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8일 일요일

네팔의 봄은 가능할까?

1. 대서양의 작은 섬

우리에겐 Las Palmas라는 한 섬의 도시만 낯익지만... 카나리아 제도는 여러가지면에서 흥미로운 곳입니다. 지금은 거의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로 이동했지만,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수많은 국적의 원양어선들이 밀집해있던 곳이기도 했죠. 사실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나이를 좀 먹은 분들의 귀에 익숙한 것이구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식수를 탄산수로 마셔야 할 정도로 물 공급 상태가 지랄인 이 동네(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담수화설비의 수준이 높지 않아서 대부분 식수는 탄산수로 만들어 마셨습니다. 요즘은 이것도 많이 뛰어넘어간 상태로 압니다만)가 본토인 스페인보다 더 잘사는 동네라는 겁니다. 생선만 가지고 이게 가능했을까요?

아닙니당...

이 화산섬들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입니다. 아직도 활동중인 화산섬이다보니 이걸 가지고 각종 구경거리들을 만들어 놨죠. 특히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Grand Canaria섬의 남부지역은 꽤 사치스러운 관광지였습니다.

이런 관광상품들에 더 붙었던 것은 이 섬들에서 생산되는 오렌지와 올리브의 물량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였냐구요? 이 7개의 섬의 평균소득이 스페인 본토 GNP의 2배정도였습니다. 한때 독립하겠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었죠. 요즘은 많이 퇴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거의 30년 전의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모냐구요? 내륙국가 하나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2. 바로 네팔

네팔 총선이 지난 4월 10일 있었습니다. 총 601석인 제헌의회 선거에서 CPN-M(마오주의정당)이 217석을, NC(네팔 국민회의)가 107석을, UML(네팔 공산당)이 102석을 차지했습니다. 74개인가 75개인가 하는 정당들중에서 나머지가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들을 차지했구요. 그러니 이 셋이 일종의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마오주의자들이 연정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것은 빤한 사실이죠.

이번 총선에서 CPN-M의 선거공약들 중에 핵심은 왕정폐지와 외자유치였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이 친구들의 앞길이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이유가 뭐냐구요?

1) 이전에도 포스팅했던 내용입니다만... 네팔 마오이스트들의 아빠는 중국이 아닙니다. 1960년대 말에 총을 들었던 인도의 낙샬들이죠. 그리고 이 낙샬들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면적은 인도 전역에서 남한 전체 면적을 상회합니다. 요 사실 때문에... 외자유치가 그렇게 쉽지 않을거라는 겁니다. 돈을 끌어오기 가장 만만한 바로 옆나라가 인도와 중국이죠. 그런데 인도의 입장에서... 반국가단체와 연계되어 있는 정당이 자신들이 사실상 속국취급을 하는 나라에서 정권을 잡았는데 여기에 돈을 집어넣는다?? 글쎄요? 자국 내의 반국가단체와의 연계 해소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걸 검증할 방법도 없을테니... 꽤 깝깝할 겁니다.

이 사실이 난감한 건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자신을 둘러싼 국가들과 그렇게 사이좋은 나라도 아닌데다... 주변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긴 하지만... 그 대상으로 놓고보자면 비동맹 외교를 꾸준히 펼쳐온, 그리고 덩치도 자기들과 비슷한 인도가 우선순위에 올라가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 개 성 규모도 안 되는 넘의 나라와의 관계개선이 우선 순위에 올라갈 수 있을까요?

2) 그렇다고 외채를 끌어오는 것도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재무성은 네팔의 국채에 대한 등급을 '등외'라고 주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휴지'라는 거죠. 투자와 관련해서도 관광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부적격 등급을 주고 있죠. 사실 네팔의 입장에서 가장 급한 것은 끔찍하게 부족한 SOC에 대한 투자인데... 여기에 돈 넣을 방법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관광과 관련한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임계점은 있는 상태입니다.

3) 2006년 4월 이후 제헌의회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의 2년,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네팔은 '무정부상태'였습니다. 이 상태라는 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선뜻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두 가지 사태가 있었죠.

