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5일 수요일

빤히 보이는 글로벌 호구의 미래... 대안이 있긴 할까요?


<초난감 기업의 조건>을 읽으면서 뒤통수 한방 맞았다 싶었던 것은 업계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 사실은 너무 많이 잊어버리고 사는 부분이 아닐까요?

오바마 연방상원의원이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이 되면서 여러 매체에서 여러 집단들의 반응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전인수격인 해석들이 워낙 많아서 읽으면서도 코웃음만 나오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칭 보수 논객'들의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라는 궤변입니다.

뭐 그 분들의 뇌상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만큼 시간낭비도 없을 겁니다. 인터넷에선 이미 충분히 돌았으니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건 자원낭비일 겁니다.

다만... 북미관계가 변화됨에 따라...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몇 가지는 이 분들께서 보여주신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추정가능하다고 봅니다.

1차 북핵위기는 북한의 압승으로 끝났죠. NPT를 탈퇴하고 독자적인 핵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모션을 참 오랫동안 단계적으로 나눠서 진행했었습니다. 이걸 말리기 위해 북한에게 안겨줬던 것은 이른바 '한국형 경수로'와 그 건설기간 동안에 미국이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진행이 안되다가 뜬금없이 HEUP이야기가 나오고, 이게 마카오의 코딱지만한 은행으로 파급되면서 결국은 북한은 핵실험까지 하는 단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1차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그렇게도 원하는 북미수교까지 고려되었으나... 부시가 들어오면서 몽땅 다 뒤집혔었죠...

1차 북핵위기의 해법 자체가 완전히 뒤집혀졌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당시 경수로 건설비용은 우리와 일본이 떠안았었습니다. 일본 입장에선 별 의미가 없는 곳에 돈 쓴다고 열 받아있던 차에... '납치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었고, 이걸 참 다양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죠.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비용'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비용의 문제는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여준 행보를 감안하자면 1차 북핵위기보다 더 골때리는 형태로 해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절대적으로 SOC가 부족한 나라입니다. 거기다 이 나라가 다른 나라의 돈을 끌어들여 이걸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BOT와 비슷한 형태일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이것들 중에서... 북한의 주변국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몫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철도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경원선과 경의선을 챙겨갈 겁니다. 건설을 자기들이 할 것인 만큼... 통과비용은 자기들은 무료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고... 우리가 보내는 건 통과료에 철도 이용료까지 합산되는 형태가 되겠죠.

더 열받는건... 이 과정에서 경제적 실익이 불분명한 형태의 비용들은 대부분을 우리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국, 1차 북핵위기 당시에도 돈 거의 안 썼습니다. 일본이야 북미수교를 전후해 북일수교를 하게 되겠지만... 경제적 실익이 불분명한 부분에서는 '납치문제'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할 겁니다. 거기다 북일수교를 하면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종의 보상금을 우리에게 줬던 방식으로 쓸 거라는거야... 안봐도 비디오죠. 북한경제를 일본에 종속시키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애쓸거라는 것도... 물어보나 마나겠죠.

국내의 지지층을 감안하자면, 그리고 현재의 지지율을 감안하자면... 청와대 입장에선 눈치본다고 중국, 러시아, 일본에게 선수를 완전히 뺏기고 정치적 공과는 미국이 몽땅 다 챙기는 과정에서 돈만 열심히 내는 위치가 될 거라는 건... 대충 판세를 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도 보이는 겁니다만...

문제는 지금까지의 대북노선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논리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긴 한가라는 것이 하나고... 설령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게 주변국들의 심기를 심히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답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IF문이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항상 상존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내일은 어제와 오늘이 결정하는 법입니다. 다른 미래가 나오려면 다른 오늘이 있어야겠죠. 하지만 오바마 연방상원의원이 '당선인'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된 어제부터 오늘까지 '다른 오늘'을 만들어내실 수 있는 분들의 행동과 발언은 어제와 똑같더군요. 궤변을 만드는 공력의 반이라도 다른 오늘의 입장변화를 위해 쓰지 않으니... 미래도 거의 고정될 것이라는거... 굳이 미아리에 좌판 깔지 않아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게 어려울까요?

 

댓글 1개:

  1. 03놈의 대사자후가 생각나네염 -ㅅ- '핵을 가지려는 자와 대화하지 않겠다' 아 물론 지금의 정부도 비슷(?)한 케이스로 가고 있다는 점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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