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9일 금요일

젊은 이?

빼도 박도 못하는 3학년 9반이라 4학년들은 물론 5학년들에게도 가끔은 건들 거리며 말 졸라 안 듣는데... 중앙일보의 헛발질에 대해 쬐끔 정리한 걸 포스팅 했더니... 어느 분께서 "요즘 젊은 이들의 시각"이라고 링크를 따다놓으셨더라구요.

엠블에선 노땅 중에서도 꽤나 노땅 취급을 받아놓으니(엠파스가 블로그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지 한달 반만에 입주했던 거니... ^^;;)뭐 그냥저냥 그랬는데... 워낙 얼라들처럼 입고 댕기고, 새로 옮겨와 놓으니 이런 대우도 받고 그러는게 아닌가 합니다. ㅋㅋ

작년에 혹시나 싶어서 창당 맴버로 들어갔던 곳에서 공보쪽을 맡아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변인하기로 했던 아저씨가 제가 막내라는 걸 들먹이면서 이거 참 우울한거 아니냐고 툴툴 거렸었는데 말이졉...

영토조항만 헌법인가요?

많은 분들이 '국가보안법'을 '간첩 잡는 법'으로 착각들을 하시죠. 그래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좌빨' 색안경들을 바로 착용들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흔히 간첩잡는 법이라고 알고 있는 그 '국가보안법'엔 '간첩의 정의와 처벌에 대한 조항'이 없습니다. 사실 간첩을 정의하고 처벌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형법, 2장 외환죄, 98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항이 상당히 깹니다. 왜냐구요? 형법 2장 92조에는 '적국을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의 군사기밀등을 누설한 자'를 두고 간첩이라고 하거든요? 왜 깨는지 감이 안오신다구요? 도대체 그 '적국'이 누구입니까? ^^;;;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를 '헌법수호'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분들의 논리도 이해 못할 건 아닙니다. 모든 나라들이 정보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노는 나라들은 미국, 영국, 러시아 정도고... 나머지 나라들은 대부분 특정 상대에 집중하죠. 우리의 경우는 북한인데... 요게 '현행 헌법'으로 따지면 우리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괴뢰집단'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군사기밀등을 누설한 자'라고 규정과 좀 매칭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되는거죠.

그러나 총 들고 내려오면 총으로 막을 수 있지만 숟가락을 들고 내려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실제 북한의 붕괴가 우리에게 그렇게 해피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제 입장에선... 형법과 동시에 수정보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좀 깨는건... '국가보안법 폐지'를 '헌법 수호'차원에서 대응하시는 분들이 대체로 지금 헌법에 들어가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대놓고 어기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가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땅을 가지고 있다는 거. 뭐 인사청문회만 하면 거의 대부분이 걸리는 일이죠...

자빠지지 말라고 관리해야 하는 양아들을 아직도 우리의 경쟁자 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라면서 '헌법을 어기는 상황'. 아스트랄한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입니다요. ㅋㅋ

2008년 2월 28일 목요일

물리법칙을 뛰어넘어가는 중앙일보 기사

현대의 무기체계들은 하나같이 첨단과학기술이 축약된 것들입니다. 첨단과학기술이다보니 뭔가 Fancy한 것들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얘네들도 기초물리법칙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들이죠. 동북아 정세에 대해 책 쓴다고 이것저것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무기 체제, 특히 '핵'과 관련해선 고등학교 물리책을 다시 한번 뒤적거려봐야 했었죠. 그때 정말 깼던 건, 정책입안과정은 물론이고 이 정책들에 대해 딸려가는 기사들도 기초물리법칙을 뛰어넘는 것들이 꽤나 많이 나오더라는 겁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 필요한 석유가 얼만데...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 농축 계획(HEUP)을 돌릴 수 있겠슴까? 그럼에도 워싱턴에서 카우보이 짓거리 하기 위해 일을 벌이면 이게 미국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충실하게 번역하는 우리 언론들로 넘어오면 정말 아스트랄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게 되졉.

그런 상황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또 거짓말을 하라고 선동하는 논설위원의 글이 실리는 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참 깬다 싶은 기사가 나오더군요.

중앙일보의 이 기사 인데요...

너무한다 싶더군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을 '레일건 사출방식'이라고 번역한겁니다. 이거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항공모함에서 응용한 건데... 참... '레일 사이에' 고전압을 흘려보내서 움직이는 거라고 레일건이라고 한걸까요?

두 번째는 '고압의 전류'라는 말인데요... 고전압, 혹은 대전류라고 써야 말이 맞죠.

세 번째는 사출 시스템으로 '증기'를 이용했다는 부분인데요... 증기를 이용하는 넘은 미국의 10만톤급 항공모함들 밖엔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스키점프대를 이용하죠. 왜냐면 미국처럼 항공모함의 연료로 농축우라늄을 쓰는, 그래서 풍부한 '증기'를 활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들은 미국 꺼 밖엔 없으니 말입니다.

네 번째로 가장 압권인건... '함재기는 2초 만에 초음속에 도달'한다는 부분입니다. 에어슈트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2초만에 초음속으로 올려버리면 17G이상이 걸립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10G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지만 그 두 배가 걸리면... ㅎ... 사형대라고 불러야지 '사출시스템'이라고 부르긴 좀 어렵죠.

마지막으로 그 정도의 스피드로 비행기를 던진다면 갑판에서 불게 되는 후폭풍 때문에 갑판원들도 날아갈 뿐 아니라... 같은 갑판에 있는 비행기까지 영향을 받게되겠죠.

하루에 수십꼭지씩 생산해야 하는 기자들이 이런 저런 실수들을 하는건 참 많이 봅니다만... 이건 고등학교 물리 조차도 몰라서 가능한 헛소리들이니 참... 뭐 얘네는 전에 F-15라고 말하면서 라팔 사진을 가져다 붙였던 적두 있는 넘들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요.

