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posal of any new law or regulation of commerce which comes from this order, ought always to be listened to with great precaution, and ought never to be adopted till after having been long and carefully examined, not only with the most srupulous, but with the most suspicious attention.
기업가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이나 법률등은 아주 꼼꼼하게 검토한 다음에야 시행해야 할 것이며, 엄청나게 의심스럽게 이들을 지켜봐야 한다. (order=기업입니다)
It comes from an order of men, whose interest is never exactly the same with that of the public, who have generally an interest to deceive and even to oppress the public, and who accordingly have, upon many occasions, both deceived and oppressed it.
왜냐면 기업가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공에게도 똑같이 이익이 되라는 법은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엔 이들의 이익이 상충되기 때문에 심심찮게 이들은 대중을 현혹하거나 억누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들, 어느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일거 같습니까? <자본론>이 아니냐구요? 틀렸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1권의 마지막 결론부분입니다. 출처도 불분명한 이야기들을 버젓히 교과서에 싣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 건... 정작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균형'을 언급한 것은 단 한 문장에 불과한데도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한 것의 핵심인 것처럼 포장을 해서 가르친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공머시기 아저씨와 같이 책 한권 안 읽고 책은 참 많이도 쓰는 분들에 의해 경제학의 창시자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은 '시장이 알아서 다 할꺼다'라는 희안한 교리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내는 균형'을 언급하는 장에서는 이게 '대단히 제한된 조건에서 작동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역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국가가 감시하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인 셈이졉.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가 <국부론>을 일독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들었던 학자가 인도 출신의 석학이었기 때문입니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야마티야 센이 1986년에 UCLA에서 한 강연을 책으로 만든 <윤리학과 경제학>을 읽고 꽤나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위의 영문 내용을 거칠게 번역했던 것처럼 이 책을 거칠게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윤리학'의 한 부분이었으며, 실제로 경제학 역시 '윤리적 근원'과 '계산 논리적 기원'이 각각의 근거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대 경제학은 후자에 집중하고 있다. 양자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거죠. 좀 더 쉽게 정리하자면 원래 경제학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라는 뿌리와 '나 혼자 잘 처먹고 잘 살면 된다'는 두 가지 기원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은 지나치게 후자만 강조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원들은 모두 근거가 있는 거니까 경제학 공부하는 늬들... 주의해서 들어라... 뭐 이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근데 여기서 센이 이 이야기를 꺼냈던 이유를 조금은 따져봐야 할 겁니다. '민영화만이 살길이다'로 정리되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한참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던 것이 그 시기였기 때문이죠. 이 아저씨, 점잖게 '늬들 그거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 많아'라는 말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거죠...
그렇지만 제아무리 석학이라고 하더라도... 이게 현실에서 뭔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짱 꽝이죠.
센의 강연 이후 10여년 뒤인 1995년부터 영국 연금법에 특이한 조항이 하나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모든 기업은 연금펀드안에 '투자원칙성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투자원칙성명'의 내용은 '투자 형태와 투자,위험, 성과와 그 실현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좀 모호한 이야기였죠. 이 모호한 내용은 2000년 7월 3일이 되어서야 조금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회책임투자 연금펀드법이라는 것이 발효되었거든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연금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회사들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발상과는 반대로 이런 영국의 움직임은 단 1년도 안되어서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EU공동체 모두로 확산되어 갑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줄여서 CSR)'... 좀 낯선 이야기죠? 코피 아난 UN전 사무총장에 의해 주창된 Global Compact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역시 간단하게 줄이자면 '친 환경적인 기업, 반사회적인 활동을 거부하는 기업,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황당하다구요? 그리고 이게 돈이 되냐구요?
