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 있어 조금 늦게 합류했습니다. 거의 9시가 다 되어 시청에 도착하니 이미 촛불 행진을 시작했더군요. 입어야 할 일이 있어서 간만에 정장, 그리고 산지 얼마 안된 구두를 신고 있었던지라 발이 아파 저는 광화문 우체국 앞에 앉아 있었죠.
전경차에 붙어 있는 불법주차 계고장, 듀나의 영화 게시판에서 나온 친구들의 [공지]2MB는 강퇴되었습니다, 피케팅을 하던 젊은 친구들의 2MBㅅㅂㄹㅁ, 값싸고 질좋은 대통령을 수입하자, 청와대부터 민영화하자!, 명박지옥 하야천국, 이과장님 경리과에서 97일어치 퇴직금 받아가세요~ 등등의 재치 넘치는 피켓들도 구경하고, 강기갑 의원의 즉석 사인회가 열리던 청계광장도 보고 있던 중에... 지각한 대학생 대오의 깃발들이 광화문 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더라구요. 용케들 빈 공간을 찾아내서 저도 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때가 11시 반쯤인가 그랬습니다... 그때 효자동 사거리에서 지인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에서 전경들이 소방전을 풀어 시위대에게 물을 뿌리고 있더군요. 구호 따라하면서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가 출출해 조금 위에 있는 페밀리 마트쪽으로 갔더니... 그쪽은 거의 축제 판이더라구요. 전경들과 약 10미터 정도의 사이를 두고 시위대는 비보이 공연까지 하고 있더라구요. 이쪽에서 한 번 보여줬으니 경찰들은 방패로 쇼 한번 하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었구요.
암튼... 그때 화장실도 갔다오고... 지인들과 먹고 마실 과자, 음료수, 오징어 한 마리와 맥주 몇 캔 등등을 사가지고 와서 앉아서 싸우는 학생들 응원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참... 여담이지만... 소시적에 전투소조장도 해봤던 저지만... 어제의 그 친구들처럼 싸우지는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지인들과 하면서 앞으로 20대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을 좀 바꿔야 하자는 이야기까지 했었죠. 특히 충남대... 코오... 대단했습니다(단... 2008년 전의경으로 복무한 놈들은 제외).
그러고 있는데... 새벽 3시쯤이 되니... 사직터널 방면으로 무척들 바쁘더군요. 닭차들이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있는 걸로 봐서... 이 친구들이 조만간 칠거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때까지 앉아서 구경하고, 박수만 치면서 앉아 있다가 슬슬 일어섰죠.
그리고 아시다피시 4시 30분경에 이 놈들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하...
영어로 White Fury라는 말 아십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눈이 이렇게 눈이 뒤집혀진 것은 몇 없었던 일입니다. 이 자식들이 앳된 여학생들을 쫓아가면서 방패를 갈더군요. --+
방패 가는 놈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뉘미... 애들이 순간적으로 제 뒤로 가 있는 겁니다. 이때 뒤로 잘못 물러서다간 조뙈는 수 있다는 것이 다년간의 경험이었다보니 방패 가는 놈들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그냥 서 있었죠. 불과 몇초도 안되는 사이에 제 옆으론 청년들과 예비군들이 붙으면서 바로 스크럼이 되더군요. 일단 속으로 휴~ 하면서 가라앉히는데... 증거사진으로 쓰겠다고들 저쪽 찍사들이 엄청나게 찍더군요.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려고 했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 브이자를 펴고 말았습니다. --;;;
그리고... 바로 이때 MBC카메라가 전경들과 시위대 사이에 낑겨들더라구요. 일단 방송국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니까 고참 놈이 방패 갈던 놈들 화이바를 때리면서 갈지 말라고 하고 지나가더군요. 거기다 기껏해봐야 중학교 2학년 정도 밖에 안 되어보이는 꼬맹이 하나가 자기도 대열의 맨 앞에 있다고 몇분간 저항을 하더라구요.
자고로 패싸움의 101은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상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눼... 방패 갈던 종자들의 얼굴을 주리줄창 노려보고 있었던터라 얼굴들은 대충 봐둔 상태, 마침 이리저리 밀리면서 찍었던 놈들 사이로 제가 앞에 서게 되더군요. 이 놈들을 노려보면서 이 놈들만 들을 수 있는 저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해줬습니다.
"늬들 저 꼬마 대가리 깰려고 방패 갈았냐? 나 니네 삼촌 뻘인데, 지금 나 깔려고 방패 갈았냐? 쫌 전에 늬들 또래의 여학생들이 엎어졌는데 그 여학생들 깔려고 방패 갈았냐?" 등등...
이 시키... 쪽팔렸는지 대구리 푹~ 숙이곤 방패로 밀기만 하더군요. 쫌 더 이 녀석들에게 자괴감의 데미지를 높이려고 했는데 맨 앞이다보니 스크럼 짠 팔이 뒤의 스크럼과 얽혀 부러지겠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뒤로 후퇴했습니다...
쉬파... 그런데 쫌 뒤에 이 놈들이 물대포를 쏘기 시작하더라구요. 솔직히 촌에서 학교 댕겼던 까닭에, 그리고 물대포가 시위 진압장비로 나오기 전에 학교 졸업했기 때문에 이 놈의 위력을 좀 과소평가했던 거 같습니다. 약 20미터정도의 거리에서 구호외치면서 온 몸으로 맞았는데... 우쒸... 장난 아니더군요. 가슴에 정통으로 한 방 맞은 사이에 뒤 돌아서 캑캑 거리는데 이 놈들이 제 등이랑 뒷머리를 정통으로 때리더군요.