김경준 기획입국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국정원은 거의 찬밥 취급을 받는 상태였죠. 김만복 국정원장의 행태가 정보기관의 장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시사IN 특집기사에 나왔던 걸 봤었는데... 이 아저씨가 막판에 북한에 가서 아스트랄한 행동을 했던 이유가 뭘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역할을 한거 같심다. 깨는건 데불구 왔으면 뭔가 제대로된 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암것도 없었다는거죠. 참... 프레시안의 이 기사를 읽다보니... 입맛이 무진장 쓰네요.

2008년 2월 27일 수요일

규제의 이중적 의미

한국차에 대해 불만을 가진 소비자를 찾는 작업의 난이도는 아마... 명동바닥에서 '김사장' 찾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 특히 옵션과 관련해선 한 환상하지요. 여기에 수출용과 내수용의 품질차이가 심하다는 말은 그냥 썰이 아니라 '사실'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 이유를 대충 이렇게들 생각들을 하시더라구요.

"수출용은 밑지고 파는 거고, 그 가격부담을 내수에서 회복하고 있다."

글쎄요... 사람들의 일반적인 믿음과 진실이 상이할 가능성이야 항상 있는 법입니다만... 이처럼 다른 경우는 좀 찾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 신차 하나를 개발하고 개발비 회수를 하려면 통상 500만대는 팔아야 이게 똔똔인데... 해외에서 밑지고 판다고 한다면 절대로 BEP맞출수가 없거든요.

문제는 규제의 차이 때문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차를 수출하기 위해선 그 나라들이 요구하는 각종 규정들을 일단 만족시켜야 하고... 그 규정보다 훨씬 더 깐깐한 그 나라 소비자들의 눈을 맞춰야 물건을 팔 수 있거든요. 문젠 저쪽 규정들의 깐깐함에 비해 이 땅의 규정들을 헐렁하기 짝이 없으며... 무엇보다 그런 '규정'들이 '불필요한 규제'라는... 얼치기들의 선전선동이 먹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분이 책은 안 읽으며서도 책은 많이 쓰는, 무엇보다 실패한 CEO 출신인 공박사님이신데... 이 양반의 책들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하는 분들을 보면... 좀 많이 민망합니다.

그럼 이게 현 정부에선 어케 굴러가게 될 것인가... 대불공단의 전봇대가 어케 되었는지 되돌아보시면 될 겁니다. 공단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일반 가정이나 상가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전기라는 넘은 '도체'가 있으면 통하게 되어 있는 넘이졉. 그래서 고압선의 경우엔 '송전탑'을 통하지 지중화시키지 않습니다. 지중화시키면 땅으로 흘러버려 안전사고의 문제도 있는데다... 별루 효율적이지 않거든요. 실제로 대불공단에서 벌어진 일은 야구 구장을 지어놓고 거기서 축구하라고 해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이런 문제에 대해선 암말 안한거죠.

더 나쁜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수출을 하기 위한 조건들은 이처럼 점점 더 나빠져간다는 거거든요. 국내 기준들을 덩달아 높여서 소비자 보호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기보단... 1970년대식의 구호들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보이니... 아예 기대라는걸 하지 않게 되네요. ㅋㅋ

고민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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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등록금 비싸다는 이야기 밖엔 못하는 실정에서 얘네들은 대학생 아파트 공급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군요. 부모님 사이에 남녀가 붙어 있는 포스터가 상징하는 건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두 모른척 하고 사는건 좀 그렇지 않냐... 뭐 이런 이야기인데... 머리 길이 고민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 밖엔...

출처 : 우리는, 액션 대로망!

어느 선배의 자살택

택... 80년대에 대학 댕겼던 분들은 이 말을 XX디스코 택의 준말이 아닌 Tactic(전술)의 준말로 기억하는 단어죠.

민주당으로 출마신청을 한 하늘의 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도 72개 선거구엔 아예 출마 희망자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에 분기탱천한 어느 486 선배 한 분이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오늘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민주당으로 대구에 내려가는 것도 자살택인 판국에... 이 아저씨 본적은 또 전라도더군요. 뭐 확실한 자살택인 셈이죠.

하지만... 이 선배의 이 행동이 우상호, 임종석, 이인영 등의 의장님들보다 더 나아보인다는건...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내일 이 아저씨 공천 신청을 위한 서류들을 모으러 다녀야 하는데... 어째 쬐끔 비감해지려고 합니다요... ㅋㅋ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취향테스트 결과

창의적, 예술적인 아방가르드 취향

당신은 여기 분류된 8개 취향 가운데 가장 예술적 감각이 뛰어납니다.

'전위적'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겐 어색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경험이나 교육이 아닌, 선천적으로 예술적 오감을 타고 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선천적인 예술 에너지는 당신을 수준 높은 문화/예술 소비자로 만들어 줍니다.

자신감과 솔직함은 당신 취향에 중요한 기준입니다. 대중을 의식하면서 쓴 시,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그린 그림, 카메라 의식하며 하는 연기, 겉멋든 음악... 이런 것들은 경멸의 대상입니다. 서툴고 즉흥적이라도 자신만의 진실함이 있다면 아름답습니다.

이런 취향은 전세계 모든 평론가들이 공유하는 견해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비록 '평론'을 쓰기엔 지식이 부족할지라도 최소한 당신은, 전문 평론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수한 심미안과 감별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고흐는 평생 참으로 많은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모델을 살 돈이 없던 그는 평생 거울 속의 자신을 모델로 삼았죠.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았던, 오직 거울 속의 자신만이 바라보던 자화상.
당신의 취향은 이 자화상을 사랑합니다.


좋아하는 것
당신은 어쩌면 괴짜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당신 취향은 지금까지 주류에 속한 적이 드물었으니까요. 그러나 세속적인 대중을 떠나 고답적인 예술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당신은 영락없는 메인스트림입니다. 당신은 격식과 통념에서 벗어난 것들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와 동시에 그런 일탈적인 것들이 진실되길 바랍니다. 다음 시에는 바로 그런 진실이 있습니다. 

