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1일 일요일

각하께 권하는 미드

일전에도 쓴 적이 있긴 하지만... 학부 전공이 수학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논네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한 마디 때문에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버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뭔 이야기냐...

"세상 일이라는게 수학 공식 같은게 있는게 아니라서..."

이 따위 말을 사람들이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 분들이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수학 선생들이 수학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졉. "공식을 외워라" 밖엔 말을 할 줄 모르는 분들이 수학 선생이었으니, 두르려 맞고 배웠던 기억밖엔 없을테니 말입니다.

일전에도 썼던 겁니다만... 수학공식이라는 것은 자연현상, 혹은 사람들의 행동, 어떤 상황의 예측을 하기 위해 천재들이 정형화시킨 겁니다. 라이프니쯔뉴튼이 거의 동시에 미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이걸 썼던 부분은 '속도'와 '가속도'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꽤나 오랜 세월동안 학교라는 곳에서 거꾸로 가르친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급수학(이라고 해봐야 17세기 이후에 발전된 수학)은 일상생활과 하등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뿌리깊은 믿음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히게 됩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수 많은 건축물들과 토목기술의 결과물 들치고 미적분으로 부터 자유로운 경우는 없습니다. 아니, 한 지역에 얼마나 많은 복지시설이 필요한가를 계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지역을 완전히 파괴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폭탄이 필요한가를 계산하는 것도 수학이죠(이런 건 산수 수준입니다만 ^^).

일전에 Terry가 각하에 대한 인물평을 하면서 "똑똑하고 근면함"이라고 했을땐 별 생각 없었지만, 기상청에 쫓아가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다고 일장훈시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부턴 등신 취급하기로 했었습니다.

왜냐구요?

일기예보를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은 통계적 방법입니다. 예년에 기압관계가 어떤 식으로 분포되었을때 어땠다...라는 거죠. 하지만 슈퍼 컴터를 쓰기 시작한 요즘엔 실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하려고 한다면 꽤나 고급 수학자들이 기상청에 각종 자문을 꽤나 오랜 시간동안 해줘야 일기예보의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거죠.

근데 그 등신은 기상청 찾아가서 '훈시'라는 걸 하더군요. 일을 제대로 하려면 수학학회 등을 찾아가 지원금들을 어떻게 내놓을테니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좀 더 높이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말이졉.

문제는 이런 식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히 다 해명하는 방식으로 가봐야... 그리고 뭣보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부터 뭘 배우는 걸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Narrow Mind의 소유자들인 이 논네들에게 이런 이야기하다보면 기껏해봐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긴 '니 똥 칼라다'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요즘 제가 쓰는 방법은... 바로 스콧 부라더스(<Gladiator>, <Black Hawk Down>등을 만든 그 스콧 부라더스입니당)가 제작하는 <NUMB3RS>라는 미드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BI LA지국에서 팀장으로 뛰고 있는 형 Don Eppes, 그리고 CalSci(이게 사실은 Caltech이라는거야... ^^;;)의 수학교수로 NSA등에도 각종 수학 자문을 하고 있는 Charlie Eppes, 그리고 이들 형제를 둘러싼 사람들이 미궁에 쌓인 사건의 해결에 수학을 동원해 풀어가는 방식인데요...

꽤 흥미진진합니다. 미국의 몇몇 고등학교에선 이 시리즈를 수학 부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더군요.

이걸 대통령에게 권하는 이유는 그 세대 즈음에선 외워야 했던 것들중에 하나인 수학 공식이라는 넘이 이젠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방을 예로 들어볼까요? 오늘 아침 연합뉴스는 우리 군이 '스텔스 기술'을 일부 독자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파 흡수 도료를 국산화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배나 전투기 등에서 사용되기 위해선 반사각은 물론이고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해결을 해야 실제 '스텔스 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거,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화학과 같은 말 그대로의 기초학문이죠.

인터넷에서 수학이 가장 빛나는 부분은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인증서입니다. 안전한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암호 알고리즘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이것 역시 수학입니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얼마나 많은 작은 기업들을 탄생시켜왔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한미FTA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 특히 국가 경제기관에서 이런 예측결과모델을 내놓는 것도 '행렬'연산을 통해 내놓는 겁니다.

그런데... 각하께선 국가 경쟁력의 핵심들 중에 하나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핵융합연구소, 그리고 극지 연구소를 통폐합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그것도 공문 하나로 내렸다고 하더군요.

몇 편이라도 좋으니... 21세기에 얼마나 이런 기초학문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지 좀 보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뇌가 시멘트 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어 변형 단백질 따위론 뇌에 구멍이 날 수 없는 분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이야기조차도 쇠귀에 경읽기이겠습니다만...


댓글 2개:

  1. 한달 반이나 늦은 뒷북 코멘트지만...



    이거 파일럿 보니까 순 엉터리 얘기만 해서 다시는 안 봤는데, 뒤에는 말이 되는 얘기가 나오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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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vsd - 2008/06/26 20:24
    ㅎㅎㅎ 수학전공자들 입장에선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이 많죠. 젤 웃겼던 건 데이타 마이닝을 아주 짧은 시간에 낼름 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 에피소드었는데... 뭐 칼싸이에 슈퍼컴이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타 입력'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는 건 개무시하더라구요. 그럼에도 수학과 나온 넘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학이라는 게 니들이 아는거랑은 달라'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이 미드만큼 해주는 곳이 없어서 반가울 수 밖에 없는거죠. 미국 수학선생님들도 비슷한 맴가짐일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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