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7일 월요일

Skins, 이 막나가는 청춘들이 부러운 이유

Weeds 이후, 이렇게 박장대소를 하면서 봤던 드라마는 처음입니다. 영국의 상업방송인 Channel 4에서 더 많은 영국 드라마들을 보여주기 위해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이 시리즈. XTM에선 어제부터 방영을 시작했지만 뭐... 미드족들이 보는 루트를 통해 어제 시즌1을 다 봤습니다.

제목부터 확 깨는게... Skins는 대마초 피울때 싸는 종이를 말하는 겁니다. ㅋㅋ Weeds랑 뭐 삐까한 수준의 작명이죠.

보고나서... 으흠...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더군요.

드라마 소개는 KLoG님의 이 글을 참고로 하시면 될 것 같구요...

보고나서 생각났던 것들만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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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뭣보다... About a boy의 이 꼬맹이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

아이들은 쑥쑥 큰다는... 말이 정말 실감나더군요. 하긴 Ally McBeal의 이 꼬마 아가씨가 누군지 알아보시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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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es에서 Claire Bennet역을 맡은 Hayden Panettiere입니다. 얘두 엔간히 컸죠. ㅋㅋ.. 요즘은 일년에 2백만달러 정도의 수입은 가뿐하게 올리고 있다니 뭐. --;;;

2. 그 다음으로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이 막장 청춘들이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대학진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가는 예비학교가 Skins의 배경인데요... 얘네들, 한 반에 12~15명 안밖이며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 사진을 가지고 자위하고, 역시 그 친구의 말이라면 뭐든 다 따르는 Sid가 역사과목에서 낙제를 면하기 위해 쓰는 리포트의 주제가 이거더군요.
 
"레흐 바웬사의 자유노조운동이 구공산권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뭐 자사고 예찬론자들의 눈엔 이 청춘들이 대마초 피우고, 약물과 파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꽤나 난잡한 성을 즐기고 있는 것들만 보이겠지만... 16, 17살짜리들이 공립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이 저거고, 학교 시설도 어지간한 대학보다도 나은 상태라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더군요.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토니가 보고 있던 책, 사르트르의 <구토>였다는 것도 쩝쩝거리게만 만들었구요.

3. 심리학 선생님을 쫓아다니고(결국 성공하더군요. 짜아식~ ^^;;), 파티광인 Chris의 경우에도 눈에 들어오던건 그 결말부분이었습니다. 엄마가 집 나가버리는 바람에 오갈 곳 없어진 이 녀석을 거둬주는 것은 학교였습니다. 물론 심리학 선생님이 힘을 써준 덕도 있긴 하지만... 공립학교 선생님들에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숙소가 있고, 그 숙소에 오갈데 없는 학생이 들어간다는 거. 절라리 부럽더군요.

4. 최근들어 갑자기 핀란드의 교육현실에 대해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는 있습니다만... 영국의 이 모델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모르겠더군요. 뭐 발음이 안 좋아서 선진국 못된다는 정부가 이걸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솔직히 대학에 애들을 보내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미 대학 이전에서의 격차가 저만큼 되는 상태에서 저 녀석들을 따라 잡을 생각이나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구요.

아이들의 섹스, 약물중독, 섭식장애... 뭐 이런 것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 때문에 국내에서 19세 이상 상영가지만... 정작 같은 또래인 우리의 꼬마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얘네들이 10대에 이미 끝내버린 고민들을 20대 중반까지도 가져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지금 상태가 아닐런지... 그리고 저 녀석들을 쫓아간다는게 지금의 상태로 가능하긴 한건지... 말입니다. 1만3천개가 넘는 블로그에 이 막장 청춘들을 다룬 드라마가 소개되어 있긴 합니다만... 보는 것들은 다 거기서 거기더군요. 쩝~