나,이번 생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나이가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중고품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괘종 시계가 오후 2시가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흔적도 없이 지나갈 것

아내가 말했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야
당신,이 지독한 뜻을 알기나 해? "
괘종 시계가 두 번을 쳤을 때
울리는 실내:그는 이 삶이 담긴 연약한 막을 또 느꼈다
2미터만 걸어가면 가스벨브가 있고
3미터만 걸어가면 15층 베란다가 있다

지나가기 전에 흔적을 지울 것
괘종 시계가 들어가서 아직도 떨고 있는 거울
에 담긴 30여평의 삶:지나치게 고요한 거울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래,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돼"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 황지우


저주하는 것
당신은 (아마도) 훈계하거나 훈계받는걸 제일 싫어할 겁니다. 규율, 법, 질서, 사회 정화, 국민 정서 어쩌고 들먹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취향을 제한하고 옭아 매려는 검열주의자, 엄숙주의자,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작품과 인생을 함부로 가치 판단하고 평가하고 거기에서 억지로 교훈을 찾으려는 행위에 역겨움을 느낄 겁니다.



감상: 글쎄... 저주하는 것들은 대체로 맞는거 같긴 한데... ^^;;
혹시 해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클릭!

<무한도전-인도1편> 잘못한거 없다.

<무한도전-인도1편>가 뭘 잘못했냐고 올렸던 어제의 포스팅은 2MB의 취임을 보면서 꿀꿀하던 차에 눈 풀린 인도 매니아 하나만 걸려라...라고 낚시질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무한도전>에 시비를 거는 이유들이 인도라는 나라가 가난하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는, '현대문명과 전통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돼먹잖은 사발들인데... 그런 사발 푸는 넘 하나만 걸리면 골로 보내버리겠다는 심뽀였습니다.

근데... 우쒸... 비슷한 코드를 가진데다 인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지존 대우를 받는 PD아저씨가 낼름 댓글을 달아놨으니... 이거 골목길에서 삥 뜯으려고 어깨 풀고 있는데 경찰이 떠 버린 것과 비슷한 시추에이션이 되어버렸네요. 아.. 선배, 진짜 도움이 안됩니다요...

암튼... 이 도움이 안되는(^^:;) 선배는 99년과 2000년에 인도에서도 끔찍하게 가난한 동네(라고 하기엔 땅덩어리가 너무 크긴 합니다. 대충 프랑스만한 땅덩어리에 인구가 1억이 넘는 곳이니까요)에서 마오이스트 반군들과 상층 카스트의 사병집단인 람베르세나 간의 분쟁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찍었었습니다. 그때 이걸 인권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는데... 독해능력이 심히 딸리는 띨띨이 하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걸 찍은 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입니까?"

쩝... '누구 편이냐'는 질문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누구 편이냐고 묻는 돌대가리에게 요즘의 저 같으면 아마 이렇게 반문했을 겁니다. "지금 보신 영화는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장을 보여드린 겁니다. 50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으로 이 땅에서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죠. 더 이상의 답변이 필요한가요?"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찍으면서 정말 죽을 고생을 했던 선배는 화를 참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무한도전-인도1편>을 두고 씹는 분들도 저 질문을 던진 띨띨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도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저 띨띨이는 '붉은 군대는 정의의 상징'이라는 색안경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한도전-인도1편>에 시비를 거는 양반들은 류시화가 살포한 망상의 색안경을 쓰고 보는 거죠.

인도는 '평화와 명상의 나라'도, '현대문명과 전통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라'도 아닙니다. 수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으며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그 문제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기 때문에 갈등하는 나라라는게 훨씬 더 가까운 표현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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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2006년 인도 주간지인 <Outlook> 8월 두 번째주 특집기사입니다. Naxal이라고 부르는 마오이스트들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인도 지도에 표시를 해놓은 거죠(얘네들에 대한 이야기는 요길 클릭하시면 이전에 제가 썼던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 붉은 색 지역은 대충 한반도 정도 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분쟁의 기저에 있는거, 카스트 갈등도 갈등이지만 종교와 부의 분배문제까지 낑겨 있으니... 평화와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 정도의 거리가 있는 셈이죠.

현대랑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죠. Reliance라는 인도 대기업이 있습니다. 우리로치면 SK랑 비슷한 성격의 회사죠. 석유사업은 물론 통신, 여행사에 이르기까지 한 문어발 하는 회사인데... 얼마전에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갈라지기 전까지 세계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회삽니다.

얘네의 이동통신회사 본사가 뭄바이에 있는데요... SKT에 동영상 기술을 제공하던 회사의 팀장으로 있었던 친구 이야기론 안은 미국회사와 다를게 없더라구 하더군요. 그런데 그 바로 옆은 세계최대의 빈민굴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공존'이라고 이야기하면 걔네들도 이해못합니다. 인도인들에게 사실 이 둘은 '다른 나라'가 '같은 지역'에 있을 뿐이라구요.

그럼 그런건 왜 안보여주냐고 시비를 걸겠죠. 제 대답은 '니가 한번 해봐라~' 되겠습니다.

Reliance에 우리나라 회사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인도 여행자들이 한번쯤은 타봤을 델리 지하철이 로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넘이라는 건 인도의 산골짜기에서 LG의 입간판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는 우리의 애국지사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겁니다만... 국내의 어느 방송사에서도 방영이 된 적이 없습니다.

이거, 방송국 PD들과 좀 친하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시청율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PD란 직업은 '이기심'과 '경쟁심'이라는 유전인자가 DNA에 남보다 수천배 많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아닌한... 일하기 참 고달픈 직업이거든요.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영상을 볼 수 없는 것일까요?

