뒤져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마찬가지로... 실적 1등이 아저씨가 물을 먹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겝니다. 탈당한 사람은 1등으로 뽑지 않는다는 원칙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입만 열면 폭탄이 터지는 분이 지지율 1등 먹고 있는 사실과 꽤 많이 배치되는 현실이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분이라고 한다면... 이 책.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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