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쟁점정리] 방송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살다보니 별 시덥잖은 소리도 다 듣게 됩니다. 하는 꼬라지로 놓고보자면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제3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짓거리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OECD가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말들을 꺼내는데... 참 반가우면서도 너네 언제 정신 차릴려고 그러냐...는 걱정도 한 편으론 하게 됩니다. 뭐는 OECD기준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쥐밥이냐는 소릴 바로 듣게 될텐데 말이졉.

일단 지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상파방송에 대한 대기업 및 일간신문/뉴스통신의 제한적 지분소유 허용
2 보도/종합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대기업, 일간신문/뉴스통신 및 외국인의 제한적 지분소유 허용
3 지상파방송 및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최대주주(1인) 지분제한 완화(30%-->49%)
4 위성방송에 대한 대기업 지분제한 페지 및 외국인/일간신문/뉴스통신의 지분소유 제한 완화(33%-->49%)

그럼 뭐가 문제인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1/.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만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OECD가 가장 많이 끌려와서 고생하는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총론'이 아니라 '각론'인 법이죠. 총론으로 놓고보면 OECD국가들 중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거 맞습니다. 그런데 각론에서 아주 심각한 삑사리가 있죠.

이 분들이 아는 유일한 세계인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각종 규제의 왕국으로 악명이 자자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규제 없이 이걸 풀어놨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미국'이라는 사회에 대해 아는게 조또 없음을 증명하는 겁니다.

미국연방규정에 의하면 AM/FM, 그리고 TV모두 '전파 도달 범위 내에서 교차 소유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지분두 안되는 판에 운영이나 지배는 택두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2007년 들어서 개정안이 나오는데... 이 개정안도 상당히 빡빡한 것이었습니다.

1. 교차소유는 DMA(Designated Market Area, 닐슨미디어 리서치가 시청률을 조사하기위해 만든 시장으로 총 210개로 나뉨)중에서 상위 20개 지역에서만 적용된다는 것.

2. 겸영 허가는 한 개 신문사와 한 개 TV 방송사 또는 한 개 라디오 방송사로 한다.

3. TV 방송사가 겸영허용 대상인 경우, 그 지역 안에 적어도 8개의 독립적으로 소유 운영되는 미디어(신문사와 방송사)가 존재해야 한다.

4. TV 방송사가 겸영의 대상인 경우 이 방송사는 상위 4대 방송사 안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자...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야 할 겁니다. 얘네 왜 이렇게 단서조항들을 많이 달았을까요?

그건 지상파 자체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자연적 독점'이 발생되는 영역이라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거 경제학 101입니다. 2MB정부의 경제정책이 개념 없는 것도 이 기본중의 기본을 캐무시하고 있기 때문이졉)였고, 두 번째는 미국의 경제정책이 1930년대 이후로 '독점 혹은 과점'이 발생하면 반드시 개입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가장 강력한 반독점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 이유는... '시장의 최대 적이 독점'이기 때문이죠. 노조나 좌파라고 주장하는 분들, 방통대에서 방영하는 경제학개론이라도 좀 듣고 오시기 바랍니다.

뭣보다...이런 장치들이 주렁주렁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 미국 상원에서 빠꾸먹었습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영국은 전국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소유주는 지방 및 전국 지상파방송 면허 또는 해당 방송사 지분을 20%이상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는 30% 이상의 점유 자체가 불허되며 독일은 지역에서 일간지가 방송사의 지배주주로 나서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쬐끔 다른 곳이 하나 있긴 합니다.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가장 헐렁한 규제를 가진 나라가 있거든요. 어디냐... 뉴라이트들의 정신적 고향인 일본되겠습니다.

일본은 중파라디오, TV, 신문사를 한 사업자가 동시에 경영하거나 지배하는 것, 그리고 두 영역의 경우엔 '출자비율 규제'만 하고 있습니다. 몇 번의 삑사리를 제외하고 주리줄창 자민당 정권이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도... 거의 이 때문이라고 해야할 겁니다.

실제로 일본 우파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요미우리의 회장인 와타나베 츠네오(渡邊恒雄)거든요. 문제는 한나라당의 법안이... 헐렁한 일본의 규제보다 훨씬 더 과격하게 개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 우리의 신문시장은 조중동 셋이 전체 시장의 75%를 나눠먹고 있거든요. 다른 나라들의 경우였다면 의무적으로 자신들의 신문시장 지배율을 떨어트려야 할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한 조건도 안 걸구 낼름? 뭐 뉴라이트가 그냥 친일파라고 커밍아웃한 거야... 그러려니 했지만... 이쯤 되면 뭐... 청출어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OECD국가들 중에서 대기업의 방송진입을 금지하는 곳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건 아예 뻥입니다.

현행 방송법에서 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하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상파 방송이고 또 하나는 보도종합편성채널이죠.

여기에 또한 경제학 101도 캐무시하는 분들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구요? 방송사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MBC의 경우엔 자산가치가 10조 이상으로 평가됩니다. 대우조선의 매각가가 6조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죠. 이런 대규모 산업의 경우엔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형태로 투자를 하게 되면 조뙈는 경우가 생깁니다. 1년 전에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 못하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친절을 배풀면... 97년 IMF사태가 어떻게 출발했었는지 검색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

거기다 결정적인 문제도 하나 낑겨들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언어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선 거의 안 쓰는 언어라는거죠. 북쪽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지극히 제한된 시장이라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광고에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도... 나 죽는다 소리가 나오고 있거든요? 이런 판에 허용을 한다는게... 그게 '경제논리'일까요? 꿈동산의 잠꼬대일까요?

