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6일 월요일

미녀론

1998년, 부산의 한 극장에서 <Good Will Hunting>을 보다가 옆의 관객이 참 거슬렸었습니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미니 드라이버(Minnie Driver)가 안 이쁘다고 어떤 언니 한 분이 계속 궁시렁거리더라구요. 혹시 부산이 '촌'이라서 그런가란 생각도 했었는데... 듀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지 씨네21에 쓴 글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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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Richies>에 출연중이졉. ^^

따지고 보면 주연 여배우가 안 이쁘다고 지랄 났던 영화가 하나 둘이 아니었죠. <Titanic>의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 안 이쁘다고 궁시렁거리던 관객들도 꽤 되었으니까 말이졉. 전 카메룬이 빅토리아식 미녀를 찾느라 꽤나 고생했겠다 싶었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미녀로 생각하는 체형과 비교하자면 한 덩치(Quills에서 좀 극명하게 나오죵)를 보여주니... 반응들이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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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궁극의 미녀상들이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문화인류학에 대한 책 몇 권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을 꺼내야 하니 뭐 그렇다치더라도 말이졉... 왜 사람들은 꼭 TV드라마나 영화에 '미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해가 좀 안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김희선이 아무리 이쁘면 뭐하냐구요. <비천무>에서 스턴트가 대신 해준 칼부림을 걔만 클로즈업하면 다 뭉게졌는데. 말레이지아 출신으로 중국어 한 마디도 못하던 양자경이 80년대 홍콩 영화에 출연하면서 무술씬 촬영을 위해 고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들이 좀 많이 나은 거이 뭐겠습니까. --'

배우의 기본은 연기이며, 발성이라는 걸 개무시하는 국내 사례들과 비교가 많이 되는 현실이죠. 사실 '한류'라는 것 자체가 오래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좀 제대로된 고민들이 그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경우,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배우들의 발성을 담당하는 스탭이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발성훈련이 되어 있는 배우들 대부분은 세익스피어의 연극들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졉. 미국인이 오디오 북을 녹음해도 강한 영국식 악센트를 느꼈다고 한다면 그 오디오 북을 녹음한 성우가 세익스피어의 연극들에서 꽤나 오래 밥 먹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정도니까요.

최지우나 권상우, 그리고 윤소이 등이 안습인 건...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구요. 얼굴 생긴 것만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음... 뭐 이런거죠. 미녀가 망가진 역할을 하는 거, 한국영화에선 손예진이 <작업의 정석>에서 내숭녀로 나오는 수준이지만... 헐리우드의 경우엔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이 특수분장을 해서 <Monster>에 출연하더라는거죠. 그런데 물량이 한참 딸리는 한국에서 미녀들만 뽑아놓고나서 이 짓을 할 수는 없는거고... 평범하나 빛 나는 얼굴을 가진 배우들을 활용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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