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30일 수요일

청소년 섹스금지, 어처구니없도록 단순한 세계관

지난주 시사IN을 좀 뒤늦게 들춰봤습니다. 안 그래도 팔 모가지 돌아가 있는 상태에서 키보드 두드리는게 쉽진 않았지만... 기사를 읽고 나서 하도 기가 막혀 두드립니다.

청소년 관심사에 대한 주요 후보자들의 견해라는 기사에 달려있는 도표에 붙어 있던 후보자들의 견해인데요... 어느 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계시는 후보께서 '미성년자의 성행위는 사회적 금기이므로 적발시 퇴학등 무겁게 제재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히셨더군요.

뭐... '보수적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한거 아니냐는 테클 나올만 합니다만... 이 분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지셨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별거 아닌거 같은 이 이야기에 흥분하는 이유, 차근차근 설명해드립져.

첫 번째, 대한민국 법체계는 물론이고 헌법까지 물로 보는 발언입니다. 현행 법에서 친권자나 보호자가 동의할 경우 결혼할 수있는 나이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남자는 18세, 여자는 16세입니다.

만 나이긴 합니다만, 만 16세면 고등학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경우에도 고등학생일 수 있죠. 그런데 이들이 '부부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를 잡아낸다는 건 침실에다가 스파이 카메라를 붙여놓지 않는 이상 어려울테니... 어린 나이에 시집 장가가면 자퇴하라는 압력을 넣거나... 아니면 '예외조항'이라고 붙이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게 '예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여기서 그칠까요?

두 번째는 청소년의 섹스라는 것의 층위가 다양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강간일 수도 있고, 둘이 별 생각 없이 벌인 불장난일 수도 있으며, 매매춘의 일종인 원조교제일 수도 있거든요. 원조교제의 경우야 그렇다치지만... '강간 피해자에게 추가처벌을 한다'는 거이 말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어... 뭐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분들과 비슷한 뇌 회로구조를 가진 다른 나라의 대법원이라는 곳에서는 '여성이 청바지를 입었으면 강간이 불가능하다'라는 명판결을 내려 그 나라 여성들로 하여금 지대로 열받게 만든 적이 있는 분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도 강간 피해자의 피해자 진술을 받는 것을 독립된 공간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 피해자를 남자 경찰관이 조사하는 경우들이 훨씬 더 많은 나라니... 뭐 어디가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쇠고기 파동을 두고 초창기에 이 분과 비슷한 뇌구조를 가지신 분들이 언급했던 '통계자료'를 뒤져보면 사실은 일상적인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것들이 덮치는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뭔 이야기냐면... 멀쩡해보이는, 심지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이 괴물일 가능성이 꽤나 높다는거죠.

그런 괴물들의 사회... 뭐 볼만하졉. 그런데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으신건 아니신거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런 괴물이 아니실테니 말입니다.

세 번째로는 소득층위에 따라 아이들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고소득층의 경우라면 설령 퇴학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외국으로 보내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차상위 소득 이하의 경우엔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되게 됩니다.

더불어 이게 네 번째의 문제로 바로 이어지게 되죠.

바로 지속적인 성 산업(예, 이것도 층위가 다양한 산업입니다. 빌딩 하나가 통으로 작동되는 거대 공장부터 과거 전태일이 분신했던 하꼬방 수준에 이르는)에 안정적인 '자원'이 유입되는 통로가 된다는거죠...

경리하나를 뽑는다고 하더라도 AICPA(미국 회계사) 자격증 보유자가 덤벼든다는 하이퍼 교육시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에 짤린 여성들의 경우엔 잡을 수 있는 일자리가 극히 한정되며, 이들의 경우엔 늙어죽을때까지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동네는 3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급속도로 시장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또 다른 문제도 걸리죠.

직업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다시말해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하는 분들이 그렇게 목놓아 주장하는 '시장'이 작동되지 못하는 곳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건데... 요거, 바로잡기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공적 자원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첫번째 섹스를 하는 나이를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거기까지 가기엔 사회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낮거든요. 사실 섹스라는 것 자체가 인간관계의 일부라는 것이고... 정말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들이 없다고 한다면... 대체로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종교적 믿음과 같은 영역에서 한치도 벗어나질 못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SKINS>같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법인데... 뭐라고 이야기하겠어요.

그럴 수록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의 악화로 맹렬하게들 달려가게 되구요.

간단한 대답이 존재할 수없게 된 사회에...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던 대통령을 뽑았던 결과로... 150여일이 지나는 동안 절반이 넘는 시간동안 촛불을 들었습니다. 극도로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세상에 또 비슷한 사람을 뽑으실 건가요?


댓글 4개:

  1. 그 놈이 뽑혔더군요.... 흠.... 혹 오늘 시간나시면 수유공간에 놀러오세요. 이준익감독이랑 고미숙씨 대담이 있더라능...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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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제발 저인간만 되지 않기를 바랬건만... 아침 기사보면서 기운이 쫙 빠지더라구요..



    " 공씨 당선, 2메가 정부 교육정책 탄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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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까꽁 - 2008/07/31 08:40
    ㅎ... 나중이면 몰라도 요즘은...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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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rainstorming - 2008/07/31 11:40
    뭐... 정치에 대한 냉소가 어떤 결과를 미칠 것인지에 대해 좀 봐야겠죠. 아마 대부분은 쫓아가느라 정신들 못 차릴 것이고,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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