첫 번째는 서류에 깔려 죽습니다.

이런거 찍으려면 일단 주한 인도 대사관에 촬영신청서를 내야 합니다. 상세한 시놉시스, 촬영계획서 등등의 서류 뭉테기를 공식문서로 내야하죠. 영어로... 말입니다.

가장 압권은 '각서'를 써야 하는데... 이 각서의 내용이 한 아스트랄합니다. "인도를 폄하하는 내용은 절대로 담지 않겠으며 인도 대사관 공보관에게 방송 전에 먼저 사본 1부를 제출하고, 수정을 요구할 시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검열하시겠다는 건데... ㅎ... 이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총맞은 PD는 없습니다. 실제로 공보관이 투덜거리는게 '각서'는 다 써놓고 방송전에 자기에게 가져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그 다음, 현지로 가서 혹시라도 타지마할과 같은 문화유적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하면 또 한 무더기의 서류를 가지고 델리의 문화재 관리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문젠 문화국 관리국에 가져가면 해결되는게 아니라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데... 또 서류를 만들어서 문화재 관리국에 한 1주일은 출근해야 합니다. 왜냐구요? 담당자 찾으려구요.

지하철을 찍으려면 델리 경찰청장과 시장 사무실에 찾아가야하죠. 거기서도 담당자 찾으려면 비슷한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거기서 끝나냐구요? 아뇨... 찍으려는 구간의 역장들 도장을 다 받아야하지요. 이런거 다 하면 대충 한달 넘게 걸립니다.

Reliance도 마찬가지졉. 뭄바이 경찰청은 물론 시장에 관할 경찰서는 물론이고 본사 확인도장까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서류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도 관광청의 부탁으로 아잔타 석굴을 촬영했던 한국분을 아는데... 서류 다 가지고 내려갔는데도 석굴 관리 담장자가 테클을 걸더라더군요. 뭔 테클이냐구요? "델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기랑 상관이 없으니 자기 허락 받아야 한다"는거죠. 번역하면 '돈 내놔라'되겠습니다.

젤 압권은... 항상 서류는 누락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왔다갔다 해야 한다는건데... 문젠 인도의 특급열차라는 넘이 무려 평균시속 75키로미터로 달리는 넘이라는거죠. 그러니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얘네들 비행기 한번 타기 위해 보안수속 밟다보면 총든 경비의 대가리를 삼각대로 내려치고 싶은 충동이 비행기 한번 탈때마다 수십번씩 생깁니다.

한 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이런 걸 몽땅 다 하는 방송사요? 지구상에 없습니다. 가끔 BBC같은거 보고 쟤네는 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BBC 시청료는 한달에 2만원 쬐끔 넘는답니다. 그리고 인도와 영국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상상하시는 '식민지/피식민지'의 관계가 아니라구요. 인도 방송사들과의 관계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끈끈하기 땀시롱 서류작업 대부분을 현지에 가기도 전에 처리할 수 있고... 또 빵빵한 자금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쉽게 문제들을 해결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작년에 K본부가 겨우 델리에 지사, 그것도 PD특파원을 한 명 파견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두 이거 가능할거라구 생각하시나요?

뭐 현지에서 현지 신문은 고사하고 영자지 읽는 여행자를 본 적이 없으니 뭐... 말해 뭣하겠습니까만...

<무한도전> 인도편이 뭘 잘못했나요?

워낙 TV를 잘 안보는 편이다보니 무슨 논쟁들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좀 반응이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남들의 논쟁이라는게 저랑 별 상관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또 그런 일들에 관심을 가질 만큼 최근에 한가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마님께서 즐겨보시던 <무한도전>이 인도에 가서 뭘 찍었는데... 그게 논란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니... 쬐끔 땡기더군요. 결국 찾아서 봤습니다. 결론은... "섬나라 국민이로고~"와 "류시화 죽일 놈!" 두 개로 압축되더군요. 이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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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6년 7월쯤에 Varanasi(현지 친구들은 '와나르씨'라고 발음하졉)에서 찍었던 겁니다. 벽에 뭐 동글동글한거 보이시죠? 저거 소똥 케이크 되겠습니다. 어떻게 만드냐구요? 소똥들 줏어다가 물 조금 집어넣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다음 눌러서 모양을 만들고 그걸 벽에 붙여 말리는거죠. 저게 위생적으로 보이시나요? ^^;;

근데... 저거, 인도에서의 '소'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를 한다면 '위생'의 문제로 바라보긴 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힌두교'하면 '소를 숭상하는 종교' 정도로만 생각들을 하지만, '소'가 인도에서 가지는 의미를 문화인류학적으로 따져들어가면 왜 그런가에 대한 단서들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어느 농경사회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소'라는 존재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우유'라는 상당히 고단백질 음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 '우유'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합니다. 특히 인도에선 이걸 '커드'라는 일종의 요구르트로 많이 활용하죠. '커드'는 얼음과 설탕, 그리고 여러 과일과 섞어서 '라씨'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많은 육류들을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먹어봤을 '탄두리'가 붙은 음식들은 고기를 각종 향신료를 넣은 커드에서 한번 띄운 걸 불가마에서 구워내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요? 날이 존니 덥다보니 육가공 식품들을 보관하는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거든요.

또한 어느 농경사회나 마찬가지로 '소'는 살아 있는 농사기계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소똥'은 상당한 수준의 화력을 제공하는 훌륭한 천연 난방용품이기도 했습니다. 이런거 하나씩 가르쳐주느니 간단하게 '신격화'시켜서 못 먹게 만드는 게... 그게 쉽게 먹히죠.

마빈 헤리스(Mavin Harris)라는 문화인류학자가 쓴 대중서인 <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는 '힌두교의 암소 숭배'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 문자중독자들인 제 친구들도 이걸 안 읽어본 이들이 태반이고...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는 여행자 대부분은 가이드 북인 <Lonely Planet:인도편> 혹은 <인도 100배 즐기기> 하나만 딸랑 들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 친구들은 그나마 좀 낫죠.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열림원) 같은 거 읽고 간 친구들은 당황스러운 일들을 아무 생각없이 합니다.