이런 이야기하면... 바로 이 말이 나옵니다. 아뉘... "방송이라고 해서 수출 못하냐?"고 말입니다. 흐흐... 이 포인트에서 다음의 문제로 바로 넘어가게 됩니다.

3.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대기업의 자본이 필요하다.

대체로 회사를 말아드시고도 왜 말아먹었는지 이해 못하는 분들, 그래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분들의 특징은 '실탄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굳게 믿는다는 겁니다. 뭐 사실 이건 도박판에서도 마찬가지죠. 지가 호구라서 당했다는 사실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타짜에게 돈을 가져다 바치잖아요? ㅋㅋ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사실 조선은 쬐끔 억울할 겝니다. 악이 올라서 덤비는건 중앙인데 같은 패거리로 묶이다뉘... ㅋㅋ 근데 만평의 악질적인 선동을 보면 빼긴 좀 그렇더라구요)이나 계속 무시하고 있는 사실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조중동도 방송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상황이 어떻다는거 빤히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조중동, 케이블 시장에는 이미 진출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케이블 시장만 하더라도 2006년을 정점으로 가입자 숫자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죠. 삽 한자루 들고 강림하신 메시아께선 인정 안하는 사실입니다만... 시장은 한계가 있거든요. 바로 경쟁매체의 등장 때문이졉.

거기다... 조중동과 대기업들은 이미 이 시장에 모두 진출해 있습니다. 문젠 이 시장에서 보여주시고 계시는 능력들이 심히 안습입니다. 매일같이 지면을 할애해 전쟁의 선봉에 서 있는 중앙일보만 하더라도 바로 오늘, 자신들이 운영하던 케이블TV 방송국 하나의 문을 닫습니다.

그럼 대기업들은 어떨까요? 이런 말씀드리기 참 민망합니다만... 대한민국의 대기업치고 컨텐츠와 같은 S/W를 제대로 다루는 기업이 없습니다. 삼성이요? ㅋㅋㅋ 드림웍스가 처음 생겼을때 전 회장님께서 비행기 타고 날아가 투자협상을 벌이셨었죠. 그 미팅이 어땠는지 아시나요?

스필버그 감독, 딱 한 마디 하셨습니다. '반도체 이야기만 주리줄창 들었네.' 당삼 협상 날아갔죠.

그 이후엔 좀 달라졌을까요? 전 기억에 없는데요???

아뉘... 사실 돈은 문제가 안됩니다. 케이블 체널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방송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중동이나 재벌 계열사 방송국들에서 만든 프로그램... 뭐 기억하시는거 있으세요? 전 없거든요?

이 상황을 야구로 설명하자면... 2군 리그에서 방어율이 99.99인 투수와 타율이 1푼대인 야수가 1군으로만 올라가면 펄펄 날아다닐 거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IT바닥으로 치자면 게시판 몇 개 만들어본 개발자가 포털에 경력사원으로 입사만 하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거라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고, 시장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한 번도 만들어내본 적이 없는 기획자가 똑같은 소릴 하는 거죠.

이거요... 다른 시장에서 이러고 다니면 '사기'로 잡혀갑니다.

4. 일자리와 시장이 창출된다.

있는 시장이 줄어드는 판국에 늘어난다고 주장하는게 말이 되나요? 신문광고시장 얼마나 줄었나요? 앞서 케이블은 가입자 숫자가 계속 줄고 있는 상태인데? 일자리의 경우도 대운하와 관련된 사기랑 비슷하니... 뭐 더 말 안하겠습니다. 4대강 정비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대운하에서 실제로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는 잡부 밖엔 없잖아요?

방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해야 6mm 카메라 가지고 잡다한 이야기 꺼리 만드는 것들이나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투자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들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서 처음 일하게 되면 한달에 얼마 받을거 같으세요? 30만원입니다. 30만원짜리 일자리 2만개...의미 있나요?

특히... 중앙의 경우... 게이트 키핑능력이니 뭐니 구찮은 소리 하는데요. 그래서 미국의 신형 항공모함에서 비행기를 수초만에 마하2로 발진시킨다는 물리학 101을 무시하는 기사를 만들고... 프랑스 특파원을 역임하시는 기자분이 poisson d'avril(영어로 April Fools. 우리말론 '만우절')이라는 이름을 단 만우절 기사에 낚였는지 새해가 시작되는 밤에 뭐 잡고 잠시라도 생각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쥐의 해에 쥐 한 마리 때문에 귀찮았던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소의 해에도 똑같은 거 하긴 싫거든요. 이거 수업료도 못받는 상태에서 가르쳐가면서 논쟁을 해야 하는 꼴이란 말이죠...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미디어행동에서 나온 자료를 밑에 첨부파일로 올려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4개:

  1. 잘 읽었습니다. 어제 밤 그 추위에 언론노조 분들 종로 거리에서 유인물 나눠주던데 꼭 이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뭐 논쟁은커녕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인간들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데 무슨 방도가 있을런지요...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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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읽었습니다. 정리가 되네요... 늘 잘~ 읽고만 가는 미안한 짓을 하는것 같아서, 오늘은... 흔적을... ㅎㅎ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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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삭 - 2009/01/01 10:55
    힘으로 밀어붙일때마다... 거대한 역풍이 불었었죠. 이 역풍이 처음에는 미미할지라도 말입니다. 쥐를 청와대로 보낸 것에 대한 사회적 비용지출이 꽤 클 수 밖에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기 전까지, 정치적 결정 하나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자 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기 전까진... 우얄수 없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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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덕소부인 - 2009/01/01 19:04
    ㅎ... 사실 이거 정리가 좀 늦었던 겁니다. 저도 밥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일이 최우선이고 블로깅은 좀 뒷전인 넘이라... 그래도 정리가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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