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제작자들, 특히 방송국의 입장에선 미국인들의 넋을 빼놓는 겨울 스포츠의 시즌이기도 하니 배짱인거죠.
암튼... 별로 해피하지 않은 2007년 미국 TV드라마와 관련된 시상식들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새로 떠오르는 신성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겠죠. 바로 여우주연부분을 쓸고 다니는 America Ferrera의 <Ugly Betty>입니다. 사실 이 시리즈 인기의 절반은 이 아가씨의 캐릭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연말의 상복은 당연한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 멕시코에서 좀 있었다고 제가 메히코(그 친구들 발음이죠. x가 영어의 h로 발음합니다. H를 R로 발음하는건 포르투갈어구요)에 대해 국가적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 좀 있었다고 전문가라고 행세하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겁니다. 더군다나 전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공립학교 나와서 미국으로 월경하거나 마약파는 것 이외의 삶의 해법을 가지지 못하는 대부분의 메히까노들에 대해선 아는게 별루 없거든요.
그럼 아는게 뭐가 있다고 주절거릴거냐... 걔네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알 수 있다는 것만 지적할려고 합니다.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이라고, <West Wing>의 제작자였던 아론 소킨이 만든 시리즈가 있습니다. 뭐 한 시즌만 하고 종치긴 했지만. <West Wing>을 만들면서 얼마나 갈굼을 받았는지에 대한 방송백서가 아닌가란 생각을 저 혼자 했을까란 생각이 드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기독교 우파,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랄한 공격과 '미국이라는 나라는 중도들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반복하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UN을 다루는 시리즈를 NBS(NBC의 페러디 같음)에서 방영하기로 사장이 결정하자 회장이 술 한잔 걸치고 주정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거 기억하는 이유는 주정의 내용이 가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주 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10대들 중에서 어떤 넘들이 다이뿌르에서 뭔 일이 벌어졌는지, 심심하면 튀어나올 다국어 자막들을 제대로 읽기나 할거라고 생각하는지, 뭣보다 수 많은 나라들의 다양한 언어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배우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길 하거든요.
미국에서 거주하는 라띠노들에게 인기 있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미국에서 먹히고 세계에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원래 남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애들이 남들의 형식을 흥미로워할 가능성... 제가 생각하기엔 냥이가 김치에 중독될 가능성과 비슷하거든요. 그런 냥이가 있긴 하지만 모든 냥이들의 기준으로 놓고 보면 터무니없으니까요.
실제로 Betty네 집의 구성을 봐도 원단 멕시코인들이 보기에 짜증 낼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되거든요. Betty의 언니역을 맡은 Ana Ortiz는 푸에르토 리코산이고 아빠역을 맡은 Tony Plana는 쿠바산이라구요.
그렇다고 정서를 이해할 것이냐면...더 터무니없죠. 미국애들이 DONDE VOY의 처절한 가사 내용을 수용할 수 있겠어요? 미국 이민국의 눈을 피하게 해달라는 이야길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간 국경에서 자경단 놀이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박살 내놓을텐데?
사실 <Ugly Betty>의 인기가 Telenovela의 미국점령, 혹은 한류의 벤치마킹 상대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긴 Salma Hayek이 제작자라는 걸 과소평가한거죠. Salma Hayek이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그게 제대로된 멕시코의 분위기였나요? <Bandidas>에선 세상의 풍파에 맞서는 명랑소녀로, 제 눈에 처음 들어왔던 <Desperado>에서도 뭐 그렇게 멕시코적인 분위기는 없었다구요. 물론 <Frida>가 있긴 합니다만... 그거 대박난 영화 아니거든요. 2003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긴 합니다만. R등급으로 개봉했는데 대박나긴 어렵죠.
마흔이 넘은 시간을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고, 아들 뻘인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는가 하면 자기가 키워온 잡지를 통으로 먹겠다고 덤비는 야심을 보여주니 영락없는 마녀입니다만... 하나 밖에 없는 딸 앞에서 엄마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은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는 악역으로 사람의 맘을 돌려놓죠. ㅎㅎㅎ..
재래식언론 기자들이 쉽게 망각하고 있는 건, 한류의 많은 부분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갔던 것에 기반한다는 겁니다. 거기에 남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먹히는거지... 민족주의로 뭐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