사실 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영국의 경우 상장법인 주식의 35%를 연기금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급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연기금의 특성상 고용이 증가하면 할 수록 기금 지출로 인한 손실이 적고, 더불어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기업에 돈을 넣으면 넣을 수록 수익율도 올라간다는 부분을 빼놓을 수가 없었던 거죠. 1989년에 엑손의 초특급 환경사고가 환경문제에 대해 둔감한 기업에 돈을 넣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제대로 한 번 경험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100만 겔런의 원유를 알레스카 연안해안에 퍼지게 만들었던 이 사고로 1990년 엑손이 보상금으로 내놓았던 돈만 9억달러고, 벌금만 35억 달러를 냈으며 이로도 모자라 추가로 피해보상금으로 50억 달러를 내놔야 했고, 이런 환경재앙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법원은 연방정부에도 11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는 형태로 일이 진행되어버렸던 겁니다.
사고 한번 쳤다는 이유로 회사의 시장가치가 1년 사이에 50억 달러 이상이 줄어버렸던 거죠. 연기금은 개미보다 방대한 돈을 집어넣는 곳이기 때문에 돈을 쉽게 뺄 수도 없는 상황을 한번 겪고 나니까... 이런 기업들에게 돈 집어넣었다간 조뙈겠구나라는 각성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런 까닭에... 재무적으로 놓고보자면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펀드들의 경우에 위기관리능력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실제 수익율도 일반 펀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구요. 특히 지금과 같이 전세계적인 경기 하강기엔 손실비중이 아주 낮습니다.
옆의 일본만 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펀드가 무려 4조 달러가 구성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헤지펀드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럴 밖에요. 선진국 연기금의 대부분이 이런 투자펀드인 세상인걸요. 대한민국 1년 GDP의 4배에 달하는 돈이 일본에 있다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니... 이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물건만 소비하겠다'는 것과 맞물린다면 어떻게 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모토로라는 이겼지만 노키아를 삼성이나 LG가 이길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로 이게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 혹시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제 수장이라는 분께서는 '양극화는 트렌드', 혹은 복지정책이 '양극화를 불러왔다'는 둥의 미친년 빨래판 긁는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외국투자를 끌어오겠다는 2MB정부의 이야기가 말짱 황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번 돈 넣으면 어지간한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돈 안 빼는게 연기금입니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요... 그런데... 촛불 들었다고 연행하는 놈의 나라에 이 돈들이 들어올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이 CSR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지는 첨부한 파일을 다운 받으시면 볼 수 있습니다. CJ나눔재단 사무총장의 글을 먼저 읽으시고... 나머지 단체들의 입장들을 함 살펴보십셔. 사용자 단체나 노동자 단체나... 별 생각 없기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2MB와 한나라당, 그리고 뉴라이트가 경전처럼 받들고 있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기본적인 입장들이 부정되고 있는 최근의 현실, 그리고 연기금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껏해봐야 할 수 있는 일들은 수익만 챙기면 바로 튀는 핫머니들을 '투자'라고 포장지 붙여서 들어오는 것 밖엔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초특급 무능함 때문에 반대하는 건데(사실 쇠고기 문제도 핵심은 이거라고 봅니다. 협상의 ABC도 모르는 무능!)... 이게 '수상한 무리들의 발언'이라구요? 어느 심산유곡에서 도 닦다가 내려온 분이랍니까?
흠... 링크 깨진건가요? 불여우 사용중인데 다운이 안되네요... 하여간 애덤스미스의 저 내용을 EBS의 지식채널E에서 보고 많이 놀라 읽어보려다가 3장쯤 보고...... 언젠가는 꼭 읽고 말테다랄까 ㄷㄷ
답글삭제@식고 - 2009/01/13 16:40
답글삭제링크 주소가 달라졌더군요. 첨부 파일로 올렸습니다.
◆ 이글을 읽으면서 제 블로그에 옮겨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질을 하면서 지나치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오프에서 어영부영하는 것보다 온에서 무게 있는 글을 읽는 것이 낫겠다.'라고.., 온에 시간을 많이 쏟아도 괜찮다는 자기변명입니다. 잘 봤습니다.
답글삭제@maejoji - 2009/01/17 09:45
답글삭제출처만 밝히시면 가져가셔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