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MBC 2580에서도 한 꼭지로 나왔지만, 베네수엘라의 El Sistema는 상당히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난제들을 프로젝트 단위로 묶고, 자원의 배분과 관련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해결하겠다고 덤벼든 차베스식 해법들 중의 하나죠.
몇 가지 사례들이 있었는데...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것들 중에 하나는 빈민들을 치료할 의사가 없는(의사가 없는건 아니거든요) 베네수엘라가 의료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쿠바에 석유를 주고 교환했던 것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의사들의 '수입'보다는 그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도 눈에 좀 많이 들어왔지만 말이죠.
뭐 오늘 방송 자체도 아쉬운게 좀 많았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관현악을 아이들에게 보급해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어떤 분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동력들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게 아쉽지만 말이졉.
그런데 꼭지 말미에 부처간 갈등 같은 건 왜 넣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저게 작동되기 힘든건 부처간 갈등 때문이 아니라 교육철학 자체가 시궁창이기 때문이거든요. '협력'이 '아름다운 협주'를 만들어내는 교향악과 '어렸을 때부터 경쟁을 배워야 한다'는 분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 아니던가 말입니다.
그럼 음악만 이럴까요? 흐흐... 아닐껄요?
몇 년전에 제가 축구를 가지고 돈을 만들어보겠다고 뛰어다니던 와중에 참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6개월 감봉 먹은 K본부의 선배가 1순위라면 2순위는 고 서기원 캐스터셨죠.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쫓아다니다가...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추석인사는 드렸는데... 전화번호가 저장된 전화기를 열지 못한 상태에서, 몇 나라 건너다니며 일하다보니 연락도 못드렸었는데... 후... 돌아가셨더군요.
야구는 좋아하지만 축구는 별루 안 좋아하시는 어느 목사님은 '서기원 선생님'이라고 제가 부르면 좀 기가 막혀 했었지만... 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던 여러 말씀들이 있었거든요. 그 가운데에 하나는 '조기교육 필요없다. 축구만 가르치면 된다' 였습니다.
이거, 웅변적으로 보여줬던 프로그램도 하나 있었죠. '슛돌이'말입니다. 아이들이 같이 공을 차기 시작하고, 승부를 위해선 협력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가 가진 예외성들이 여지없이 작동하는게 축구잖습니까? 일반적으로 돌출행동은 비난받지만... 축구에선 때로 그 돌출행동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창출해내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그 다양한 변수들을 어떻게 서로간에 '조절하는가'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뭣보다... 축구는 관현악에 비해선 돈이 덜 듭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어렸을 때부터 축구기계로 만드는 짓거릴 하지 않으면 애들, 똑똑하게 큽니다. 그때 축구로 돈 벌어보겠다고 뛰어다닐때 축구 달력보고 황당했던게... 고탄소 기업의 대표주자들인 신문사들을 시작해서 한칼 그린다는 곳들이 경쟁적으로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까닭에 중고등부로 가면 두 달에 한번씩 대회 일정이 잡히더군요. 일본도 그런식으로 안하는데... 어디서 배워오신 건지 심히 궁금하더군요.
암튼... 뭐든 문제는 철학이더군요. 근본적인 사고의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런게 그게 그렇게 극적인 형태가 아니라는 것도 한편으론 좀 깨더라구요. '협력을 중심에 놓는 철학'과 '경쟁만능주의라는 스크립트 몇 줄'의 차이. 어느 쪽이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뭐 축구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박지성은 '도우미'에 가깝지 해결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린 '해결사'가 되겠다고 박터지고 있는 상황이죠. 이거 좀 웃긴다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뒤늦게 새해 인사 드립니다.^^
답글삭제본문 중에 나오는 '목사님'이 혹시 전가요?
@삐딱선 - 2009/01/19 14:29
답글삭제흐... 황목사님 맞심다. 좀 난감해하시던게 기억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