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6일 월요일

초난감 CEO의 조건을 모두 갖춘 2MB

정부여당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거꾸로 저쪽에 배후가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된 협상을 하라는 참 단순한 요구로 부터 출발한 집회를 정권퇴진 구호가 자연스러운 상태로 올려놓는거, 이거 참 쉬운게 아닌데 말이죠.

하긴 그 분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되면 무엇이든 누구의 '음모'라고 이야기하던 분들이었죠. 음모는 거기 털인데, 그 누구들은 참 거기 털도 많았나봅니다. --;;

뭐 이걸 두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깝습니다. 뉴라이트 같은 사기꾼들이야 본업이 사기니까 그렇다치지만... 암튼...

이 배후설의 어처구니 없음은 그들이 그렇게 목놓아 찾고 있는 '선수'들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서 더 명확해집니다. 쥐새끼도 금칙어로 만들어놓을 정도로 포털에 집중하는 동안 의견광고는 물론이고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들은 전혀 생뚱맞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우병 쇠고기 반대에 대한 의견 광고를 낸 첫 번째 집단이 누구였습니까? 여성 패션 커뮤니티였습니다. 어제 경향신문에 두 번째 의견광고를 낸 커뮤니티도 이들이 목놓아 찾고 있는 '선수'들이 아니라 전혀 생뚱맞게도 메이져리그 야구를 주요 화두로 삼는 미국 야구 커뮤니티였죠. 뿐인가요? 100만원짜리 이상의 카메라를 주로 다루는 커뮤니티인 slrclub의 이슈토론방은 현 정부의 실정과 촛불행진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고... 경찰총장의 동생이나 이번에 청와대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분과 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섹티즌들의 커뮤니티들도 난리가 아닙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중에서 몇몇 커뮤니티들은 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썼던 이들이 꽤나 되던 곳들이라는 겁니다.

현 여당과 정부는 변머시기 정도가 인터넷 여론과 관련해 조언을 하는 곳이죠. 딱 그 수준에 맞는 형태들의 대응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이 '쥐새끼'를 금칙어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포털에 집중하는 동안,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곳들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포털의 입장에서도 통제가 그렇게 쉽지 않은 코너가 한 역할을 하고 있죠. 6만명의 필자들이 뉴스를 쓰고 있는 블로거뉴스는 생생한 사진과 동영상이 지난 한달간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고... 지난 주말의 경찰 진압에 분노한 이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온라인의 상태라면 오프라인의 상태는 더 깹니다.

저 촛불문화제, 지금까지 7번인가를 나갔습니다. 지금까지 쭈욱 보면서 한 가지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선수'들의 발언권은 거의 없었고, 지금도 쫓아가기 바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집회에서 중간에 4자 구호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일제히 그걸 따라하는 형태로 구호가 울려퍼졌는데... 지금까지의 촛불문화제에선 운동권스러운 구호들은 대체로 씹혔거든요. 그런데 지난 주말 이후로는 자발적인 구호들의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어제의 경우, 꽤 늦게 도착했던 청계광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많아야 7천명 내외였습니다. 하지만 행진을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더 사람들이 모이더니 삼성생명앞으로 갔을 즈음에는 최소 2만명은 되어보이더군요. 술먹다가, 버스타고 집에 가다가, 택시 타고 집에 가다가 합류하던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겁니다.

운동종목이 없는 선수들은 아직 출발도 안 했습니다.

이번호 시사IN에는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기획실장이 나왔습니다. 지난 5월 9일 촛불문화제에서 "운수노조가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 유통을 막겠다"라고 선언했었을때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튀어나왔었습니다. 기사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이 분은 이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고 하더라구요. 파업하겠다고 하는데 칭찬 받는건 처음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거,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파업의 꽃은 공공부문의 파업이죠. 나라가 서 버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촛불문화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광우병 쇠고기'에 '의보민영화'를 비롯한 '공공부문 민영화'입니다.

