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별 다방 커피를 처음 마셔봤던게 1997년이었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갔던 커피 집에서 별 생각 없이 주문해서 마셨던 커피가 혀를 좀 쎄게 치고 지나갔던 것. 90년대 중반까지, 원두커피를 드립해서 마시는 걸 가오로 알던 대학 선생들이 맛대가리 하나 없이 향기만 나는 커피 아닌 커피인 '헤이즐럿'을 무슨 풍유 알듯이 이야기하던 즈음에... 산미가 있는 강한 강배전 커피는 나름 문화적 충격이었다.
뭐... 지금이야 커피 가지고 무슨 '문화적 충격'이네 어쩌내 하겠지만... 그 동네에서도 강배전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몇년 안 흐른 상태였다고. --;;; 쩝~ 근데 이거 벌써 13~4년 전의 일이네;;;
여튼, 그 집 커피에 맛 들려서 아침마다 마시다가... 크리스마스때 포장된 선물을 당시 하숙집 아줌니께 드렸더니... 표정이 묘한거다. 당시 하숙집이 나도 캐나다의 우익들 좀 경험해보겠다고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집에 일부러 기어들어갔던지라, 골때리는 시추에이션들이 좀 많았는데... 하숙집 아지매, "이런 좌빨 가게껄..."이라고 한 마디 흘리던 것을 우짜다가 줏어들었던 거.
그래, 90년대 말만 하더라도 가게 스탭들을 임원으로 끌어올리네, 전 스탭 의료보장혜택이네 뭐네 하면서 약간 불그죽죽한 분위기에 케니 G같은 뮤지션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형태의 기업이었던거다. 별다방이.
그런데... 커피를 좀 알게 되면서, 이게 좀 웃겨지기 시작하던 포인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두는 볶고 나서 보름 지나면 폐기물에 가까와지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바리스타에 대한 교육이 꽤나 중요한 물건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원두를 본사에서 볶는다;;;
뭐 회장이 이스라엘 장벽을 세우는데 기부를 얼마하네 마네의 이야기가 들려온 것도 그 즈음부터였고.
아마 그 즈음부터 별다방 커피 한 잔이 팔레스타인의 눈물이네... 뭐 그런 이야기들이 돌았었는데... 그걸로 치자면 커피 자체가 원죄가 아닐까?
80년대 중반에 이디오피아에 대기근이 닥쳤던 시기는... 묘하게도 국제커피가격이 폭락했던 시점과 비슷하다. 그리고 환금성 작물이라고 커피를 한 번 심으면... 그 땅에 다른 작물을 키우기가 어렵다. 뿌리가 워낙 깊숙히 파고 들어가서... 이디오피아 역시 쌀을 주식으로 하던 나라인데... 돈 좀 벌겠다고 논을 갈아엎고 거기다 커피를 심었던 것. 그런데 국제 커피 가격이 폭락하고 나니 관계수로를 다시 손 보거나, 다시 쌀농사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커피가 이렇다고 차라고 뭐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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