주 인도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가장 질겁을 하는게... 약간 눈이 풀린 아가씨 하나가 어디서 릭샤꾼 하나를 끌구 와서 "저 얘랑 결혼하려고 하는데, 국적 포기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을 할 때라고 하더군요. 인도에서 인도인과 결혼하려면 자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문젠 '국적'이라는 넘이 쉽게 리펀되는게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떼를 쓰는 언니들이 종종 등장해 사람들을 황당하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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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인도에서도 가장 못 사는 동네인 비하르의 보드가야(석가께서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동네)의 국제 사원촌 근처에서 찍은 겁니다. 뗏국물이 줄줄 흐르는 이 꼬마 아가씨의 삶과 릭샤꾼의 일상은 그렇게 큰 차이를 가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한국에서 견디기 힘든 일을 겪은 처자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선택들을 하는데... 대부분은 몇 달만에 자신들이 뭔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게 농담이 될 수 없는게,  알라딘의 서평들을 함 보세요. "편하게 인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한 둘인가... 마빈 헤리스의 문화인류학적 접근은 '숭상 받는다는 암소'가 사실은 '처절하게 착취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류시화의 판타지 소설은 '현실에선 찾을 수 없는 이상향'에 대한 묘한 향수로 사람을 꼬득이고 있는건데 말이졉.

이거... 사실 사람들이 인도에 압도되어 그런 겁니다. 그리고 압도된 상태에선... 제대로된 판단들을 거의 하지 못하죠... 보다 좀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면... 영혼이 허한거죠.

이런 판에 <무한도전>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에서 취할 수 있는 포션이라는게 어떤 것이었을까요? 인도를 비하했다고 하시는 분들, 혹시 <미녀들의 수다>도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대체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에 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게 얼마나 될까요?

2008년 2월 24일 일요일

코헨형제에 대한 기억

서울 출신이면서도 아예 춘천에 자릴 잡은 선배는 춘천을 두고 '춘촌'이라고 했었죠. 사실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이들에 비해 '할 일'이 좀 집중되는 경향이 있긴 했습니다. 뭔가에 집중하기 딱 좋은 곳이거든요. 다른 걸 할게 없어서 말입니다. --;;;

암튼... 그때나 지금이나 워낙 영화를 좋아는 하는데... 갈 극장이 마땅찮다보니 1만에 비됴테프 잔뜩 빌려가지고 주말을 몇 년 보내고 나니... 자취방 근처의 비됴 가게들에 안 본 비됴가 거의 없게되더군요. 그래서 학교 영화 동아리가 가지고 있던 비됴들을 슬금슬금 보기 시작했었습니다.

뭐 몰래 들어가서 본다기 보단... 그 동아리에 있는 넘 하나를 꼬득이는 거죠. 술과 안주를 내놓을테니 밤에 같이 보자... 대충 이런 식으로.

그렇게 해서 봤던 영화들로 기억나는 건... 남학생들 넷이 맥주와 소주를 놓고 보면서 안주보다는 영상을 보면서 더 많은 침을 흘렸던 <북회귀선>, 한밤중에 보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잔뜩 겁 먹고 들어갔던 <엔젤하트> 등이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봤다가 가장 즐겁게 봤던 넘은 누가 뭐라고 해도 <라이징 아리조나> 였습니다.

이젠 엑션 배우로 취급받고 있지만... 이 영화를 찍을 무렵만 하더라도 니콜라스 케이지는 B급 호러무비와 같은 마이너 작품들에 많이 출연하고 있었죠. 뭐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 과 같은 TV 시리즈물에서도 풍자의 대상이 되는 홀리헌트만 하더라도 그 전까지의 출연작은 그리 많지 않았죠. 음... 방금 기억났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도 Studio 60에서풍자의 대상이더군요. ^^;;

이 영화는 코헨 형제가 감독한 두 번째 영화였음에도... 제가 이 두 형제의 이름을 기억하게끔 만들더군요. 더 재미있었던 건... 이 영화 이야길 좀 늘어놨다는 이유로... 캐나다에 있었을 때 일반적인 한국인들과는 좀 다른 형태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전에 테리가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한국사람들은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말 시켜놓으면 15문장을 잘 안 벗어나거든요. ^^;;;

그런 추억거릴 만들어준 이 두 양반이 또 영화를 하나 만들었더군요. 최근에 좀 정신이 없어서 뒤늦게 안 건데...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내리기 전에 후딱 가서 봐야겠습니다. 뭐... 그러고 보면 이 두 양반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또 첨이 되겠군요. ㅋㅋ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System Error!

참... 뭐 어쩌다보니 남들은 별 상관하지 않을 지형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대표적인 거시...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라스팔마스,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엔세나다, 베트남의 하이펑, 캐나다의 벤쿠버 중에서도 버나비와 써리, 인도의 델리와 바라나시, 네팔의 카트만두와 룸비니 등과 같은 지역들이죠. 더군다나 머리가 나빠서 지형을 구조와 길의 생김세로만 기억하는 터라 서울에서 처음 가본 지역임에도 위에 말한 지역과 비슷한 지형지물을 보이면 꼭 아는 길처럼 들어갔다가 낭패보는 경우들이 꽤 됩니다.

비슷한 이유로... 처음 체계적으로 배웠던 언어가 우리말이 아니라 스페인어였고, 영어는 스페인어로 배워 놓으니까... 라틴어 계 단어의 이해를 좀 쉽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뭐 그렇다고 스페인어를 잘 하냐면 그것도 아닌게... 중학교 이후로 쓸 일이 없었으니 몽땅 다 휘발되어버렸죠.