여기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는 큼지막한 지뢰가 하나 있죠. 참여정부시절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 압력을 환율이 상당부분 커버를 해줬죠. 달러당 900원선까지 떨어지면서 급속도로 진행된 유가상승이 실제 물가에 반영되는 것을 막아줬던 겁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수출이 잘 되어야 한다면서 환율 상승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유가상승이 이전의 압력에 더해 곱절로 물가에 반영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들을 올리게 될텐데... 지금까지의 행각으로 봤을때 이게 민영화가 되면 얼마만큼의 전기세를 내야 하는가, 수도세를 내야 하는가와 관련해 괴담으로 떠돌던 수준의 이야기들이 괴담을 넘어서 설득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 상황에서 공기업 민영화로 SOC, 정확하겐 대운하 공사를 시작할 자금을 만들겠다고 나섰을때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이 얼마만큼의 지지를 받게 될까요? 일이 이렇게 전개되면... 97년은 저리가라고 하는 총파업으로 가게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일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아마 거의 정확하게 나라가 반쪽으로 나뉠겁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을 수 없는 사람이 전국민의 40%는 됩니다. 또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을 찍을 사람들은 35% 정도니까 말입니다.

2MB옹께서 이해하기 쉽게 이걸 기업의 상황으로 놓고보자면 82년 존슨&존슨과 같은 식으로 대응을 할 것이냐, 아니면 90년대 중반에 인텔이 부동소숫점 연산을 못하는 펜티엄 CPU를 가지고 초특급 삽질을 했던 상황으로 일을 몰고갈 것이냐의 상황입니다. 아직까지는.

1982년 바퀴벌레 퇴치용 청산염이 일부 타이레놀 제품에 섞여들어가 7명이 사망하자 존슨&존슨은 다음과 같이 대응했습니다.

1. 바로 언론켐페인을 벌여 대중에게 캡슐에 독극물이 들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리고 자사의 제품인 타이레놀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회사 경영진은 문제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언론과 협력해 현 상황을 널리 알리라고 했죠.

2. 1억달러의 손해를 감수하며 이들은 시판중이던 모든 타이레놀 캡슐을 회수했습니다.

3. 모든 타이레놀 캡슐을 문제가 없는 정제로 즉시 바꿔줬죠.

4. 경영진은 여러차례에 걸쳐 사건에 대한 충격과 사망자들에 대한 조의를 솔직하게 피력했습니다.

5. 모든 제품들을 회수한 후, 독극물 테러 방지형 포장으로 무장한 새로운 타이레놀 제품들을 소개하고 새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켐페인을 벌였죠.

이 결과 모든 사람들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던 타이레놀은 시장에서 살아남습니다. 시장점유율이 37%에서 한때 0%까지 떨어졌지만 몇 달후에 24% 수준을 회복했고, 오늘날까지 인기있는 제품으로 남아있죠.

반면 인텔은 부동소숫점 연산이 안되는 CPU를 두고 어디서 많이 본 형태로 대응합니다.

"... 부동소숫점 나누기 구십억 번 중의 한 번 정도 발생하는 오류이다... 일반 스프레드 시트 사용자에게는 이 잠재적인 오류가 2만 7천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

여기에 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방침이 인텔로부터 나옵니다.

"계산불구인 펜티엄을 회수하지 않고 재고가 바닥날 때까지 계속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이졉.

이 소동을 벌이면서 인텔이 입었던 손해는 대략 50억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초난감 기업의 조건> 서문과 8장 요약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미국과 재협상 하겠다고 하고, 협상과정에 참여했던 이들 몇명의 목을 날려버리는 걸로 사태의 확산은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최강의 벽창호에... 자신이 CEO로 있었던 회사를 엄청난 빚덩이에 올려놨던 이 분의 그간 행보를 볼때... 존슨&존슨의 해법보다는 인텔의 형태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보입니다.

회사야 금전적 손해로 끝나는 일이지만, 국가가 반으로 쪼게지는 상황으로 이르게 된다면... 더 생각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집니다.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늘 열심히 읽고만 가다가 처음 댓글을 씁니다.

    "이른바 '선수'들의 발언권은 거의 없었고, 지금도 쫓아가기 바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청계천을 일곱 번 나갔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작 '운동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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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삭 - 2008/05/27 18:07
    배후, 배후 하는데... 일을 키우는 걸로 배후를 따지라면 2MB와 성매매 가능한 술집 운영하신다는 동생둔 분이 일을 키우고 있으니 그 배후인거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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