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일 일요일

스케빈저

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99년, 2000년 사이의 벤처붐을 타고 가내수공업으로 작업하던 공장이 갑자기 중소기업 수준으로 확장이 되었었죠. 직원들이 거의 6배 가량 늘어놓으니 컴터도 대량으로 발주를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개발자는 없고 대부분이 글쟁이들이었으니만큼 컴터의 성능이라는게 쬐끔 많이 안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컴터가 아주 싫어하는 환경들 중에 하나인 '먼지 많은 창고'가 회사였으니만큼 컴터가 시시때때로 못살겠다고 불법파업을 자행하는 바람에... 부품 교체할 일들이 많았었죠.

그리고 갑자기 부풀어진 벤처들이 다 그랬듯... 인사관리는 물론이고 회사의 장기 전략 자체가 좀 모호하거나 오락가락했던 부분이 많아 인사이동...이라기 보다는 퇴사하는 친구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사태들을 맞았었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컴터는 먼지로 인해 불법파업을 일삼고 있던 상태는... 뭐 별루 개선되지 않았죠. 이런저런 불만으로 부품구입신청서를 들고 몰려오는 직원들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으로 몰려오는 것이 연상된다고 할 정도였으니... ^^;;;

그러니... 만만한게 퇴사자들의 컴터를 뜯는 것이었죠. 일단 가장 먼저 RAM이 뜯겨져 나갔고, 그 담엔 하드디스크와 CD-Writer를 뜯어냈거든요. 거기다 먼지 때문에 심심찮게 Lan Card가 심심찮게 또 골로가주는 바람에... 이거까지 뜯어내고 나면... 남아 있는건 CPU랑 보드 밖엔 없어졌죠. 문젠 관리대장에 기록들을 안하고 가져가 버려놓으니까... 누구 컴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더라구요.

자칭 타칭 관리팀장이었던 친구는 '스케빈저들'이라는 글을 공장 내부 게시판에 올려놨었습니다만... 자수하는 자들은 항상 익명이었죠. ㅋㅋ

버벅거리는 컴터와 버벅거리는 2MB의 대한민국을 보니...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 글적거리게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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