양복입고, 랩탑 가방 들고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음에도... 방패 갈던 놈들을 보면서 끓어올랐던 분노에... 이 놈들에게 맞고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상황이었다보니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극심하게 분비되었었나봅니다. 그렇게 물을 맞았음에도 뒤로 조금 나가 있으니까 옷이 쬐끔 말랐더라구요. 물을 짜내려고 하니 딴 분이 도와주셨음에도 물이 안 나오더라구요. --;;; 그리고 웃통을 벗으니 바로 뒤에서 산행가려고 하셨던 복장으로 나오신 분이 자기가 여분의 옷이 한 벌 있다고 주시더군요. 연락처를 주시면 되돌려드리겠다고 했는데... 그냥 입고 싸우잡니다. --;;
압권은... 물을 몇 번 맞고 나서 다시 물을 뿌리겠다는 경찰의 방송을 두고하는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온수!' '온수!'를 연호했거든요. 경찰내부 훈령을 어기면서까지 진압하는 저들에게 시민들은 끝까지 여유있게 반응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가 5시 30분경이었고... 30분만 더 버티면 MBC아침뉴스에 방영이 될 것이고... 어쩌면 아침부터 결합하는 분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딱 30분만 버텼습니다. 새벽에 홀딱 젖은 상태에서 그렇게 싸워놓으니 거의 눈이 잠기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렇게 6시까지만 싸우고 집에 들어와 지금까지 잤습니다. 지금 일어나 보니 저희 팀이 떠난지 딱 10여분 뒤에 쳤더군요... 조금만 더 버텼어야 하는게 아닌가... 자고 일어나서 땅을 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전의경과 관련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이 부분에서 저 할 말 많습니다.
앞서 썼습니다만... 저 소싯적에 한 손에는 병을, 한 손에는 파이프를 들고 전경과 피흘리는 일전들을 벌였습니다. 실제로 충돌했던 그 옛날엔 아니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에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었죠. 저 놈들이 무슨 죄인가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광화문을 막고 있는 전의경들에게 농담같은 구호 "불법주차 견인하라"등을 외치고 가긴 했습니다만... 그때까지도 별 유감 없었습니다. 그리고 효자동 사거리에서 초반에 끌려나왔던 전의경들도 시위대는 "수고했다 잘가라~ 낼보자?"는 식의 인사를 전했었죠. 그러나 방패 갈던 놈들, 그리고 잠 못자서 시위대를 때렸다는 바로 밑의 이 놈들에겐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늬들, 군바리가 두 번째 쪽팔려야 하는 것이 뭔지 아냐?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거다. 그럼 첫 번째로 쪽팔려야 하는게 뭔지 아냐? 자국민을 상대로 작전하는 놈들이다!
라고 말입니다.
전의경도 사람이니 감정을 자극하면 안된다고 오늘 정말 힘들게 평화시위 대오를 유지했던 예비군들은 외쳤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이 말에 대해서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이려면 사람다워야 사람입니다.
아이를 방패로 찍겠다고 방패를 가는 놈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끌어당겨 군화발로 머리를 차는 놈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물대포는요?
물대포에 관한 장비관련규칙은 다음과 같더군요.
경찰장비관리규칙
〔1999. 11. 17 전개 경찰청훈령 제279호〕2000. 11. 24 훈령 제337호
2002. 3. 29 훈령 제377호7. 살수차
가. 최루탄 발사대의 발사각도를 15도 이상 유지하여 발사되는지 확인후 사용할 것
나. 20미터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하여는 직접 살수포를 쏘지 말 것
다. 살수차는 항상 진압부대의 보호속에서 운용되어야 하며 후진시는 유도요원의 유도에 따라
운용할 것
그런데 이 사진이 15도 이상인가요? 저도 거의 20미터 뒤로 있었음에도 직사로 맞은 것만 네 번이 넘습니다.
전의경을 자극해서 폭력적이 되었다구요? 조까라고 하십셔. 지금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촛불문화제, 그리고 촛불행진과 집회에서 서울만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다른 곳들은 축제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만 이럴까요?
잠도 못자고... 운운하는 그 놈. 아고라에서 이미 실명이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잠은 사람과 동물이 자는 겁니다.
아마 이쯤되면 "쒸팔 나 동물이야"라고 하는 놈들도 나올 겁니다. 그 동물들에겐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군요. 늬들이 발로 차고 방패로 깐 사람들은 늬들이 전역한 이후에, 혹은 학교 졸업하고 나서 취직한다고 했을때 이력서를 가장 먼저 보게 될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라면 2008년에 서울에서 전의경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면 이유불문 서류에서 뺄 겁니다. 이게 저만 그럴거 같은가요? 지들이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 꼴을 갖추려고 한다면 '잠도 못자고 씨발'과 같은 소릴 하기 전에 한 놈이라도 탈영하고 양심선언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의 지금 상태는 이것이더군요.
대통령과 국회를 두고 헌법기관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최상위의 헌법기관은 국민입니다. 지금 그 헌법기관이 지금 길거리에서 방패에 맞으며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그게 동물이지 사람입니까? 그리고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회사가 동물을 고용할까요?
2MB와 서울경찰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저도 조금 있다 다시 나갈 것이고, 연행된다면 당당하게 연행될 겁니다. 설령 이 글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나갈 겁니다.
나이 마흔에 이런 참담한 나라에 그냥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