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7일 목요일

문제는 디테일이에요.

제가 <Sicko>를 봤던게 그러니까 작년 11월 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개봉이야 올 4월인가에 했지만, 이미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볼 사람들은 그 즈음에 다 봤었죠.

이게 개봉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선거 즈음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왔음에도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정당이 과반을 낼름 먹어버리는 사태에 이르자... 이게 어케 굴러갈 것인지 대충 짐작하게 된 분들은 '국민이 우매해서...'라고 정리들을 하시더군요.

글쎄요? 지금 건강보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숫자로 들이밀면서 얼마만큼을 더 낸다면 건강보험 강제 지정제와 같은 택두 없는 악몽을 피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얼마만큼을 더 내는 방법은 최상위 소득층을 분화시켜 부담율을 어떻게 높이는 방식으로 가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도 표가 그런 식으로 갔을까요?

대충 제가 알고 있는 숫자로 계산하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에서 최상위 계층을 더 세분화시키고 그 세분화된 쪽에서 0.X%씩 더 부담시키는 형태로만 가도 빵꾸나는 숫자들은 물론 민간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중대질병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비교적 늦게 봤던 제가 대충 계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 문제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더 일찍 계산했었어야 옳은것 아닐까요? 그나마 진보신당은 민노당 뽀게고 나와 실질적인 당 활동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면피를 할 수 있다지만... 80년대 운동권의 트라우마를 상징자본으로 가져갔던 민주당의 이른바 386 의원 나으리들은 이 이야기들은 꺼내지도 않더군요. 하긴 뭐... 이 분들 중 상당수가 '바다이야기'가 한국 게임산업의 진흥을 이끌것이라고 믿었던 분들이라죠. --;;

어제 발표된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자율화 등과 관련된 부분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OECD국가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조사가 이 나라에서 벌어졌던 것은 10년이 넘었죠. 그리고 대체로 그동안 지적받았던 내용들도 비슷합니다. 중학교 이후의 과정에 들어가면 그 똑똑하던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급속도로 꺾이는데... 그 가장 큰 원인은 '실수, 혹은 실패를 극심하게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고...

예... 이거 다양한 원인의 결과죠. 수능에서 영어 만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Harry Potter>시리즈를 사전 없이 읽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고... 수학 공부 안하는 학생들 중에서 괜찮은 넘들을 뽑겠다고 수 많은 대학들이 미적분을 안 배워도 되도록 입학사정기준들을 바꿔 놓은 탓도 있죠. 뭐 문제 하나를 틀렸다고 구간이 달라져버리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이를 보완할 방법들을 찾았어야 옳은데... 이에 대해선 제대로된 고민들을 하고 있지 않다가 자기들이 만든 계획을 10여년 만에 리셋하겠다는 분들에게 같이 농락당하는 사태 아닙니까?

7차 교육과정을 만들었던 장본인이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간 그 정당의 정책위원회에 계셨었잖아요? 박세일이라고. --;;;

뿐인가요? 작년 대선때 깼던 공약들 중에 하나는 너 나 할 것 없이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겠다고... 나섰었었죠. 하지만 이 분들이 한글로 내놓았던 공약집보다 EU의 중소기업 포털에 실린 내용들이 훨씬 더 잘 읽혔습니다.

이렇듯... 문제는 디테일입니다요... 그리고 이 디테일이라는 건...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어차피 3년간 선거도 없고보면... 이 참에 이 부분들에 집중하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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