2008년 4월 6일 일요일

West-Wing이야기2 양당제와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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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선 미국의 정치제도가 고대 로마를 그 모델로 했다는 이야길 했었습니다. 이거, 뭐 미국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내놓는 이야기입니다만... 거꾸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이야기와는 약간 동떨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각종 음모론들의 출발지가 되기도 합니다. 뭐 미국인들 스스로가 즐기는 음모론이기도 하죠. 하지만 워싱턴DC의 오벨리스크는 물론이고 미국 지폐에서 볼 수 있는 프리메이슨과 연결된 듯한 각종 문양들은 정치 모델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따져보면 음모론만으론 제대로 보기 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 땅에서 마지막 왕조였던 조선조의 경우엔 그 정치구조가 철저하게 유교적인 형태로 구성되었었잖아요. 그래서 왕은 물론 신하들의 복색, 도시구조조차도 유교철학에 따라 만들어졌었던 것과 비슷한 겁니다.

암튼... 미국의 독립 자체를 놓고보자면 혁명의 일종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원래 "혁명"이라는 것은 사회의 권력 구조, 혹은 가치 체계, 경제 하부 구조등을 통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미국의 독립전쟁은 대지주와 부농의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진행되었거든요.

더군다나 초창기 미국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은 '대중추수주의(populism)'과 동일한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욕"으로 쓰였거든요. 실제로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4.13~1826.7.4.)만 하더라도 민주주의자라고 자신을 설명하기 보다는 공화주의자라고 주장했었답니다.

미국에서 양당제가 정착되게 되었던 이유도... 이런 건국과정에서의 철학적 배경들이 많이 작동됩니다. 건국초기에는 수많은 정당들이 난립했지만 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부턴 거의 지금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로 정리되었죠.

사실은 이것도... 다른 근대 국가들과 꽤 다른 점이죠. 정당결성의 자유가 있는,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연합정부의 형태로 내각이 구성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죠. 그러다보니 한 정당 내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버럴한 민주당원과 보수적인 민주당원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우리와 비교한다면 진보신당과 한나라당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안정된 사회'로 가는 길로 해석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양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말이죠. 하지만 한 당 내부에서 가지는 입장의 차이가 사실상 다른 정당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거리를 가지고 있기에 각 계파간의 입장조절을 하는 것과 연립정부의 형태로 굴러가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가지지 않습니다.

West Wing에서 이런 미국의 정치적 상황들은 대법관 임명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뭐 대법관 임명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시즌1의 9번째 에피소드인 The Short List에서도 나오긴 합니다만... 이들간의 차이가 얼마만큼 되는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시즌5의 17번째 에피소드인 The Suprem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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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서 지명을 받았던 연방 대법원 판사가 사망하자 그의 자리를 이을 후보를 찾는데... 이때 별 생각없이 봤던 극좌파 후보 랭 판사(이젠 대배우라는 칭호를 붙여도 무방할 Glenn Close가 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뭐 Air Force One등과 같은 영화에선 "뭐삼...?"이라는 소리가 나오긴 합니다만)가 맘에 들자... West Wing의 주인공들은 비슷한 수준에서 오른쪽 끝에 가 있는 법관을 임명하는 대신, 민주당에서 임명한 대법관에게 은퇴를 종용하죠...

좌우의 균형을 맞춰서 상원인준 통과를 쉽게 하고, 더불어 그만큼 더 나아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뭐 그러는거죠. 하지만 랭판사의 정치적 입장을 놓고보자면 끝까지 중도노선(그것도 민주당의 중도노선이 아니라 양 정당 사이의 중도노선)을 걷는 바틀렛 정부와는 꽤 멀죠. 다른 나라들이었다면 틀림없이 다른 정당이었을 정도의 수준이니까요.

그럼에도 민주당 소속일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둘 밖에 없기 때문인건데... 글쎄요... 전 이것이 과연 선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연정을 구성하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은 많거든요.

이건 다양한 목소리들을 조율해온 경험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인거고... 이 경우, 정치권 내부에서의 타협만으로도 추가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능력...의 문제. 이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국가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죠. 어느 에피소드인가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데... 미국의 대통령 중심제를 미국이 수출한 것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이야길 토비가 하기도 하니까요.

뭐 반응들이 별루 없기에 그냥 접으려고 했는데...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 들어와 하나 더 올립니다. ^^;; 담번엔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 과연 '고립주의'인가라는 걸 주제로 함 다뤄볼까 합니당.