특히... 번역의 경우엔 좀 많이 웃기는게... 전 영한번역보다 한영번역이 더 쉽습니다. 아니 쬐끔 더 잘합니다. 영어문장이 좋다는 이야기들은 가끔 듣지만,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해놓으면 니만 알아듣는 말 아니냔 소리까지 들을 정도죠. 쓰기 시작한 순서가 그런걸 뭐 우짜겠습니까. 에세이 쓰기 시작한 언어가 영언데 우짜라고.

더 나쁜건 남들로 하여금 사전 찾아보게 만드는 만행을 가끔 저지르면서도... 정작 우리말로 들어오면 철자법과 맞춤법이 어긋남은 물론이고... 낱말의 뜻을 엄하게 이해 여러사람들에게까지 그 피해를 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면... 믿으실랑가요? 사실 한동안 글 쓰는 걸로 월급 받아먹고 살때 제가 항상 애용했던 것은 영어사전이 아니라 국어사전이었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요 며칠간 뭔 서류들을 좀 떼러 다녔는데.... '직계존비속'을 그 부부와 자녀로만 해석을 하는 바람에 서류를 덜 떼어놓고도 다 끝냈다고 생각했다는거죠. --;;;; 사고 초특급으로 쳤습니다. ㅠㅠ

2008년 2월 21일 목요일

결국 이사.

거의 넉달간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사하기로 결정했심다. 정붙이기에 성공할지 모를 만큼 워낙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물렀더니... 이사하는게 그렇게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새로 시작하기로 했으니... 전의 블로그인 http://blog.empas.com/rainmaker10 를 찾아주셨던 분들, 여기도 자주 찾아오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

Sci-Fi 미드에 대한 잡담

어떤 영화평론가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유독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영화의 설정으로 되는 일이 많은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던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야 미래라고 골 아프게 이것저것 세트 안 만들고 몽땅 다 뽀게진 걸로 하면 제작 단가가 낮아지니 그런거지." 쩝... 핵심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

하지만 TV시리즈로 가면 이 조차도 제작비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수단이 되질 못하죠. 대표적인게 거의 10년전에 당시 신인급이었던 제시카 알바를, 조연으론 NCIS의 토니를 내세운 제임스 카메룬의 Dark Angel인데요...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시즌 2개로 종쳤었습니다.
 


이때의 제시카 알바, 지금과 비교하면 좀 중성적인 분위깁니당. ^^;;
 

 
아무래도 이런 면들 때문에 세트 제작비용을 비교적 절감할 수 있는 넘들이 오래 살아남는 경향들을 가지죠. 대표적인 넘으로 놓고보자면 Sci-Fi 체널에서 10년을 울궈먹곤 이젠 스핀오프로 끌구 가고 있는 Star Gate시리즈입니다. 이거, 화려하게 말아먹었던 영화 스타게이트에서 출발한 TV시리즈인데, 예전에 비디오 샵에 가면 뜬금없이 이 넘들이 꽂혀 있어 캐이블 안 보던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넘이죠.
 


그리고 이 넘의 스핀오프인 스타게이트 아틀란티스
 


이런 저런 문명들의 수준이 대체로 그렇게 높은 편들이 아니기 때문에(지구 보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들은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거 가지면 안되거든'이라면서 따돌리니까), 신화들을 주로 쫓아가고 기껏 수준이라고 해봐야 1차 세계대전 이전인 곳들과 조우를 하니... 아무래도 좀 그랬던 부분이 있죠. SG1이 시즌 10을 마지막으로 종쳤던 이유도 10년이 지난 만큼 떨어진 시청율에 비해 주연이었던 이들의 게런티가 너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니까 말이졉.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아예 정통으로 돈 때려 박아넣으면서 가는 넘도 있습니다. 이 사례의 대표작을 두고 스티븐 킹은 이렇게 평가했다죠. “특수효과보다는 캐릭터들의 힘에 의해 진행되는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 그러나 특수효과 마저 좆나 근사하다.”
 
바로 Battle Star Gallactica를 두고 한 말이졉.
 



미국 드라마 좀 챙겨본다는 분들에게 익숙한 이름 중에 하나가 바로 '그레이스 박'이라는 처자인데, 이 시리즈에선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이보그로 나옵니다. 그것도 개별 케릭터들의 성격이 다 달라 이 시리즈의 팬들은 어느 역이 더 낫네, 마네를 가지고 팬 투표도 하더군요. ^^;;
 


바로 이 처자입니다. 므흣한 걸로 함 골라봤심다. ^^;;;

하지만 이 시리즈가 무엇보다 가치있는 건... 지금의 미국이 겪고 있는, 그리고 수 많은 현대 국가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들을 날것으로 보여준다는 거죠. 인간형 사이보그의 탄생으로 도대체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다신교와 유일신앙의 충돌, 신앙적 세계관과 세속적 세계관의 충돌, 무능한 정치 리더이자 자폐적 지식인 등등등... 하지만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무거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시청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하긴 시즌3의 에피소드 13, Dirty Hands와 같은 경우에는 우리에게도 시시하는게 많거든요. 사회 계층에 따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는 것...그리고 전쟁상황에서의 파업권 이야기가 나오는 이 에피소드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나름 이야길 합니다만... ㅎㅎㅎ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이 시리즈의 팬들이 활동하는 사이트에선 사실 폴 버호벤과 같은 이들이 제작과 감독을 맡아 '군대가면 사람된다'는 속설이 사실이라는 광고과의  전투신을 기대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도... 어쩌면 문제일 수 있겠죠.

