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인가... 총학생회 선거에서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는 <바리케이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흔 아홉번 패배할 지라도~ 단 한번 승리~ 단 한번 승리~"라고 나가는 이 노래. 그때나 지금이나 삐딱한 제 친구들은 이 노래를 두고 '복권 심리'라고 궁시렁 거렸었죠. 한 방에 끝낼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이미 87년도 한겨레 창간 당시에 대박쳤던 카피는 '한 방'으로 일이 끝날 수 없다는 걸 가장 잘 보여줬던게 아닌가 합니다.
그때 카피가...
"민주화는 단판 승부가 아닙니다"
였거든요. 양김 단일화 실패로 결국 노태우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고... 실망하던 사람들은 그 당시 조중동에 실렸던 그 광고 하나를 보고 가지고 있던 돈들을 탈탈 털어서 신문사를 하나 만들어냈죠.
학생운동판이라는게.. 고장난 레코드와 같아서 한 번 흠이 생기면 계속 같은 트랙만 돌다보니... 87년의 그 카피의 통찰력도 가지고 있지 못했던게 아닌가란 생각도 쬐끔은 합니다.
그리고 2008년... 6월 한 달이 피로 물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이 뭐가 달라진 것이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최강의 벽창호와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조급증이 점점 더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뭐 저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물대포를 쏴대고... 사람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초등학생이 연행되고,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연행되고... 어쩌면 5공으로 돌아간 것과 같은 상황... 그러다보니 화염병과 파이프에 대한 이야기들도 슬슬 나오더군요.
하지만... 옛날에 그 물건들 좀 다뤄봤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화염병 칵테일 레시피는 간단하지만 그걸 제대로 정확한 비율을 맞춰 섞는 것도 힘들거니와... 정량을 병에 담는 것도 쉽잖고(사실 저흰 그거 날씨와 상황변화에 따라 칵테일 비율을 바꿔가면서 썼습니다. 이물질도 꽤 많이 집어넣었구요)... 무엇보다 던져본 사람이 아닌 사람이 던지면 이쪽이 위험합니다.
미끄러져서 바로 발밑에 떨어지는 수도 있거든요. 뭐 옛날엔 날아가던 두 개의 병이 공중에서 충돌하는 바람에 시위대가 화상 입었던 경우도 꽤 많았다구요.
파이프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전경버스가 가장 큰 바리케이트인데 그걸 파이프로 뭐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면 기스 몇 개 내는 동안 물대포에 날아갑니다.
사실 지금 가장 큰 무기는 쪽수입니다. 전경들의 10배에 달하는 숫자라고 한다면... 조금만 상상력을 동원해도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그리고 정작 문제는 청와대에 있는 아저씨,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을 뽑도록 만들었던... 우리들 머릿속에 있는 불도저들이 문제인거구요.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혈투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분들의 이런 발랄하기 그지 없는 행동들이 눈에 안 들어와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세칭 386의 말번임에도 불구하고... 꼼짝없는 중년인 저에게 소울드레서의 '배운 뇨자'들의 이런 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예가 아닌가 합니다.
광화문에서 집으로 돌아가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달아오른 열은 이 동영상을 보면서 조금 내리시기 바랍니다.
하, 멋지네요.멋진 녀자들입니다. :)
답글삭제@까꽁 - 2008/06/27 08:45
답글삭제그렇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