 

2008년 4월 5일 토요일

Vexille을 보고 든 의문


2001년에 봤던 영화중에 조조로 보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딱 두 편있습니다. 하나는 <Tomb Raider>였고, 또 하나는 <Final Fantasy: The Sprits Within>이었죠. <Tomb Raider>는 안젤리나 졸리의 부풀린 가슴 이외엔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는 영화고, <Final Fantasy>는 3D라는 넘의 한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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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실사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돈과 작업자들의 피와 눈물과 땀은 실감났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건 뭐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뭣보다... 두 넘의 영화 모두 "아무 내용 없음"... 이 가장 큰 문제였거든요. 뭐 포르노 장르로치면 PWP(Plot? What Plot?)과였으니 말이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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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봉했던 <Vexille>은 <Final Fantasy>와 비교하자면...일단 네러티브는 꽤 보강되었습니다. 그리고 3D 기술력도 jag(이게 뭔지는 영화 직접 보시면 압니다. ^^;;)가 출연하는 부분에선 꽤나 더 나아갔다는... 한 스펙타클하는 걸 보여주죠.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더군요. 네러티브 자체가 좀비 영화의 문법들을 따르고 있다는 것(거기서 뭔가 더 보여주는 극적 긴장감은... 없습니다), 그리고 1927년에 만들어졌던 <Metropolis>에서도 역시 몇 가지 부분들을 차용했다는 혐의가 좀 있거든요. 음... 차용한게 <Meoroporisu>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뭣보다 메카닉이나 풍경등은 3D가 더 나은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인간을 묘사하는 것은 아직도 2D만 못한 질감을 가진다는 점도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보고 나서 한참동안 생각하게 되던게... 이게 일반 셀 에니메이션으로보다 3D로 만드는 게 인건비가 덜 들어서 그러는게 아닐까... 라는 것이었심다.  3D가 제공하는 표현의 자유로움보다는... 말이죠. 물론 셀 에니메이션의 현장도 저임금에 근로기준법을 아슬아슬하게 오락가락하는 현장이긴 합니다만...

돈의 흐름

원자재값에 이어 쌀값까지 국제시장에서 폭등하고 있습니다.

뭐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죠. 기계농이 근본적으로 취약한 부분은 낮은 유가가 없었다고 한다면 불가능한 생산구조니까요. 어떻게보자면 21세기의 가장 첨단 산업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농업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루 이런 모델이 있는게... 우리가 조빠지게 배 만들고 반도체, 손전화 수출해서 벌구 있는 돈과 비슷한 수준의 돈을 스페인은 농업수출로 쌤쌤이 맞추고 있거든요.

특히... 각종 알러지 때문에 식품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지속되면 지속될 수록 유기농에 대한 수효는 늘어나고... 이게 안전한 형태로 취급되기 위한 수단으로 IT 기술들이 응용될 가능성 역시 이미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산 유기농 식품들을 수입하는 일본회사들은 RFID로 생산당시의 정보부터 최종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가를 전산정보로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한국사회의 짧은 지적 수준 덕택에 당장에 돈이 되는 문화만 컨텐츠로 바라보니까 더 답이 안나오는 형태로... 발음이 안 좋아서 선진국이 못된다는 상스럽기 짝이 없는 인식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더 답이 안나오는 형태로 몰고 가고 있으며 앞으로 5년간 이 경로는 더 더욱 가속화되기만 할 것입니다만...

파시스트가 될 수 없는 그들의 한계를 안다면... 적어도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곰곰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쓸어버릴 것으로 예측되는 그 정당에서도 재태크에 있어서 한 가닥 한다는 분들이 대부분 현금으로(심지어 어떤 양반은 집까지 전세로 바꿔서)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들 자신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죠...

이전에는 돈이 되지 않았던 것이 돈이 되는 세상. 이렇게 전환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곡소리가 땅에 깔릴지 빤히 봅니다만... 거꾸로 그만큼 기회가 커지는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좀 드네요. 그리고 그 돈이 되는 것들은 지금까지 돈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주로 열릴 것으로 보이니까 말이죠...