하긴, 현실의 해골아픔이 장난이 아닌데... 쉬겠다고 틀어놓은 TV에서까지 그 모양이라면 별로 위안을 받고 싶진 않겠죠. 그러나 초창기 SF소설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당대 정치현실에 대한 지독한 정치풍자였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올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올해엔 마지막 시즌이라고 예고된 시즌 4가 시작하니 말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KBS의 환경스페셜에서 태국의 코끼리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벌목을 위해 야생 코끼리들을 대량으로 잡아다가 길들였는데... 벌목 산업이 나가리 되면서 얘네들이 갈길이 없어져 버렸고... 그 결과로 사육하는 코끼리들의 상태가 심히 불량하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다큐를 본 우리의 정의의 네티즌들... 그때도 정의감에 불타는 글들을 KBS 홈페이지의 환경스페셜 섹션에 쏟아붓더군요. 그런데 좀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글들의 내용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변태같은 태국놈들!'였거든요. --;;;;

뚜껑 지대로 열린 정의의 네티즌들이 보기 시작했던 부분이 바로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놓는 작업( 꽤 잔혹합니다)부터였거나... 그 앞의 내용은 졸면서 봤던거죠.

글이 아닌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어떤 내용을 전달하게 될 경우... 뇌의 반응은 글로 보여주는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니까요. 뭐... 글이나 그림이나 똑같이 받아들이는 상태 나쁜 이들도 꽤 되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질문. 사람들은 왜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의 뇌구조가 한심해서...? 그건 아닌거 같은데요...? ^^;;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의 트럭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성 공화당원들입니다. 공화당이 이 빡센 일을 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신경쓴 적은 거의 없는데두 말이졉. 이 현상, 뭐 그렇게 낯선건 아닙니다. 정권 인수위에서 날려버리기로 했던 정부기관 중에 하나가 '공정거래위원회'인데... 원래 제구실을 했던 넘은 못됩니다만... 코딱지만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뭐라도 칭얼거릴 수 있었던 유일한 기구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 아저씨들, 뭔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아예 확실하게 선언을 한 셈이죠. 그런데... 이번에 그 아저씨가 당선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거이... 바로 중소 상공인들이었습니다. 자기 등에 확실한 칼을 꽂아줄 사람들 대통령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총선에선 개헌선인 200석에 달하는 몰표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죠.

제가 정치드라마의 최고봉으로 꼽는 West Wing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바틀랫 대통령이 재선운동에 나서서 어느 시골마을에서 유세를 마친 후 떠날때... 연설문을 쓴 백악관 공보실장인 토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행사장을 나가는 할머니를 붙잡고 물어보죠. "오늘 연설 어땠어요?" 이에 대해 할머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하는 참 똑똑하세요!"

토비는 이 말씀을 듣고 잠시 좌절하는 표정을 보입니다만...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물어봤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라는데 저 100원 겁니다. "졸라 잘난척하고 있어!"

포유류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시각이 좁은 편입니다만... 유독 사람은 시력은 물론이고 시각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색감이나 공간 지각력이라는 다른 능력들을 가졌지만. 그런 까닭에 어렸을 때 배운 내용들, 혹은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할때의 입장들이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 입장에 따라 현실을 거꾸로 재단하죠.

요거, 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언어학자이며 진보적 연구기관인 로크리지 연구소의 창립선임연구원이었던 조지 레이코프가 "평범한 서민들이 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이 인식과정을 책으로 펴내자... 나름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터져나옵니다. 뭐 2004년의 부시 낙선운동에 동참했던 미국의 진보 사학자 하워드 딘(Howard Dean)은 이렇게 발문을 써줬더군요. "미국 민주당원들이 조지 레이코프의 책을 몇 년 전에만 읽었어도, 오늘날과 같은 꼬락서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참 잔인한 시절이 시작될 것 같은 요즘... 반격을 위한 참호를 파는 심정으로 함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슴다...

에반겔리온 序: You are (not) alone에 대한 잡담

C8을 한 열댓번쯤 하면서 용산 CGV로 갔습니다. 광명에서 여의도까지 무려 3개의 CGV가 있음에도 이 동네들에선 개봉을 안하고 용산과 상암에서 그것두 하루 한 번이나 두 번쯤 상영하는 짠돌이 마케팅도 좀 거시기 했거니와... 이렇게 모아두면 95년 TV판에 홀딱 맛들이 갔던 오타쿠들이 서로 뻘쭘해하면서 볼 수 밖에 없으니 나름 좀 난감했거든요.
 


암튼... 보고나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좀 돌더군요. 이미 12년전에 TV로 나왔던 것을 두고 스포일러라고 붙이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4부작으로 진행될 극장판 에바의 첫 번째 작품인 이 넘에 대한 해설은 디제님이 올려놓으신 이 글로 대체합니다.
 
사실 제 머릿속에선 같은 섬나라에서 만들어진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두 텍스트가 아주 많이 다르더라는, 왜 이게 다를 수 밖에 없는가가를 짚어보는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에바의 비교대상이 될 넘은 바로 롤링 여사의 Harry Potter 7부작입니다.

이유는 주인공인 해리와 신지 둘 다 인류의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만나지만 이 두 아이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졉. 예를 들어 Harry Potter의 2편인 <Chamber of secrets, 비밀의 방>의 마지막 장면은 지니를 이용해 다시 부활하고자 하는 볼드모트를 12살 밖에 안된 꼬맹이가 목숨걸고 대적하지요. 바실리스크에게 물려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지니보고 먼저 나가라고 하는 장면에 이르면 저 꼬맹이가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엄청난 짐을 어떻게 저렇게 담담하게 받아드리나... 란 생각밖엔 안들죠. 물론 본격적인 사춘기가 묘사되는 5편 <The order of the phoenix, 불사조 기사단>과 6편 <Half blood prince, 혼혈왕자>에서 쬐끔 반항을 하긴 합니다만.