-1. 하나는 왕실소유의 회사였다가 국영항공사가 된 네팔항공의 재정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국고로 환수되었으며, 좀처럼 비는 자리가 없는 항공사임에도... 몇달전의 회계감사결과가 심히 골때렸죠. 국영항공으로 타이틀을 바꿔단 이후로의 경상이익이 얼마인지 집계가 안되었던 겁니다. 뭔 소리냐구요? 수입이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2. 두 번째는 석유입니다. 네팔석유공사가 인도석유공사에게 석유대금을 결제해주지 못해 한동안 석유공급이 끊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네팔 임시정부가 인도로 허겁지겁 뛰어가 잘 봐달라고 싹싹 빌어서 미납된 돈(약 10억달러규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을 외채로 전환해 인도정부가 안는 걸로 이걸 해결했었죠. 일이 이렇게 되었던 이유는... 시장에 따른 가격으로 네팔 내에서 거래되던게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낮게 공급하다가 어느날 그동안의 손실분까지 합쳐서 받겠다고 거의 20%가깝게 올려버렸기 때문에 석유폭동이 한동안 터졌었고... 여기에 굴복해 계속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던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이 와중에서도 배달사고들이 심심찮게 터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뭔 이야기냐면 리테일망까지 완전하게 장악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면 이 넘들을 믿을 방법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상의 3가지가 외자유치가 그렇게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만... 그렇다고 이 친구들의 미래가 떡이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바로 앞서 예를 들었던 카나리아제도와 같은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3. 네팔의 가능성

첫 번째는 SOC 구축을 작은 그리드 단위로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기를 예로 들자면... 이 놈의 나라는 통상적인 전력수급방법인 화력이나 수력, 혹은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큼지막하게 지어놓고 여기서 전기를 빼가는 방식으로 할수가 없다는 아픔이 있심다. 이 세 가지 발전 모델들이 모두 상당한 수준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건데... 네팔 내륙국가입니다. 바다에서 물을 끌어들여 발전기 돌리는 원자력은 애초에 해당사항이 없고, 수력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소양댐이나 중국의 산샤댐과 같은 규모를 만드는 건 택두 없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10MW이하의 발전소들 지을 수 밖에 없죠.

그러면 돈이 안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원래 SOC라는 건 통합되어야 '돈'이 나옵니다. 길 하나 닦는 것보다, 이게 통신과 전기, 상수도까지 포함되는 형태로 일이 진행되어야 돈이 된다는거죠. 그런데 이걸 그리드 단위로 쪼개서 진행할 수 밖에 없고, 선보다는 점들의 밀집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되죠.

다만... 이른바 Eco-Tech의 최신 기술들은 모두 다 동원되어야 한다는 아픔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고도가 천차만별이다보니 나오는 과일들의 종류가 장난이 아니고... 광우병등과는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치즈대회에서 심심하면 일등 먹는 치즈를, 그리고 가공기술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짐승털로 꽤나 가능성이 있는 털을 생산하는 야크 생산지 중에 하나라는 겁니다. 최근 몇년동안 맛을 모르는 것들이 '마블링'을 최우선으로 취급하는 바람에 거시기해져서 그렇지... 야크, 이거 꽤나 상품성 있는 넘입니다.

야크털이 뭔 가능성이 있겠냐고 하신다면... 삼성 이씨네 일족이 입는 정장을 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애용하는 양복은 산양 털로 만든 건데요... 이거 한벌에 4000만원이 넘는 물건입니다. 케시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산양의 수염털만 가지고 만드는 거니까 그렇게 비싼 건데... 보온성은 이미 검증된 야크털도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뭘 가지고 이렇게 말하냐구요? 흐흐... 돈 냄새 맡는 걸로는 한 가닥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야크 대량 사육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해발 3600미터 밑으로 내려오면 이 동물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키울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는데... 쪼잔하기 이를데 없는 이 친구들이 올라가지도 못하는 한족들에게 돈을 퍼주고 있다는게... 그게 지금까지 진도 뽑지 못하고 있는 이유죠.

세 번째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옆의 나라들이 종교적으로 좀 빡세다는 겁니다. 네팔의 자연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넘의 나라가 가능성이 높은건... 바로 밑은 순전히 종교분쟁으로만 매년 수천명씩 죽어나가는 나라 답게... 뻑하면 Dry-Day(술 안 파는 날)이 선포되는 인도이고, 바다 건너 중동은 술이 아예 금지되는 이슬람 국가들이라는 겁니다.

술 마시고 도박하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풍광 감상하러 돌아다니기 좋으면서도 그 나라들에 비해 물가는 한참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얼마전에 총선이 끝나서 연립정부 수립에 정신이 없는 이 나라에게... 슬슬 접근해볼만 합니다만... 용량 2MB에는 리눅스도 깔 수 없다는 아픔이 있죠. 연산이라는 것이 돌아가려면 그래도 운영체제를 깔아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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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back from: 네팔은 지금 벅찬 가슴으로 넘친다.
    사진 /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네팔의 총선이 지난 4월에 끝났다.마오파(네팔의 공산 혁명파)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승리라고 말하기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것은 히말라야란 이미지 만큼의 높은 장벽이다. 지역구에서 과반수를 차지했기에 비례대표제도 과반수를 넘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비례대표제에선 3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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