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본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엄한 등기부등본 이전을 다시 시도함으로써 안그래도 열대야 때문에 잠 못자는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화끈하게 올려줬습니다. 안 그래도 2MB각하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판국에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까지 더해지니 나라꼴이 참 웃기기 그지 없습니다.
자국민이 남의 땅에 가서 엄하게 총맞아 죽은 사건이 벌어져도 이도저도 못하더니, 엄한 등기부등본 이전시도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는거죠. 뭐 이들의 무능이야... 더 말해 키보드 두드리는 손꾸락만 아픈 실정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포인트에서 좀 정리해봐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몇 년전에 북한이 '핵'이라는 위험천만한 물질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상황에서 책을 하나 쓰겠다고 겁없이 덤벼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공부는 참 징그럽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리학부터, 무기체계, 국제정치에 이르기까지... 백권 단위의 책을 소화했었었죠. 뭐 원고가 워낙 꾸리하다는 판정을 받고 책은 없던 것이 되긴 했습니다만... ^^;;
암튼... 그때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우파들의 지향점들을 정리하면서... 솔직히 우리나라 우파가 우파 맞냐 싶더군요. 뭐 좌파라고 별 볼일 있겠습니까만...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목표들을 가지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의 우파들을 보면서 쫌 많이 부러웠습니다.
다른 나라들이야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보고...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일본만 좀 보도록 하죠.
상당히 많은 분들은 일본이 이번에 독도 영유권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을 '독도'라는 제한된 사안으로만 바라보시더군요. 음... 김재명 분쟁전문 기자가 쓴 프레시안의 이 기사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어떤 정치집단도 사실은 완벽하게 통일된 입장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원래 정치의 문제는 바로 '영향력의 문제'라는 것을 놓고보자면 제한된 시야만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건... 해법을 찾는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애국자들은 발끈하겠지만... 사실...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독도가 가지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죠. 남쪽과 북쪽은 당장 에너지 개발이 가능한 자원들이 있지만, 독도 연근해의 경우엔 갈길이 먼 자원밖엔 없으니까요.
그럼 뭘까요? 주목해야 할 사람은 2MB각하와 비슷한 수준의 지지율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아니라...바로 이 논네라고 봅니다.
이승엽 때문에 일본 야구를 자주 보시는 분들은 아마 얼굴을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단주이기도 한 와타나베 츠네오(渡邊恒雄)...요미우리 회장입니다.
이 양반, 2006년 초반에 당시 수상이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은 물론 당시 유력한 차기 정치인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에게도 상당히 날선 비난을 합니다. 이유... '이들이 워낙 천박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이들이 강행했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물론 신사 참배를 강행했던 이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아사히 신문>과 함께 야스쿠니를 대체하는 국가추모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꽤 멋진 양반 같죠? 흐흐... 근데 이 아저씨, 일본 보수파의 수장이라는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답니다. 깨는건... <요미우리 신문>은 <아사히 신문>과 함께 그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선 지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 영감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가 입각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한일국교정상화에서 밀사로 활약했었습니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우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었던 사람이 자국의 우파 정치인들을 왜 비판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일본 우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군국주의 국가'라는 단일한 목표가 아닙니다. 이들의 일치된 목표는 '미국의 강압에 의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평화헌법'의 개정입니다. 이른바 '보통국가'로 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거죠. 군사강국은 그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들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다만... 이 동네도 맛이 좀 간 영감태기들과 젊은 것들이 '욱일승천기' 휘두르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이른바 전후 정치인들인 고이즈미나 아베 등이 이에 편승하는 건데... 와타나베와 같은 '노회한 정객'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들이 '극우파'적 속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이... 우익의 일본 장악에 심각한 장애가 될거라고 보는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이 영감이 두 철부지를 꾸짖을 즈음에 나온 당시 일본 경단련 회장의 주장입니다.
그 당시에... 일본 경단련 회장은 '일본의 군수산업을 부활시켜야 일본이 산다'는 주장을 했었었죠. 헌법개정을 통한 합법적 재무장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지만... 인기에 영합하는 전후 정치인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이게... 국내외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었던 겁니다.
독도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가 가질 수 있는 옵션이 극히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98년에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쓰고 '대륙간 탄도탄 실험'이라고 읽습니다)을 쏴붙였을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개념적 차원에서 미국이 이야기하고 있었던 WMD에 일본이 참여하면서... 요게 실체를 가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죠.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가지고 군사적 옵션을 우리가 선택하는 순간에 일본의 평화헌법이 날아가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헌법 때문에 공격무기(함대지, 공대지, 지대지 미사일등)을 가질 수 없는 일본의 입장에서... 우리가 지대지, 혹은 함대지 미사일 실험이라도 한다면, 혹은 민주노동당의 일부 상태 안 좋은 분들이 주장하듯 해병대를 독도에 파병한다면... 정말 일본 극우들이 바라는 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는거죠.
그렇다고 미국 다음 다음 정도의 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 해자대를 상대로 무력시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있는 몇 안되는 유효한 옵션은 바로 일본에 대한 외교적 압박, 정확하겐 고립입니다.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공동전선 구축, '일본인 납치문제'하나로 꽤나 오래 울궈먹고 있는 일본을 6자 회담에서 사실상 고립시키는 것 등과 같은... 것들이죠.
근데... 2MB각하께서는 이런 가능성 자체를 버얼써 날려먹으셨죠. 중국가서는 '친미면 다냐?'라는 소릴 국빈방문 당시에 들어야 했고, 실어올 방법도 없는 자원외교를 한다고 중앙아시아에 먼저 날아갔던 덕택에 러시아와는 방문일정도 논의하지 못하는 상태잖아요.
그러니 금강산 총격사건에서 북한과의 핫라인이 없어진 것도 이전 정권탓이라고 헛소릴 늘어놓고 있는 현 집권세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길은... 거의 없는 셈이죠.
참... 어쩌다가 저런 것들이 정권을 잡았나... 갑갑증만 몰려오는 저녁입니다. 날두 덥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