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7일 화요일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단어, Entrepreneurship

몇년 전,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 집권세력을 쫓아내는데 성공한 방글라데시 군부가 참 순진무구한 행태를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네들이 권력을 장악하려니 사방에서 눈치가 보였던거죠. 뭐 명망가를 수상으로 내세우고 자기들은 뒷마당에서 권력놀이를 하는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만... 암튼 일단 이전 권력을 청소하는데 성공한 방글라데시의 군발스들, 쬐끔 엽기적인 인기투표를 하게 됩니다. '누가 우리의 대표자가 되었음 좋겠어?'라는.


근데... 정말 의외의 인물이 1차 투표에서 나가 떨어져 버립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자면 좀 깨는게... 1차 투표에서 나가떨어진 양반이 외국인들은 다 아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인구밀도가 얼마나 되는지, 국민소득이 얼마가 되는지는 몰라도 딱 한 사람의 프로필을 읊으면 알아먹는 분이 있거든요. 바로 마이크로 크래딧의 성공을 보여준 무하매드 유누스(Muhammad Yunus)죠. 유누스의 이름은 몰라도 극빈층에게 소액대출을 해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라고 한다면 대충들은 다 알아먹을 정도입니다만... 이 아저씨, 방글라데시 군발스들이 벌였던 인기투표에서 1차에 나가떨어졌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유누스가 세운 조직들은 모두 '자립'을 전제로 합니다. 쉽게 생각해보자구요. 10만원을 유누스가 만든 Grameen 은행에서 빌렸습니다. 닭을 몇 마리를 사서 얘네들을 키워 대규모 양계장을 만들면 떼돈을 벌 수도 있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 보자면... AI 때문에 걔네들을 몽땅 다 폐사시켜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라면 Grameen은행과 같은 조직들은 대출 회수와 관련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만기 연장을 해줍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경우로 간다면 답이 안 나올 수도 있거든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하고 상대방의 반응에 빨리 빨리 반응하지 않는다면 바로 말아먹는다는 겁니다.


닭이 한 마리도 없는 사람이 양계장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밀집된 곳에서 닭을 키우는 현장으로 가면 이야기는 좀 많이 달라집니다. 거기다 이걸 유기농으로 키우겠다고 가면... 몇 배는 더 힘들어지죠. 병아리 한 마리 한 마리를 자기 자식 키우듯 해야 하니 말입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모델을 들어볼까요? 합법적인 다단계회사들은 자신의 회사에 가입한 사람들을 IBO라고 부릅니다. Independent Business Owner, 독립자영업자라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근데, 이거요... 애물단지입니다. 직딩이 회사에서 짤려서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고 하는 와중에 최저 생계비를 보장해주는 고용보험을 받으러 갔을때 이런 류의 회원이라고 한다면 돈 안 나옵니다. 왜냐구요? 독립된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하는거죠.


재미있는건... 성공하는 IBO가 있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따라 붙는 또 다른 말이 하나 있죠. '뭘 하든 성공했을 사람'이라는 타이틀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장이 될 사람들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국가들의 교육정책상... '사장'이 하나 나오기 위해선 참 눈물겨운 이야기들 없이는 또 불가능합니다. 왜냐구요? 일반적으로 국가들이 '국민'을 교육시키는 목표는 '말 잘 듣는 근로자'를 양산하는 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때로는 사람을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상어와 같이 노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안분지족'의 삶을 삶의 목표로 채택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런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간 딱 굶어죽기 알맞습니다.


저개발 국가들에 가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죠. '이 나라의 정치가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일한다.' 근데요... 이거 조금 범위를 다르게 놓고 추적을 하면 조금 다른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개발 국가들의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자신들의 지지층의 이해관계와 동일하다'로 말입니다. 미국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 아니겠습니까? 미국 노조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동일한 오바마의 입장에서 한미FTA에서 자동차 부분과 관련된 재협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동력들을 추적하다보면... 결국 검은 캐네디의 입장이라는 것이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입장과 동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래서... 개개인들의 욕망이 수용되는 형태의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 더 어려운거죠.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천사들만이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도 환타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이야기가 되지만... 동시에 사탄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옥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맛 가는 이야기입니다. 개개인의 욕망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래서 정말 어려운 이야기가 되는거죠.


Grameen의 자회사인 Grameen Shakti와 Waste Concern을 둘러보고온 입장에서... 이런 생각이 조금은 더 굳어지게 되더군요. 이들이 분명 시대의 영웅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이들의 성취가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 편으론 하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이런 일에 참여를 할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게 되는 말이 하나 있긴 합니다. 한비야씨가 이야기한건데요... 자신이 월드비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모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라는 탄식 말입니다. Grameen모델은 모두를 살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현재보다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며, 최선의 모델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들도 분명하게 생기기 마련이죠. 마찬가지로... Waste Concern과 같은 회사에서 Compost Master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삶과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에 편입된 삶은 이야기가 다른 거거든요...


Waste Concern의 훈련 사이트에서 찍은 사진. 이 들 중에서 Compost Master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ntrepreneurship. 우리말로 기업가 정신. 박원순 변호사의 강연을 네팔과 방글라데시로 떠나기 바로 전전날 들었었는데... 이게 강연 당시에도 그랬고, 갔다와서도 그렇고... 조금 골을 썩입니다. ㅋㅋ.

댓글 2개:

  1. @까꽁폭풍 - 2009/04/08 10:37
    예... 짐도 아직 다 못 푼 상태에서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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