2008년 4월 4일 금요일

<시칠리아의 암소, 한줌의 부도덕> 중에서...

언젠가 우연히 '전대협 동우회'에서 펴낸 [전대협 6년사-불패의 신화]라는 책을 읽었다. 역대 전대협 의장이 자신들의 투쟁기를 무협지 형식으로 엮은 책인데, 그것을 읽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들의 낮은 지적 수준, 의심스러운 도덕의식과 촌스런 미감이 아니었다. 그 역사(?)를 서술하는 관점이 철저하게 전체주의 국가를 지배하는 노멘클라투라들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작은 수령들의 활약에 대한 자화자찬, 이들을 보위하는 대중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보내는 공치사, 그리고 이 충성스런 대중들에게 작은 수령들이 베풀어준 은총에 관한 미담...... 그나마 의기소침한 진보세력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썼다는 그 가상한 집필 동기도, 이들이 자기들끼리 그룹을 지어 기성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작년엔가, 우연히 그 중 한 사람을 베를린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내게 자기들이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나도 참 순진한 것이, 이 말을 듣고 이들이 진보정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임수경 씨가 "NHK 가라오케바로 오라"는 말을 듣고 "NHK와 기자회견을 하나 보다"하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5월 18일, 광주에 내려가 가라오케 기계 앞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임수경 씨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듯이, 평범한 386세대의 사전에 따르면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출"이란 어느 경우에도 기성정당에 입당하는 것을 의미할 수 없다. 그것을 의미하려고 했으면 다른 어휘를 사용했어야 한다. 나는 이게 매우 불쾌하게 느껴진다. 하긴 "애들을 다룰 때는 처음엔 조지고 다음에는 얼르라"고 버젓히 말하는 그 분께 애당초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이 분이 언젠가 다시 "조지"고 "얼르"는 고귀한 위치에 올라가기 까지 윗분들께 '비비고 기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이들이 운동과정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를 이제까지 유지하며 결속을 해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위하여? 이들이 자기들의 운동경력을 '불패의 신화'로 찬양한 동기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진보세력에게 자긍심을 주기 위해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독일에서 68세대를 연구하는 386세대의 여학생인데, 어느날 한국에서 '세대론'에 관한 책을 낸다고 원고를 써달라는 연락이 왔단다. 이 여학생에게 68세대를 연구한다는 것은 아마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과거의 트라우마를 심리적으로 극복해내는 의미를 가질 게다. 그런데 정작 그 책이 나온 다음에 알게 된 것인데, 그 책의 출간 주체가 바로 기성정당에 입당을 노리던 그 그룹이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의 논문이 이 아이들을 정치권에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포장지로 사용되었다는 얘기다. 왜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는가? 선거철만 되면 부랴부랴 괴상한 저서들을 내놓는 기성 정치인들과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공사의 구별도 없는 모양이다. 예컨데 이 애숭이들이 금배지를 달 수 있었던 것은 검증될 기회조차 없었던 그들의 정치력 덕분이 아니라, 전적으로 '모래시계 세대의 대표'러눈 상징자본 덕분이었다. 어떤 이는 그게 다 자기의 능력 덕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범함을 과시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아무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해도 어느 정당에서 미쳤다고 특정한 직업이 없는 백수들에게 공천을 주겠는가. 기성정당에 들어간 사실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정당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설혹 그것이 썩어빠진 기성정당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입당하는 것 자체는 벅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아무 문제도 없다. 문제는 입당을 하는 방식이다. 즉 기성정당에 입당하려면 철저히 개인 자격으로 했어야 한다. '모래시계 세대'의 '신화'를 조작해가며 한 세대의 상징자본을 몽땅 챙겨 튀는 방식이 아니라......

이왕 우리 세대의 상징자본을 활용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적어도 사후(事後)에라도 그 상징의 격조에 걸맞게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경위야 어쨌든 그 상징을 한번 제 것으로 내걸었으면, 되도록 그것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이다.


<시칠리아의 암소,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다우 pp32-34


ps. 거의 8년이 지난 지금 읽으니 참 다른 맛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인도의 아스트랄한 정치현실을 한국에서 보게 될줄이야...

