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이명박 하야'만이 촛불의 승리일 수는 없습니다.

5월 2일 일단의 여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했을 때... 일이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실 홍준표 같은 사람이 국무총리였다고 한다면 아마 소녀들의 촛불집회가 1주일이 넘어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당장 대표들 불러다가 총리공관에서 끝장토론을 벌였을 것이고, 미국산 쇠고기를 가지고 뭐 여러가지 퍼포먼스도 벌였겠죠.

사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치문맹인 분이 대통령이고, 그를 보좌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정치인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던 겁니다. 도대체 뭘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내용의 사과문을 두 번이나 읽는 대통령, 시위대를 차분하게 하기 보다는 항상 기름을 부어주고 있는 경찰 수뇌부, 거기다 자기들이 1년전에 뭐라고 지면에서 떠들었는지는 깡그리 잊어버린 조중동이 일을 계속 키우고 있죠.

그런 까닭에...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선 청와대 수석과 뉴라이트를 전면에 앞세운 비서관 인사는 사실 지금의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불도저의 선전포고라고 봐야 하는거죠. 100만이 모인 것은 물론이고 이젠 만 단위는 기본으로 모이고 있음에도 귀를 막고 있는 것은 나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이 사태는 이명박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도 아닙니다. 자연 하천을 인공구조물로 바꿔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도록 만들었던 것 아닌가요? 사실 지난 총선의 승자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뉴타운' 아니었던가 말이죠.

거기다 촛불소녀들이 촛불을 들었던 과정을 놓고보자면 '이명박을 찍지 않은 소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0교시는 물론이고 야자에 심야학원까지 이어지는 공부의 압박 때문에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안밖임에도... 그것이 자신은 물론 부모의 삶까지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그랬는데 학교 급식에 나올 미국산 쇠고기 먹고 잠복기인 10년 뒤에 2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죽으면 어떻하냐는... 절박함 때문에 촛불을 들었던거죠.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이 아이들이 하루 6시간밖에 잠을 못자면서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95%는 88만원세대(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과 20대의 평균 임금을 비율로 곱하면 딱 88만원이 됩니다. 이것도 4대보험과 갑근세등을 공제하기 전의 금액이죠)로 편입될 확률은 거의 95%이며, 승승장구해서 올라간 5% 조차도 군대조직 이외의 조직형태를 경험하지 못한 한국기업의 조직문화 속에서 질식될 겁니다. 이건 본격호러 경제학의 시대를 열어버린 우석훈 선생의 <88만원세대><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참... 소박한 소시민들의 욕망이 우리의 아이들을 벌써 질식시키고 있었던거죠.

복학해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지윤 학생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릿한 글들을 쓰고 있는 대학생 동기들의 글은 물론이고... 촛불집회에 참석을 하지 않는 20대들에 대한 비난도 많습니다. 하지만 1000만원대의 등록금(미국을 제외한 OECD국가들 중에서 등록금이 이 수준인 나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을 내고 대학을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된 직장을 잡을 가능성이 워낙 낮은 지금의 상황이 이들을 냉소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니던가요?

거꾸로... 아이들에게 잠을 돌려주고, 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게... 그게 지금의 상황들을 바꿔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이라고 해야 하는게 아닌가 말입니다. 그리고 대학생들도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전공공부'를 피 터지게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거고 말입니다...

사실 귓구멍에 전봇대를 꼽은 이명박은 '경제'를 이성의 대상이 아니라 종교적 대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의 욕망이 체화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뒤 약 열흘 뒤에 수경스님과 함께 삼보일배라는 佛家의 수행방식을 저항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가르쳐주셨던 도법스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 대운하, 혹은 경부운하라고 불리는 대공사가 어떤 형태로도 무의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님의 강연은 그 자체가 죽비였습니다.

경부운하는 '살아 있는 강'을 '인공구조물'로 바꾸는 것이라는 지적을 그때 처음들었거든요. 우리들 안의 욕망이 이런 터무니없는 대공사로 나타난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은 딱 죽비만큼 아팠습니다. 그러나 강연이 끝난 뒤, 다른 분들과 담배를 같이 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더 암담해지더군요. 박정희 이후 30년간의 고속성장, 그리고 길게 봐야 21년 안쪽인 이 나라의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는 생명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욕망하는 것'만 배워왔던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사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강연의 결론도 이걸 사람들에게 몇 분 안에 설명할 방법이 강의를 들은 사람들에겐 없었으니 마음만 아플 뿐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 시대의 탁월한 20대들은 이미 적이 '이명박'이 아님을 지적했었습니다. 허지웅씨가 그랬고, 노정태씨가 그랬죠. 이번 달 초에 이 두 사람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하야'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정작 자신들의 가슴 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는 '이명박'을 그대로 냅두고 가고 싶기 때문에 조급해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지난 50여일 동안... 광화문은 '나눔의 광장'이었습니다. 물대포 맞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시민들이 이불과 옷가지를 가져다주던 광장이었고, DC 폐인들과 82cook의 아줌마들, miclub의 선영이들이 직접 사서 나눠주던 김밥과 생수의 광장이었습니다. 무한경쟁이 아닌 '공존'을 '연대'가 이루어지던 광장입니다. 그 광장이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가와 같이 '우리들의 성장'이 중요하지... 저들의 처단은 큰 의미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산전수전 겪은 정치꾼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습니다. 주성영과 같은 주사꾼들의 기름붓기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자율화를 실제로 가동시켜버린 공정택과 같은 사람이 교육감으로 아이들을 공부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것을 막는 것처럼... 어쩌면 사소할 수있는 문제들에 대한 더 많은 상상력과 실천 가능한 디테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고민의 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책 좀 많이 읽고 말입니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이명박의 진면목 - 영성심리학적 관점에서.
    영성 심리학으로 바라 본 이명박



    요즘 한창 관심을 끌고 있는 이명박님을 영성 심리적 관점으로 정리를 해봅니다.

    이 글은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이해를 도와서 그의 진면목을 알아채고,

    특히 이명박을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참고; 영혼수업(www.lightworker.kr) / 작성; 신업공동체(www.syn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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