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5일 화요일

Battlestar Gallactica, 현대 미국 혹은 우리의 초상


Animation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실사로는 보여주기 힘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요즘은 CG의 발전으로 좀 많이 퇴색한 부분입니다만)는 것이라면 SF가 가지는 특징은 "이건 구라거든"이라는 걸 아예 달고 가기 때문에 일반 극화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들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이죠.

판타지 문학 초창기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걸리버 여행기>처럼, 혹은 남미의 판타지 문학들이 80년대의 암울한 남미의 정치현실을 몽환적으로 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졉.

꽤나 오랜 기간동안 아동용 도서쯤으로 취급받았지만,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당대의 정치적 상황들을 꽤나 쎄게 풍자한 풍자소설입니다.

"계란을 어느쪽으로 깰 것인가"라는 중대한(!) 이론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소인국의 모습은 스위프트가 살던 당시 영국의 양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토리당(Tory Party))과 휘그당(Whig Party)의 정쟁을 풍자했던 것이니까... 이게 그 당시에 얼마만한 불온서적(!)이었는지 감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SF소설들은 이런 장르적 특성들을 충실히 따라가죠. <로봇>에서 로봇 공학 3대 원칙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만 하더라도 별 생각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SF소설이지만, 이거 사회과학적 지식이 쬐끔만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주인공인 셀던에게서 맑스와 엥겔스, 두 독일산 털보 영감님들의 잔영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소설들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뭐 <신들의 사회>에 담긴 '혁명에 대한 메타포'를 읽으실 수 있는 분들이라면 Neo가 몇 년전에 추천을 했던 다음의 책들도 관심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1. '정상'이란 무엇인가? <앨저년에게 꽃을> & <어둠의 속도>

2. 감춰진 학살 <제5도살장>

3. 사회주의자가 읽어야 할 SF소설 50선

문제는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과 디테일로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소설이라는 매체와 달리 영화로 가면 '돈'이 문제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SF영화라고 생각하시는 <Star Wars>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 SF좀 알어'라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Space Fantasy'의 이니셜인 SF라는 꾸리한 평가가 떨어지죠.

실제로 떼돈을 들여서 괜찮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Blade Runner>와 같은 비운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되었던... 얼라들의 착한 모습을 보여준 <E.T.>는 흥행에서 대박난 반면... 이 비운의 걸작은 사실 컬트무비로 소화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사실 "군대가면 사람된다"는 속설(?)을 보여주겠다고 주리줄창 공중강습 기병대(우주전 하면 기갑부대나 포대는 필요 없는 모양이더군요. --;;;)와 클렌다투의 원주민(?)인 벌레들과의 이전투구를 거의 심의를 포기한 자세로 보여준 <Starship Troopers> 정도를 제외한다면 미국의 메이저 감독들이 뭔가 성찰을 하는 자세로 SF물을 만드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이기도 합니다. 아마 폭파된 노바리님 블로그에 올라가 있었던 글로 기억을 하는데, 나름 한 SF한다는 감독들이 <반지의 제왕>을 만든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었을 것인지를 함 상상해보는 것도 이 타임에서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근데... 쬐끔 깁니다. ^^;;)

그런데... 이런 뭣 같은 상황에서 정공법을 택하는 미친 넘들이 가끔 튀어나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죠. 바로 <Battlestar Gallactica>가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형 사이보그의 탄생으로 도대체 누가 적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은 상황, 다신교와 유일신앙간의 종교적 충돌, 신앙적 세계관(교리를 그대로 해석하는)과 세속적 세계관의 갈등, 무능한 정치리더 등... 우리가 현대라는 시대를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현실의 상황들을 SF, "나 구라거든"이라는 얇은 방패 하나 가지고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들 스스로가 미국인들이기에 아무래도 미국의 상황으로 읽기 편한 부분들이 많죠.

뭐 <West Wing>의 어느 에피소드에서 지금의 현실적 상황과 성경 말씀이 사맛디 아니한데... 그걸 어떻게 현대에 적용시킬 것이냐를 기독교 원리주의 방송인에게 묻는 장면이 하나 있었었죠.

몇 번째 시즌의 몇 번째 에피소드였는지는 기억 안나는데... 대충 출애굽기 21장 7절("사람이 그 딸을 여종으로 팔았으면 그는 남종 같이 나오지 못할 지며"), 35장 2절("엿새 동안은 일하고 제 칠일은 너희에게 성일이나 여호화께서 특별한 안식일이라 무릇 이 날에 일하는 자를 죽일지니"), 레위기 11장 7, 8절("돼지는 굽이 두 쪽으로 갈라진 쪽발이기는 하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는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는 먹지 말고, 그것들의 주검도 만지지 말아라.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죠.

근본주의적인, 특히 종교에 근본주의적인 철학을 가진 이들이 얼마만큼 남들을 난감하게 만드는가에 있어서도 이 명작 SF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더 난감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일런은 유일신을 믿는 존재들인 반면, 인간들은 열 두 신을 믿는 다신교 사회라는 거... 일각에선 이를 두고 현대의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종교전쟁'을 비유하는 이야기라고도 이야기하긴 합니다만... 글쎄요... 사실 현실에서의 '종교분쟁'의 껍데기를 까보면 '계급갈등'이거나 '자원전쟁'의 형태임에도 서로의 정당성을 위해 "신의 이름"을 빌리는 형태잖아요?

실제로 극중에서 종교적인 형태의 질문들을 하게 되는 경우들은 <West Wing>과 같이 "교리와 지금의 삶"이 사맛디 아니한 부분에 대한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이냐...혹은 어떤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과 어떻게 공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뭣보다 <Battlestar Gallactica>가 참고로 삼은 레퍼런스들의 방대함은... 쬐끔 기가 질릴 정도입니다. 사이보그(사일런)이 죽으면 다시 그들의 영혼이 재생선에서 다운로드 된다는 설정은 명백히 <신들의 사회>에서 따온 것이죠. 도구일 뿐인 레이드(사일런의 우주전투기형 모델)는 높은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운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인간형 사일런의 모습(지난주 방영분이죠)과 센추리온들에게 자의식을 부여해 이들과 맞서는 또 다른 인간형 사일런의 모습은 영락없는 <신들의 사회>의 그것입니다.

또 한편으론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의 발언이 사실은 얼마나 절제되지 못한 것인지... 그것이 어떻게 우리들의 의식에 제약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이보그인 사일런의 경우에도 다양한 자의식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조직 내에서의 입장이 상이함에도... 적으로 만나는 인간은 그들을 하나로 뭉뚱그린다는 거죠. Toaster라고.

이 Toaster라는 말은 안 알려진 5명 중의 4명, 그리고 사일런과 입장을 달리하는 Athena의 존재도  가려버릴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부분들도 차단해버리는 형태로 작용되고 있죠.

이거... 뭐 우리라고 다른가요. @@빠로, 난#구, 탄$리, 등등으로 부르는 호칭들이 실제로 어떤 다른 가능성 조차도 차단하고 있는 것들은 아닐런지요?

TV드라마를 가지고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있는게 아니냐구요? 글쎄요... 전 뉴타운 메롱쑈와 같은 엽기적인 정치현실을 가지고 분개하기 보다는... 어찌되었건간에 같이 살아야 하는사람들이라면 어떻게 같이 살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해법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들을 해보고 싶은 분들... 지지난주 부터 드디어 마지막 시즌인 시즌 4가 시작했으니... 한번 감상에 빠져보시는게 어떨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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