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마감을 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마음은 광화문에 반쯤 가 있으니 일이 손에 잡힐 수가 없겠죠. 이런 판에 더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입만 벌리면 이미 광우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말들을 토해놓고 있는 '2MB와 아이들' 때문입니다.
입만 벌리면 사고인 이 집, 오늘은 "쿠테타 정권도 아닌데, 왜 청와대 오나", "공세적으로 진압할 것"등과 같이 열 잔뜩 올라가게 만드는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쿠테타 정권도 아닌데... 라...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거죠. 문제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면, 그리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는 것을 군화발로 밟는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쿠테타 세력'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겁니다.
아니... 질은 훨씬 더 나쁩니다.
이른바 386 말번인 저만 하더라도 노태우 시절, 4월19일부터 태반의 시간은 강의실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화염병과 파이프가 난무했었지만, 이른바 '자살택'이라고, 아예 길거리에 누워버리면 스크럼 짜고 누운 사람들을 하나 하나 끌어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방패로 찍고, 밟고 지나가는 덕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나요?
찢어진 입이라고, 시위가 폭력화되었다고도 지껄이더군요.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버리고 싶었습니다. 대규모 유혈 사태가 있었던 6월 1일, 6월 25일, 6월 28일에 도대체 파이프가 몇 개나 나왔었나요?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해 전경들이 다쳤다고 징징거리더군요. 그거 사진 찍기 위한 질낮은 술책이었다는 걸 모를거 같습니까?
아니... 무엇보다... 당신들은 그 쿠테타 세력보다도 훨씬 무능합니다.
경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정권을 잡았던 전두환은 60~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을 잡아 경제 성장 동력을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환율주권론'이라는 희안한 논리를 들먹이면서 십수년 전의 경제정책을 들이밀고 있죠.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은 경기부양, 즉 성장과 고용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원화평가절하라는 것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상 초유의 물가상승을 불러온 것이 누구의 책임입니까?
사람들은 쇠고기 협상이 굴욕적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대해 당신들은 '반미'라고 굴레를 뒤집어 씌우더군요. 기가 차서 말두 안 나옵디다. 당신들은 반미라고 포장을 하지만 역대 대한민국 정권들 중에서 친미 정권이 아닌 정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쿠테타로 집권해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국시를 반공'으로 내밀었던 박정희 정권도 '안보문제'에 있어선 미국과 상당한 수준의 마찰을 일으켰었습니다.
전임자가 핵개발하던 것을 백지화 하는 것으로 출발했던 전두환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아웅산에서 죽을뻔하자 미사일 개발을 지시하고, 그 결과물이 지난 정부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국산 순항미사일들 아닙니까? 탄도미사일은 여러가지 제약이 있어서 힘드니까 다른 방법을 찾았던 거 아니냐구요.
그런데... 한 재벌의 숙원 사업을 들어주기 위해 중요 군사시설인 성남공항의 이전을 검토하라고 이야기하는 넘의 정부가... 뭔 개념이 있긴 한거냐구요.
밥 벌어 먹기 바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기 시작한게 석달이 되려고 합니다.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도 지치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는 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직업 운동꾼'들에게 선동되어 그런게 아니라, 당신들의 행태가 괘씸해서 그런 겁니다.
무능한 당신들이 당신들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벌이는 치졸한 사기행각에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사과한다고 해놓고 입술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경진압을 외치는 당신들을 누가 믿어줄거라고 생각한단 말입니까?
'비즈니스 프랜들리'라고 말을 늘어놓는데... 도대체 '신뢰'를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은 누구였습니까?
이미 747공약이라는게 "칠(7)수 있는 사(4)기는 다 칠(7)테다"라는 말로 들어야 하는게 아닌가란 말이 나왔던 건 취임후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소통'이 부족하다고 해놓고 명박산성을 쌓았던 당신들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어느 스님은 747을 "7거지악, 4필귀정, 7월에 끝난다"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짱이시라는... --b)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말도 나왔더군요. 뉘미... 누가 누굴 용인한단 말이죠? 섬기겠다고 해놓고 '용인'을 한다구요?
경제가 위기라고 나팔은 참 시끄럽게 불더군요.
예. 위기 맞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적으로 만들고 있는 그 사람들은 IMF 당시에 '국난극복'을 위해 집에 있던 금붙이들을 팔았던 사람들이고, 회사를 살리겠다고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났던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죠. 지금 당신들이 풀어놓은 사병들이나 다름없는 전의경들에 의해 머리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피를 흘리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은 또 말하더군요. '초기의 촛불집회는 순수했으나...' 당신들 기억력이라고 하는게 3초 지나면 다 잊어먹는 붕어 아니면 닭인가 보더군요. 초창기에 촛불소녀들이 청계광장으로 나왔을때 '배후론'을 지껄이던게 당신들 아닙니까?
제발... 더 이상 사기칠 생각일랑 하지 말고, 더 이상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지 말고, 재협상 하십쇼.
그로 인해 어려워진다고 한다면 석달이 넘도록 당신들과 싸웠던 시민들이 당신들의 뒤를 지켜줄 겁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극복해왔던 것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현기증 나는 경제성장과 아울러 민주화를 이룬 국민들을 당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거야 말로 오산입니다.
오늘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미사가, 3일에는 개신교의 기도회가, 4일에는 대규모 법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은 다시 100만 촛불행진이 준비되어 있는 7월 5일입니다. 이 이후가 넘어가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우리들 화났다"는 의사표현의 수준이었던 "정권퇴진"이 실체적 목표가 될 것입니다.
시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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