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금요일

Bordertown


수천명의 여자들이 강간당한 뒤에 살해된 곳이 있습니다. 깨는 것은 경찰들은 이 여성들을 해치는 흉악범을 체포하기 위해 뛰어다니기 보다는 그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사를 습격하고 신문을 뺏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 폭행은 일상다반사, 심지어 실종된 딸들을 찾는 부모들에게도 '공권력의 힘'을 과시합니다.

어디냐구요?

어느 외교관이 대통령에게 '꿈의 미래'라고 주장한 멕시코의 마킬라도라(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조립, 수출하는 멕시코의 외국계 공장들을 통칭함)들이 즐비한 곳이죠. 대표적인 곳은 국경도시들 중에 하나인 Juarez입니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고발한 영화가 있습니다. 배우들도 쟁쟁합니다. Martin Sheen, Jenifer Lopez에 Antonio Banderas까지 나오죠. 그런데 한국에는 수입이 안되었습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은 Bordertown입니다.

캐나다의 방대한 자원(이 넘의 나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무만 팔아도 자국민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거기다 끝에서 끝까지 가면 처음 베어내기 시작했던 나무들은 다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크죠), 미국의 자본, 그리고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설레발로 시작한 NAFTA... 그러나 그렇게 훌륭한 협상이었다면... 왜 이 협상에 사인을 했던 이들의 말로가 별로 좋지 못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NAFTA에 사인했던 캐나다 수상은 꽤나 긴 '전통'이 있던 자신의 정당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멕시코의 대통령 역시 쫓겨났습니다. 미국이요? 1999년 WTO협상이 벌어지던 시애틀에 얼마나 분노한 이들이 몰려들었는지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무엇보다... 이 협정의 희생자들은 멕시코 국경도시의 여성들입니다. 저임금에도 일하며, 가족에게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이들. 1960~70년대의 수출자유지역 공단에서 밤새워 일하며 동생들을 공부시켰던 이들과도 같습니다. 다만... 이 나라의 치안은 마약을 고리로 단단히 묶여 있는 미국과 멕시코의 범죄조직들이 날뛰는 곳들보단 훨씬 좋은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범죄조직들은 물론이고... 공단 내에서의 인권침해가 기업들의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만 하는 정치인들의 명령이... 자국민의 안전보다 몇 단계 더 우선인 멕시코 경찰 덕택에... 기본적인 수준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현실이 '싼 물건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취재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압력을 행사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어떻게 대통령에게 심어줬는지 몰라도... KDI가 수출이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놓자 보고서를 다시 만들라고 압력을 넣었고... 몇달 만에 다시 나왔던 보고서는 장밋빛 환상만 가득한 숫자들을 담고 있었죠.

이 숫자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앞장서서 내놓고 있는 시장창출, 특히 고용과 관련된 숫자들은 상당한 수준이 마사지를 통해 내놓은 전망치죠. 한미 FTA로 창출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고용규모가 한달에 50만원 안밖의 임금을 받는 마킬라도라의 노동현실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경우에 나올 수 있는 숫자들이었습니다. 핵심적인 '노동의 질'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겁니다. 지금도 <6mm세상 속으로>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취재하는 PD들은 한달에 30만원 겨우 받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이 사기극이 용인되었기 때문에 삽 한 자루 든 메시아의 강림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한미FTA가 가져다 줄... 상황을 앞서서 남들의 현실로나마 한번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댓글 6개:

  1. 위장과 왜곡, 조작을 밥먹듯이 하는 이 정부...그럴수록 철저히 심판당하고 말 겁니다. 삽으로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지요.

    답글삭제
  2. @hilfiger - 2009/01/03 22:27
    '시장경제'를 말하니 '재래시장의 경기'를 살려줄거라고 믿었던 분들이... 태반이었죠. 몸은 21세기로 들어온지 한참 되었는데두... 뇌는 19세기 어딘가에 살고 있던 분들이 많으니 그럴 밖에요.

    답글삭제
  3. ◆작년에 영화를 400편이 넘게 봤습니다. 그럼에도 리뷰를 쓴 것은 2~3편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영화도 물론 봤습니다. 깊이 있는 리뷰를 보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이런 리뷰를 쓸 생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부끄러워 지려고 합니다.

    답글삭제
  4. @maejoji - 2009/01/11 09:42
    사실 영화 자체는 자신의 무게 자체를 잘 콘트롤하지 못했었으니... 한미FTA에 대해 별 생각 없으면 그냥 저냥이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술 먹으면서 듣는게 남들은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라... ^^;;

    답글삭제
  5. ◆ 살아 보니,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의 수준에 의해 내 수준이 결정됩디다. 옛말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 뜻을 잘 알게 됐지요. 전 남들이 자영업이라고 부르고 내가 '행상'이라고 부르는 업을 20년이 넘게 하다, 지금은 백수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업투자가이지만, 크게 성과가 없으니 아직은 백수인 셈이지요. 생에서 중요한 것은 별 생각 없이 하는 대화가 남들은 공부하는 수준인 것보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겠지요.

    답글삭제
  6. @maejoji - 2009/01/12 01:02
    움... 사실은 별루 생각하지 않고 글쓰는 편이라...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그렇습니다. ㅠ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