2006년에 인도 다큐팀에 있으면서 그 나라의 아스트랄한 정치 상황을 보면서 비웃음을 실실 쪼게고 돌아다녔었습니다. 왜냐구요? 국가시스템을 만들었던 네루, 불가촉천민들의 아버지이자 카스트 할당제도 등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길을 열고자 애썼던 암베드카르 등...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만들었던 정치 시스템... 그 정치적 시스템을 만들어놨던 인도의 정치적 현실은 국부들로 칭송받아야 할 그 분들이 다시 태어나신다면 한숨밖엔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으니까요.

얼마나 암담했냐구요? 두 가지 사례만 보시면 됩니다. 하나는 정당, 또 하나는 정치인이죠.

2004년 총선에서 구성된 인도 의회의 야당은 BJP(Bharatiya Janata Party)입니다.

Bharatiya...라...

이거부터 한 골때림 합니다. 인도, India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명을 힌두 발음으로 들으면 요렇게 됩니다. Bharat Ganarajya. "바라트족의 국가"라는 뜻이죠. 바라트족은 또 뭐냐구요? 태양족입니다. 여기서 Janata란 "사람, 부족"등을 의미하는 말이니 당명이 태양족 당이라는 거죠. 여기서 부터 한 포스를 보여주는데... 얘네들의 실제 행동은... 카... 감탄사만 나오죠.

얘네의 97년 선거운동을 보시면 이 정당의 정신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인도100배 즐기기라는 가이드 북의 저자, 환타가 2002년에 얘네들의 선거운동을 요렇게 옮겨놓았었습니다.

97년도 총선국면을 맞이하는데, 이때 BJP의 선거운동은 정말 가관이었다. 수십대의 마차에 올라탄 라마와 락쉬만, 하누만, 시타가 하늘로부터 땅으로 재림한 것이다. 물론 배우들과 정치인이 연출한 이벤트였지만 라마신이 본격적으로 선거판에 뛰어든 것이다.

인도인들은 열광했고, BJP는 한술 더떠 선거공약으로‘라마신의 정치재현’을 떠들어댔다. 당시 BJP보다 더한 힌두교 또라이 사브세나라는 넘들은 공공연히 유세장에서‘이 곳에 무슬림이 있다면 꺼져라! 니들의 표는 필요없다!’라고 연설했을 정도다. 이들의 선거공약 중에‘아요디야’라마사원 재건이 있었음은 당근이다.

이들은 이 문제를 중앙정부의 총선에 끌고 들어왔고, 여기에 승부수를 걸었다. 선거결과 집권당이던 국민회의는 260석에서 140석으로 줄어드는 패배를 했고(득표율 29.77%), BJP는 161석을 확보하여 제 1당이 되었다(득표율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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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 락쉬만, 하누만, 시타... 모두 인기있는 힌두의 신들이죠. 그 신들이 정치판에 낑겨들었던 겁니다...

이렇게 집권한 98년, 얘네들은 집권과 동시에 초특급 사고를 치게 됩니다. 바로 핵실험이었죠... 인도 건국의 아버지들이 파키스탄과의 분리를 경험하면서 더 이상 나라가 쪼게져선 안된다고... 국교를 정하지 않았던 그 정신에 정면으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정권을 잡았던 이들, 경제제제를 맞고서 일단의 개방정책을 취하지만... 이게 제제속에서의 개방이었다보니 워싱턴 컨센서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차단시켰죠.

이 골때리는 것들의 주옥같은 발언들을 모아놓으면 아마 정치 코미디 발언록으로 책 한권은 충분히 만들 겁니다만... 인도 정치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는 거성이 계시다보니 얘네들은 명함도 못 내민답니다.

그 거성이 누구냐...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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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인공, Laloo Prasad Yadav되겠심다. 1947년 6월 11일생으로 한국 나이론 예순 둘인 이 아저씨. 현재 스코아 인도 정부의 철도장관이자 RJD(Rashtriya Janata Dal, 우리말로 번역하면 국가인민당 정도 될겁니다)의 당수입니다. 사실 RJD도 Janata Dal이라는 정당에서 분리되어 나온 조직입니다만... 요 족보 따지면 골아픕니다. 울나라 정당 족보도 헷갈리는 판국의 남의 나라 족보까지 들춰볼 필요는 없을테니까요... 암튼.

