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지만원씨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보고 흥분해서 들어오셨을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이겁니다.

연탄값도 많이 올랐는데... 날이 추워졌거든요. 독거노인이 추운 겨울을 버티려면 존재감을 알리는 수 밖에 없잖습니까?

뉴라이트네 뭐네 하면서 저쪽 집의 족보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만원씨는 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대령으로 예편한 뒤에... 그 분들이 요즘 많이 쓰는 '좌빨' 매체 중에서도 가장 '좌빨' 매체라고 할 수 있는 '말'지에 필자로 종종 등장하셨던 분입니다. 통일론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었죠. 통일보다 평화체제를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글을 거의 10여년 전에 봤었는데... 참 현실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글들이 제가 알던 지형에서 다른 지형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던 것이... 대략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였습니다. 이 즈음의 정치적 상황을 놓고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있죠.

첫 번째는... 당시 국민의 정부 자체가 반신한국당(97년 대선 이후에 '한나라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까요) 공동전선으로 구성되었던 권력구조였다는 겁니다. DJ가 대통령이긴 했지만 김종필씨와 박태준씨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이 두 양반들의 권력기반을 따져보면 지만원씨와 같은 사람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끌어다 쓰긴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는 거죠.

시스템개편, 특히 자신의 전문분야인 군대에서의 시스템 도입이라는 것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별이 아닌 영관급 예편 장교를 끌어들여 그의 전문성을 활용하기가 난감할 수 밖에 없다는 거.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죠.

하지만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군 개혁을 주장하는 분이 친박연대의 송영선 의원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군 개혁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이해관계자들의 심기를 심하게 건들이면 바로 '좌빨' 딱지 붙는 현실을 감안해보자는 거죠.

송의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 분이 친박연대가 아니라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다고 한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바로 간첩으로 몰렸을 겁니다. 물론 이 분의 정치적 지향성을 감안하면 이런 가정 자체가 부질없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는... 그런 정치적 지형을 감안하자면 '지식/이념 자영업자'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입장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게 별루 먹혀들어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적 극우로 입장정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만원씨의 전문분야가 그쪽에서도 많이 팔리긴 어렵습니다. 우익이나 좌익이나 공부 많이 해야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둘다 공부 안하는 걸로 치면 세계에서 몇 번째 가는 나라거든요.

이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언젠가 지만원씨가 썼던 글입니다. 조갑제 사장님을 만나면 조사장님은 항상 모범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데, 자신은 대중교통편이 끊기면 난감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진보적 포션을 취하는 것보단 그래도 굶어죽을 가능성은 좀 줄지만, 여전히 배 고플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분의 입장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문근영에 대한 황당한 인신공격은 사실 이렇게 해석해야 할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 배고프고 춥다"라고 말입니다.

뭐 젊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념 놀이 그만두고 돈이나 벌라고 충고하겠지만, 나이가 60이 넘은 노인보고 그런다는 건 인권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람의 일이라는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게 인간사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거든요.

옛날, 캐나다에 에밀리 머피(Emily Murphy, 1868.3.14~1933.10.17)라는 아줌니가 계셨습니다. 1916년 캐나다 여성 최초의 치안판사로 활약했고, 이후 정치판으로 옮겨서 하원의원으로도 활약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시 캐나다 헌법에는 "상원의원(Senator)는 "Qualified Person'만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 Qualified Person이라는 건 '남자'를 의미한다는 묵시적인 해석을 하고 있었구요.

에밀리 머피와 뜻을 같이 했던 아줌니들은 ‘유명한 다섯(Famous Five)’, 혹은 ‘용감한 다섯(Valiant Five)’이라고 불렸었죠. 이걸 공론화하면서 여성의 정치 진출의 발판을 닦았다고 평가 받으니 말이죠.

캐나다 연방대법원에서도 패했던 이들은 이걸 영연방 추밀원으로 끌구 갑니다. 그리고... 추밀원은 이런 결정을 내렸답니다.

"헌법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유일한 가치라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거름을 줘서 인간의 행복에 기여를 해야 하는 존재"라고... 하면서 말이죠. 당시 추밀원 의장이 아편전쟁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던 디즈데일리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거 하도 오래전에 봤던 내용이라 단어 등의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 암튼.

물론... 이 다섯명중에 어느 누구도 여성 상원의원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Cairine Wilson이 판결 직후 최초의 캐나다 여성 상원의원이 되면서 일단 사건은 종료됩니다.
 
이른바 person's case로 유명해진 이 사건으로 에밀리와 그의 동료들은 용감한 다섯, 혹은 유명한 다섯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그리고 캐나다 신권 지폐의 인물 후보로 언급되게 되는데요...
 
여기서 또 태클 걸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절라리 많아집니다. 거의 8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달린 것들'이 시비를 걸었냐구요? 아닙니다. 문제 제기를 했던 곳은 캐나다의 인권단체들이었습니다.

캐나다 인권단체들이 이들의 지폐 인물후보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는 이 다섯 아줌마들이 그 당시에 대단히 공격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북미 대륙의 철도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과 땀과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뭐 지금은 아름답게만 보이는 SF의 금문교만 하더라도 그거 만들다가 죽은 중국인 노동자들, 장난 아닙니다. 일 시키기 위해 이들을 불러모았지만, 일이 끝나니까 이들에게 시민권을 줄 것인가 말것인가 가지고 아주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진 것이죠.
 
유명한 칼럼니스트기도 했던 에밀리 머피는 바로 이때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시민권을 줘선 안된다는, 그것도 대단히 인종차별적인 주장으로 가득찬 글들을 토해냅니다.
 
인권단체들이 머리 띠 두른거 이해가 되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봐야 할 것은, 그들을 캐나다 지폐의 주인공으로 추천했던 이들의 '변'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성과를 남기면서 그 만큼의 숙제와 쓰레기를 남긴다."

날추워졌다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엄한 근영양을 물고 늘어진 분에게 별로 고운 느낌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만... 혹시 또 아나요... 나중에 평가할 거리를 지만원씨가 구상할지 말입니다. 아니... 뭣 보다도 독거노인이 얼어죽거나 굶어죽기 싫다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더 추우면 더 엄한 사람을 시비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뭐 역의 경우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암튼... 그래서... 괜히 욕하고 회원가입까지 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그 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싸우느니... 겨울 따땃하게 보내시라고 연탄값이나 조금 보내드리는 게... 그게 도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계좌번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민은행 222001-04-005475
▷ 조흥은행 934-04-283734
▷ 농     협 211017-56-183948
▷ 우리은행 104-346654-02-001
▷ 우 체 국 103879-02-123200
(예금주: 지만원)

댓글 4개:

  1. @까꽁폭풍 - 2008/11/18 08:34
    몸을 한참 만들어야 하는데 술 마실 일만 많아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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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사례 하나 배우고 갑니다. 지만원씨 대중교통 이야기에선... 제 모습이 오버랩되어 조금 시큰해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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