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6일 화요일

최근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두 권의 책

인도라는 나라를 좀 오래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덩치 큰 나라에 질겁을 하면서도 그 나라가 제공하는 매혹에 심각하게 빠져 있는 경우들을 종종 발견합니다.

다큐 찍는 선배는 애국주의 짜장들이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서 개난장을 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도가 중국보다 더 골때리는 넘들이라는 주장을 심심찮게 했었지만... 글쎄요. 제 관찰에 의하면, 그리고 제가 경험한 것들에 의하면 '대체로 나라가 크고 다른 넘들이랑 문제 일으키는 거 좋아하는 놈들치고 제대로 된 것들은 없더라' 쪽입니다. 이걸 클릭해보시면 알겠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땅덩어리를 가지고 이웃과 온갖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유사 제국주의 국가'이고, 인도 역시 그 삽질에서 그닥 자유롭지 못한 넘들이거든요. 미국요? 어휴... 걔넨 개국이래 지금까지 전쟁국가였잖아요?

각설하고... 2006년에 인도를 꽤나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나서 저 역시 그 넘의 나라에 매혹되더군요. 읽을때마다 뒤통수를 한 대씩 갈겨주는 인도 출신의 학자들이 제가 매혹된 대상들이었습니다.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인도인이라는 환타의 이야기가 쬐끔 실감이 나더군요.

제가 20대까지 읽었던 책들이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 사람들의 저술이 대부분이었다면, 30대초중반 동안 죽어라고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이 경영, 그리고 컴터 기술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었죠. 솔직히 어떤 입장이라는 것을 가지고 사물을, 현상을 판단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인간이라는 동물은 포유류 중에서도 시야각이 가장 좁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그런 저에게 고개를 돌려보는 것만으로, 혹은 관찰시점을 이동시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다른 사실들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몇 년전에 알게된 인도의 지성들로부터 배우고 있는 셈이죠. 이 재미 꽤 좋습니다.

그리고 이 지성들이 지적하는 내용들을 쫓아올라가다보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조금은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음... 아무래도 비슷한 책들을 읽은 사람들끼리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가질테니 말입니다.

첫 번째는 98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아마티야 센<윤리학과 경제학>입니다.

2006년 여름, 이미 촬영팀은 뭄바이에서 작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후발로 쫓아가던 비행기에서 읽었었는데... 뒤통수를 좀 심하게 때리던 부분은 센의 다음과 같은 지적 때문이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했을 당시, 경제학은 윤리학의 한 부분이었다."

뭔 이야기냐면 아담 스미스 이후로부터 경제학자들은 수학적 기법을 통해 경제현상의 많은 부분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전통적인 뿌리로부터 보자면 "개인의 이익 추구"만을 "유일한 합리적 선택"으로 놓고보기엔 무리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밖에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올라가게 되는 "윤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다 같이 잘살자"는 것이었지, "개인의 무한한 이기심 추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니 말입니다.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대기업 홍보실장에 더 잘 어울리는 분들의 주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책 한 권 안 읽고도 책 쓸 수 있는 이 분들의 자장에 꽤 많은 분들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생소할 뿐만 아니라... 잠꼬대 정도로 취급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실제 현실은 이 선동가들의 이야기가 헛소리라는 쪽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최근에 SRI(Social Responsiblity Investment)와 같이 "착한 기업"이 경영도 잘할 뿐만 아니라, 경영실적도 좋기 때문에 이들을 따로 분류들을 하고 이들에게 투자를 하자는 움직임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 SRI의 범주가 아직도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보니 논란들이 좀 많긴 합니다만... 일본만 하더라도 고이즈미가 전세계 핫 머니 시장에 풀어놓은 3조달러보다 1조 달러가 더 많은 돈이 이런 경영을 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보면 이야긴 좀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IHT>의 전문 필자중에 한 명인 나얀 찬다의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라는 책입니다.

제목 자체로 보자면 꽤나 중량감 나가는 책 같지만, 실제로 책을 펴서 읽다보면 꼭 KOEI사에서 만들었던 <대항해시대>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본문만 500페이지 가까울 뿐만 아니라 책 값도 2만5천원씩이나 하는 중량감 있는 책 이지만 술술 진도 나가더군요.

저자는 "세계화라는 것이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것"도, "다른 나라의 거주자들과 자발적 상거래에 착수하기 위한 개인과 기업의 자유화 능력"(세계은행 정의)도, "일용품과 아이디어의 확산을 특징으로 하며, 전 세계에 걸친 문화 표현의 표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상의 경험들로 이루어진 과정"(브리테니커 백과사정의 정의)도 세계화라는 흐름의 한 부분만을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지구적 통합의 역사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고...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기아나 한 지역 경제의 붕괴는 이 자체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정책이나 시장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립니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났던 건...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들을 21세기의 흥선대원군 취급했던 이들이었죠. 이번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도... "그들과 교역을 할 것인가 말건인가?"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세부 디테일의 문제일 뿐이잖아요? 예를 들어... 2004년 전체 미국 농축산업에서 약 1% 정도 거래되던 유기농 축산물의 비중이 매년 30% 가까운 성장세를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생산된 쇠고기 가격은 1키로에 대략 1만5천원 정도에 현지에서 거래되더군요. 이런거 수입하자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나요? 냉장육으로 수입된다면 실제 시장에 풀리는 가격은 1등급 한우와 그렇게 큰 차이도 없는데 말입니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Downer증상을 가진 소라고 해서 광우병 걸린 소라고 볼 수 없으니까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거다... 뭐 이런 개소리 밖엔 안 나오니 사람들이 발끈하는 거죠. 사람이 먹어서 안되는 소의 질병이 광우병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Downer증상을 보인다는 것 그 자체가 병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나올때마다 뇌 압력을 높이는 분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생각하는 분들이라고 한다면...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잠깐이라도 냉정해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디테일이 결국은 설득력의 핵심이니까 말이죠.


댓글 4개:

  1. 미국산 쇠고기 수입현황 및 광우병에 대한 자료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제대로 압시다.

    http://blog.daum.net/obih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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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사랑 - 2008/05/06 18:09
    링크달아놓으신 블로그에 잘못된 내용이 더 많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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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까꽁 - 2008/05/07 11:05
    링크를 잘못 달아놓은 거이 몇 개 있었네요. 근데 하나는 파일이 열려야 하는 건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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