이 아저씨가 인도 정치를 특급 코미디로 만드는 이유... 세상없는 사기꾼이거든요. 가난한 인도에서도 끔찍하게 가난한 Bihar주의 주지사를 15년간이나 역임했는데, 그때 발각된 독직의 사례중에 하나가 2억7천만달러의 사기사건에 연루되었던 겁니다. 뭐 일썰에 의하면 일본이 ODA로 건설한 도로에서도 일본이 보낸 돈의 80%를 꿀꺽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며... 역시 소문일 뿐입니다만... 막내 딸내미 결혼식때 식대로만 기십억원을 썼다고 하니까... 얼마나 썩은 넘인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2006년 7월 11일 뭄바이의 Suburban 기차폭탄테러 당시에 인도 철도부에서 희생자들에게 꽤나 큰 액수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을때도 아무도 믿은 사람이 없었었죠. 그 액수의 2/3은 장관님 은행계좌로 들어갈거라고들 생각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내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 지지층이 두껍기 때문이죠. 더 골때리는건 이 넘의 정당이 일종의 불가촉천민을 대변하는 지역정당이라는 겁니다. Laloo 본인도 카스트 할당정책의 수혜자이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Laloo를 소재로한 인도인들의 블랙유머들이 장난 아니게 많고... 요 내용들을 듣다보면 BJP의 돌대가리 발언들은 뭐... 거의 하수 정도로 집어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죠.

문제는... 이런 식으로 유머의 대상이 되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희망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겁니다. 정치가들이란 자기 아들까지 팔아먹는 넘들이라는 조크를 하는 나라에서 뭔 희망이 있겠어요.

근데... 2006년에 얘네들의 현실을 보면서 비웃었던 대가가 좀 혹독하게 날아오더군요.

지난 대선을 보면서 뚜껑이 심심찮게 열렸던 것은 교회에서 장로를 하고 계시다는 각하께서 메시아의 형태로 묘사가 되었다는 겁니다. "MB가 살려주실꺼야", "살려주이소"...라는 절박한 호소에 답하는 인자한 표정의 각하라뉘. 돌아가시겠더군요. 도대체 BJP의 엽기적인 97년 선거운동과 그게 뭐가 다른 겁니까?

더 골때리는 각하 자신도 Laloo에 비견될 분이라는거죠.

사실 더 겁나는 건... 인도인들처럼 정치를 유머의 대상으로만 한정짓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친박연대나 자유선진당과 같이 거의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정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이끄는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포기해야 하는 현실로 인지될 수도 있다는 거. 갑갑증이 가슴을 눌러옵니다. ㅠㅠ


 

2008년 4월 2일 수요일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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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6일, 지금은 미국의 SF에 있는 열성 롯데팬인 목사님과 함께 간만에 야구를 보러 갔었습니다. 이 날의 경기... 0:8에서 8:8, 다시 8:11에서 13:11로 동점에 역전, 재역전을 이어가는 경기를 보고 좋아 죽을뻔 했었죠. 저 경기는 3천원짜리 경기가 아니라 300만원짜리 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롯데가 힘을 못쓰더군요. 2006년에도 2007년에도... 심지어 2007년엔 문학경기장 근처에 둥지를 틀었던지라 롯데 경기를 하면 함 보러가겠다고 했었는데... 쭈압~ SK와의 경기가 끝났다는 건 한참 뒤에 알았었죠.

그랬던 롯데가... 오늘도 6회 초 현재 6:1로 먼저 달려나가는 걸 보면... 오늘까지 4연승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99년의 대구구장에서 시끄러웠던 그 플레이오프전을 끝으로 한번도 가을에 야구를 하지 못했던 롯데가... 올해 가을엔 제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LG와의 3연전이 있는데... 요건 일 때문에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좀 갑갑해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서울에 오면 꼭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적어도 한국에 있는 동안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