이건 아무래도 해리가 사실은 비범한 가족의 후손임에도 속물인 이모의 집에서 자랐다는 것, 그리고 기본적인 틀이 영국의 '공립학교'가 아니라 학비가 엄청나게 비싸 엔간한 민간인들은 접근이 어려운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이해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워낙 끌려다녀서 그 의미 자체가 많이 퇴색하긴 했습니다만... 롤링은 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영국 귀족 계급의 아이가 어떻게 커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반면... 안도의 에반겔리온은 애초에 이 만화 자체가 얼라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Dynamic Korea라는 국정홍보처의 구호가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리는가를 시시때때로 곱씹어보게 하는 대한민국과 달리 일본은 <초 안정국가>입니다. 관심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에게 쏟을 수 있으며 사회적 이슈들 자체의 파급력이 우리와는 또 다르죠.

그런데... 1985년, 미국의 압력으로 맺을 수 밖에 없었던 두 개의 합의(반도체 합의와 플라자 합의) 이후, 버블붕괴는 이들의 삶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켜버립니다. 에바식 표현을 빌자면 이거 Second Impac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2차 대전 패배이후 '일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자체가 조또 의미없는 것이 되었으니까요.

우리로 치자면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나,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며 열심히 일해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으나... 자기에겐 국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던 겁니다. '개인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일본과 아직도 집단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한국'이라고 이분화하는 것도 좀 거시기 하긴 합니다만...

여기에 Harry Potter가 아이들을 중심으로 어른들까지를 포섭하는 구조를 가지는데에 반해, 에바는 거의 '키덜트, 혹은 adult Children'이라고 꼽히는... 몸은 어른이나 애들처럼 노는 친구들을 중심이라는 것도 결정적인 차이를 가집니다. 대표적인 캐릭터, 바로 이와나미 레이죠.
 


이 14살짜리 소녀의 나신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이유가 뭐겠어요. 더군다나 레이라는 캐릭터는 '엄마, 여동생, 세상 모든 여자들의 총합'이라고 불러야 하는 판이니 말입니다.

이건 본인이 오타쿠면서도 오타쿠들에게 질겁을 했던 총제작자의 자신이 에반겔리온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의 일부분들을 가지고 있으니 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좀 하게 되더군요.

98분짜리 에니메이션 한 편 보면서 두 사회를 비교하고 있는 거이... 뭐 그렇게 상황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번의 序는 자꾸 이렇게 바라보게 만들더군요. 음... 몇몇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지방개봉관도 더 잡을 예정이라고 하니, 떡밥으로 던져준 2부(破)도 충분히 한국에서 개봉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가 이걸 극장에서 볼 수 있느냐는 좀 다른 이야기겠습니다만...

ps. 그래서 보라는거냐.. 말라는거냐...라구요? 에바광팬과 에바에 대해 이야길 들었는데 한번도 보지 못하신 분껜 추천, 이전의 TV판을 보고 "일본 쪽빠리 변퉤세퀴들!"이라고 하신 분들이나... TV판 보고도 무덤덤하셨던 분들은 비추되겠습니다.

우리들 생애 최고의 순간



<Women's murder club>이라는 TV시리즈가 있습니다. 검사, 검시관, 형사, 그리고 기자인 여자 넷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시리즈물인데... 요거 꽤 재미있습니다. 나이 마흔이 다 된 검사와 검시관, 그리고 형사가 나이 때문에라도 겪게 되는 상황들이 나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형태의 이야기를 보면 작년에 읽었던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서 제시하는 한국의 조직위기 해결방안이 생각나더군요. 지금까지 있었던 한국에서의 유일한 조직론, 그리고 활동하는 유일한 조직형태는 군대밖에 없었는데... 이게 이젠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말입니다.

술 자리에서도 몇 번 나왔던 이 이야긴 최근에 개봉한 한 영화랑 또 묘하게 엮기더군요. 배운 것이 운동이라서 먹고 살기 위해 죽도록 운동했던 선수들이 팀의 해체를 겪고, 그러면서도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기대하는 웃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젊은 애들과 아줌마들이 같이 뛰는 상황.

상황설명만 들어도 깝깝한데...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실화에 바탕을 뒀다니... 이 사람들 제 정신으로 영화만들었나 싶더라구요. 바로 <우리들 생애 최고의 순간>, 2004년 1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덴마크에게 지고서 은메달을 땄던 바로 그 아줌마들 이야기라는데... 함 보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참 복잡해지두만요. 아줌마들의 갑갑한 상황이라는 거, 일부 삐딱한 친구들은 '부부클리닉' 혹은 '인간시대'라고 혹평들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도전하게 되는 그 게임 자체에 대해서도 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아닌 말로... 비 인기종목인 헨드볼 선수가 설령 금메달을 땄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물론 금메달 따면 포상금이 있긴 합니다만... 그게 모두일까요...?

거기다 더 갑갑한 것은 이 아줌마들이 당대의 에이스들인데도 이 상황을 겪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어떤 일들이 주어지고... 또 그 일들이 주어지는 상황이라는 게 하나같이 지랄맞은 건데...두... 우린 그걸 넘어서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지 않느냐는 말이죠...

이 영화, 아쉬운 걸로 치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주연들의 연기는 꽤 흔들리고 있으며, 배경음악은 '니가 이래도 안 울래?'라는 분위기로 끝까지 몰아가고... 이른바 '신구세대의 조화'라는... 모래알 같았던 이 팀이 '팀'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도 몇 개의 에피소드로 설명하죠. 거기다 '과학적 훈련'을 이야기하는 넘도 졸라 깬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게... 여자 선수들이 생리적 변화에 따라 신체 능력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모르더라는 겁니다.

뭐 과학적이고, 경제성장 우선 어쩌구 하는 분들이 지금 인수위에서 벌이는 아스트랄한 행태들을 보면 그게 사실을 '지들이 믿는 과학'이고 '지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제'라는 거...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그렇게 아스트랄한 곳이라고 해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뭐랄까... 맘이 흔들리고 그럴때... 보시면 울컥하는 느낌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돈 값은 한다는 이야기졉... 기대치를 약간 낮춘다면... 2008년의 영화감상을 이 영화로 열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