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송영선이 박진보다 몇 배 나은 이유


밀리터리 매냐라고 하는 사람들치고 국회의원을 개차반 취급하지 않는 경우, 좀 드뭅니다. 강기갑 의원에게 한 방 먹고 완전히 나가떨어진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경우엔 "현대아산이 북한에서 사업하는 조건으로 이지스함과 212 잠수함의 설계도를 요구했다는 썰이 있는데... 그거 사실이냐?"라고 했다가 절라리 씹혔었죠.

이지스함의 핵심은 "눈"이고, 이 "눈"은 국내에서 제작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에서 만들었죠. 그리고 이 레이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S/W 역시 미제입니다. 설계도면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산업생산능력으로 보자면 레이더 반사각 정도를 배울 수 있을텐데... 그거 가져간다고 뭐 목업이라도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럽죠. 무기를 수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사일 수납하는 것 역시 만만찮은 기술력이 요구되니까요.

이에 반해 박진의원의 사기는 쬐끔 말이 되긴 합니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총동원해 서울을 포격하면 시간당 2만5천여발의 포탄이 떨어져 서울의 1/3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사기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전에서 포는 일회용 주사기입니다. 대포병 레이더에 포탄이 날아오는게 잡히면 거의 실시간으로 포격지점을 산출하고... 이쪽에서 반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거든요. 우리의 대포병 레이더가 몽땅 다 기계적 결함으로 작동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하면 몰라도... 포격을 한 시간씩이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연출되기 어렵죠. 북한이 발사할 수 있는 포탄의 최대치는 박진 의원이 이야기한 25000여발이 아니라 그의 1/12인 2000여발이 최대치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면적은 서울 전체의 33%가 아니라 2.7% 정도가 최대치죠.

그러니 실제 타격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전쟁발발에 따른 심리적 공황상태가 더 문제가 될텐데... 이런 식으로 숫자들을 부풀리는건 심리적 공황을 악화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죠.

반면 송영선 의원은 35만에서 최대 15만으로까지의 감군을 주장했었습니다. 사실 현재의 60만 대군 중에서 그 절반은 비전투병입니다. 거기다 일본 자위대와 같은 하사관 중심의 부대로 구성한다면... 유지병력은 15만, 전쟁발발시 수백만을 만드는 건 뭐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죠. 더군다나 주변국과의 고강도 분쟁 가능성을 놓고보자면 이들을 막는 이들은 알보병이 아니라 해군과 공군이니... 말이 안되는 건 아니었거든요. 더군다나 이런 식의 군구조 개선은 다양한 효과들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일단 포크레인 한 대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걸 일개 대대 병력에게 삽을 쥐어주는 지금과 같은 부대 운영, 졸라 어려워집니다. 당삼하게 사병들을 자기 노비 쯤으로 생각하는 장교들의 행태들도 바뀔 수 밖에 없죠. 그리고 이들은 직업군인인 만큼 처우등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청년 실업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이 직장도 그렇게 나쁜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인력수급에 별 문제가 없을거라는 거죠. 대학에서 예비역들의 학력저하의 핵심에 있는게... 이 군대 경험이 워낙 지랄맞기 때문인데... 이게 개선된다면 산업생산개선효과까지도 염두에 둘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의원의 이 발언은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더군요. 남자는 군대 갔다와야 인간된다고 믿는 또라이 영감님들, 그리고 국민개병제가 한국사회의 평등에 끼치는 영향에 집착하는 예비군들에 의해 말입니다.

개혁이라는 것이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뭐 이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개선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임에도 그 개선으로 인해 얻을 이득이 자기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올 것이 조금이라도 적다고 생각한다면... 뭉게버려야 한다고 믿는... 그 욕망 때문에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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