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9일 화요일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언제 어떻게 쓰여졌던 것일까?

이런 글, 별루 쓰고 싶지 않습니다만... 알바하다가 눈이 빠질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RSS리더 돌렸다가 걸렸던 글들이 있고... 사실관계를 그나마 쬐끔 더 안다고 글적거려둡니다.

일단... 저 정치인 유시민씨는 별루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평소에 했던 말이나 입장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섰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닌건 아닌거니까요. 뭐 너두 유빠냐... 라고 할 사람들을 위한 장치를 두기 위해 이걸 쓰는게 아닙니다. 너무 오래전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고, 이 당시의 이야기들은 저 자신에게도 다양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으니까요.

얼마나 오래전 이야기냐구요?

심상정, 유시민, 김문수가 거의 비슷한 조직들에서 활동하던 무렵의 이야기거든요. 한 사람은 민주노동당을 거쳐 진보신당의 대표로 갔고, 또 한 사람은 참여정부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도 노명박 정부의 이어진 삽질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죠. 그리고 마지막 한 분은.. 말 안할랍니다. 저 92년도 총선에서 그 분이 소속되었던 정당의 선거운동을 했던 걸 아직도 쪽팔려하고 있으니 말이졉.

이게 왜 이렇게까지 올라가냐면... 지금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일반적인 글쓰기 환경에서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애초에 책으로 내겠다고 생각하고 썼던 것도 아닙니다.

그게 아마 1986년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996년부터 2000년에 신한국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던, 그리고 지금은 다솜방송 회장인 서한샘씨가 그 무렵에 꽤나 신기한 청소년 잡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하자면 너무도 인문학적인, 또한 사회적인 사실에 대해 당대의 청소년들이 너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그런 내용들을 다룰 잡지를 만들겠다고 했었었죠. 폐간 즈음에 나왔던 기자들의 글들중에 하나가 "사장님은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좋은 잡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지만... 1년을 못갔습니다.

이 잡지의 내용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급의 청소년 잡지는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시대>라는 월간지였는데... 어떤 글은 조악했지만, 어떤 글은 별 생각없이 읽다가도 필자가 자신이 진짜로 생각하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분노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을 정도의 글들도 있었었죠. 그리고 요즘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그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 원고의 상당수는 그 책에 연재되었던 원고였습니다.

그때, 그 원고의 필자라고 그 잡지에 나왔던 이름은 제가 기억하기론 유시민이 아니었습니다. 가명으로 실렸었고, 가명으로 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에 조직사건으로 수배중이던 유시민씨가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썼었던 것이니까요. 도피중 생계비를 벌기 위해 썼던 글. 그 즈음에 대한민국의 유일한 BBS는 한국경제신문에서 돌리던 KETEL였습니다. 시국사건으로 도망중인 수배자가 대학도서관에서 참고자료를 얻었겠어요... 그렇다고 이제 갓 돌아가기 시작한 PC통신으로부터 자료들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것이 제대로 가능하긴 했었을까요?

그렇게 만들어졌던 글들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다보니 오역이나 필자가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찾아내는 것을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잡지에 팔뚝만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을 요약해 설명한 글들이 많았던 관계로 인용 등에서도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은 거구요.

이런 사정이 있었던 만큼... 대한민국에서 인세로 생활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 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책이었음에도... 본인은 "무식해서 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소에 말하고 다녔었죠. 꽤나 손을 많이 본 개정판도 다른 책들과 비교하자면 꽤나 뒤에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평소에 공공도서관에 가는게 거의 마실인 제가 이 개정판을 봤던게 2005년 즈음이었으니까요.

사실 이 책이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이유도... 남들은 대학 1,2학년이 되어서야 읽는 책들을 대부분 고등학교때 이미 읽고 들어갔던, 이른바 '운동권 선행학습자'였던 경험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기불님은 이 책을 유시민씨의 흑역사라고 말씀하시지만... 글쎄요... 그 책에 있던 초고들이 쓰여지던 시절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는 시절입니다.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이 꼰대의 징후가 되어버린 지금... 이라는 시간은 이 글을 쓰는 것도 별루 맘이 안 좋군요.

사실 관계 따지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겐 그 흑역사가 얼마나 깨는 시절이었는지를 듣지 않을테니 말이죠.


댓글 4개:

  1.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평가하면 안되는 법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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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불이 - 2008/05/01 00:17
    누구의 표현에 의하면 '빈 종이' 한 장 받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거였죠. 이거 쓰면서 여러가지로 맘이 안 좋을 수 밖에 없었던 건 20대때 의장님(이라고 쓰고 의장놈이라고 읽습니다만)이 되었던 화상들의 잘못한 것을 같이 덤태기 쓸 수 밖에 없다는 고약한 현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의장님들은 '386세대'고 우린 '광주세대'라 그 세대 자체가 다른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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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제도 리플을 한참 쓰고 삭제했습니다만..

    모기불님과 사무엘님은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님들의 글을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게렉터라는 분의 글을 읽는데는 초판 당시 1988년 상황(그 이전에 쓴 글들의 묶음이므로,더 이전의 상황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무엘님의 위 리플까지 보니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유의원이 쫓기면서 그 책을 썼다는 건 전혀 중요한 팩트가 되지 못 합니다.

    초판(1988년)과 개정판(1995년)판을 비교해 보시면

    모기불님, 사무엘님 두 분의 글이 초점이 빗나갔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초판에는 그나마 100%라는 말로 저작권을 거칠게나마 표시했고..

    개정판에는 그마저 빠졌으며(새롭게 서문을 쓰는 과정에서)

    책에 쓰인 사진의 출처와 판권을 자세히 기술함으로써 나머지 판단에 대한 유도를 했다는 데, 현재 문제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유의원이 정치를 계속 했으면 싶은 제 입장에선

    그 책에 대한 판금조치를 스스로 했으면 하는 바이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데는 의구심이 조금 있습니다.

    유의원의 비판과 비난을 접할때 반론하다보면, 이미 성역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보곤 합니다만, 이런 문제에서까지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이미 50만부 이상 팔렸다는 베스트셀러 책을 두고 광주세대와 의장님이 왜 언급되는지..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평가해선 안 된다면 박정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자격이 저희세대에겐 없는 게 되겠죠.

    지독한 가난을 겪어본 세대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잣대로 현재 팔리는 책에 대한 판단이므로 그마저도 빗나간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궁금증은 유의원이 왜 그런 무리수를 썼냐 하는 겁니다.

    최소한 서문을 개정하면 보통은 전에 쓴 서문은 그냥 두지 않습니까?

    다른 정치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보이지만

    초판과 개정판의 변화를 보자면 약간 놀라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논란들이 다 우리시대의 아픔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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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kims - 2008/05/01 19:12
    글이 길어져 본문으로 답변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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