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4일 월요일

신년에 하는 이런 저런 생각

기업활동을 전쟁으로 묘사하는 분들, 주변에 보면 널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투 수준의 활동으로 기업활동을 밀어붙이게 될 경우, 조직 자체가 그 피로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특히 제대로된 판단을 해야 하는 시점을 놓치기 일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사나 기업의 역사를 읽다보면 '되는 조직'의 공통적인 특성들은 도출되죠. 물론... 비슷한 형태로 조직구성을 했다고 해서 항상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여하튼... 비슷한 수준의 물량,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둘이 부딛혔을때 누가 이기느냐의 놀음이라는 점에서 기업활동과 군대에서 비슷한 점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몇 년전에 있었던 <초난감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선 이런 '조직론적 관점'에 따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을 넷을 꼽습니다.


첫 번째는 전달자입니다. 최고 의사결정단위라는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사실... 그렇게 구체적이지도 않은데다, 실행과정으로 놓고보면 선형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죠. 따라서... 전체적인 판을 조망하면서 조직 전체에게 어떤 프로세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명료하게 지시할 수 있는 '전달자'가 필요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의 군대에선 '버티어 장군'이 이런 역할을 했다죠.


두 번째는 말 그대로의 '2인자'입니다. 실행능력과 판단능력은 최고 지도자에 버금가는 수준이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정말 '사심없는 2인자'의 존재. 나폴레옹의 군대에선 '다부 장군'이 이런 역할을 했다는군요.


세 번째는 '권한을 가진 회의론자'입니다. 상부의 가정과 믿음에 두려움 없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 산이 아닌가벼'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란 장군'이 이 역할을 했었다죠.


네 번째는 '병참'입니다. 조직의 자원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사람인데요... 나폴레옹의 군대에선 '월링턴'이 이 역할을 했었습니다. 머... 작년 말에 한 회사에서 '관리'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제대로 구경한 적이 있어서 더 실감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조직 자체가 충분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리더십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하며 성과 배분과 관련된 여러가지 장치들까지 더 달라붙어 있어야... 제대로 기동하기 시작한다는 거야... 뭐 일러무삼하지요.


새벽부터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새벽에 일어나(쩝... 저 요즘 하루 5시간 이상 자기가 어렵습니다. 머리가 땅에 닿으면 바로 꿈나라로 날아가는 체질이었는데 연애 뽀게지고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꿈도 많이 꾸는 바람에 깊숙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배의 이 글을 봤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30~40%는 태생적으로 한나라당을 찍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진보', 혹은 '좌파'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10%가 안됩니다. 기껏해봐야 3~4%라는 이야기죠. 사회과학 서적들 대부분이 초판 소화가 안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숫자는 줄면 줄지, 늘진 않습니다. 김규항 선배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겁니다만... 80년대에 '가능성 있는 빨갱이'하나 만드는데 최소 한 학기라는 시간과 수 십권의 독서 리스트가 필요했는데, 요즘은 '조중동과 한나라당'이라는 키워드 몇 개로 갔다고 통탄했던 적이 있었죠.


이렇게 얇은 판에 싱크탱크라는 게 울림이 있을까... 란 회의가 먼저 들더라구요.


더군다나... 경제학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학문입니다. 통계의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정당화되는게 쉬운 측면이 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투자율를 80년대부터 잡느냐, 90년대 후반으로 잡느냐에 따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간 "기업들의 투자가 줄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고, 거꾸로 YS집권기간동안 '과잉투자'가 있었고, 그 결과가 '외환위기'로 나타났으며...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투자는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상반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제 뜬금없이 매일경제가 스티글리츠의 인터뷰를 한 면을 할애했던데, 대충이나마 이 아저씨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면 뭐 그렇게 충격적인 이야기도 아니지만, 슘페터의 논리를 기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한국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증이 그들의 논리근거에 따르면 그렇게 많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있거든요.


또 한 가지는... 한국사회가 좀 몰빵으로 달려가는 성격이 심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인터넷 초기,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했던 작업은 '한글화'와 관련된 부분이었죠. 덕택에 코드 방식들만 잔뜩 나와서 거꾸로 통합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지금 정당들치고 연구소 안 만드는 곳들이 없다고 할 판이지만,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한나라당의 '여의도 연구소' 조차도 '선거기획사' 수준이라는 것도 지적해야 할 겁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대학은 해방구였죠. 그런 해방구가 열렸었음에도 심심하면 이루어지던 경찰의 불심검문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진공상태는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그랬기에 몇몇의 스타들이 판을 끌구갔고, 게릴라전 밖엔 펼칠 수 없었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에는 이게 관성으로 이어졌던 측면이 있다면... 지금은 '돈'으로 사람을 말리는 분들을 상대하는 판국이죠.


이런 상태에서... 또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어떤 자원이든 항상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죠. 지갑을 연다는 행위에 대해선 동감하나... 조금 더 많은 고민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위에 언급한 넷이 모두 있어야 하고, 그들이 노는 틀도 갖춰질 것은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것... 어디선가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선택지가 많아도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ㅋㅋ

댓글 3개:

  1. 일순 초난강 기업 으로 읽었다능. ㅋㅋㅋ

    (저는 1~4 전부 다 해당! 넘 잘났. ㅋㅋ -_-;; 실은 그래서 우유부단의 극치에요.)



    잠을 잘 못주무시는건 破愛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노화의 일현상이라 보는데요..;;; 카페인 줄이(거나 끊)고, 술 담배 줄이고, 저녁에 30분 정도의 산보가 숙면에 도움이 되지요. 아 그리고, 혈압체크도 '꼭' 해보세요. 빠른 시일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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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내 심장속의 뱀 - 2010/01/06 10:08
    커피는 무진장 줄였죠. 혈압은 정상이구요. 담배는... 끊어야 하고;;; 추운데 산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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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amuel S. - 2010/01/06 10:3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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