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3일 월요일

<주노>로 보는 한국사회의 이중적 성의식

생선 다섯 마리로 예배에 참석한 모든 신자들을 먹일 수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예수님두 아닌 넘이 며칠 밤만에 뽀다구 나는 걸 만들어야 하는 미숑 임파시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가리를 쥐어 뜯다가 담배 한 대 물고 잠깐의 휴식을 위해 뉴스를 클릭했는데요... 뇌의 압력게이지가 또 한 단계 위로 올라가버리더군요.

어떤 현실이든 그 현실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들은 다양한 층위들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 많은 단계들을 거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지난 숭례문 방화사건의 경우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한 사람의 빗나간 욕망 때문에 발생된 것이지만, '토지수용' 자체가 사회적 부의 축적수단으로... 거의 신분 자체를 바꿔줄 수도 있는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그 '빗나간 욕망'만 비난한다고 일이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거든요.

이런 류의 사람들을 몇 년째 취재해 방영하고 있는 PD인 친구녀석은 이 사건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개인이 생기는 것도 사회적 문제라는 얘기죠. 그 개인의 문제를 치료하고 해결하는 것도 사회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한 개인의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그렇다고 그 문제를 덮어 둘 수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책임질 사람이 없다."가 되기 십상이거든요.'

비슷한 사례를 들라고 한다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씨가 건보재정이 낭비되는 사례로 같은 약을 수백번 반복해서 처방받은 어느 정신질환자의 사례를 들었었는데... 사실 제대로 된 해법은 "그 사람에게 제대로된 정신과 치료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 사례를 '낭비의 사례'로 들어선 안되는 것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미성년자들의 성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도 역시 마찬가지로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되고, 해법들도 다양한 형태가 될 수 밖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미성년자 임신의 사례들은 결손가정, 혹은 부모들의 경제적 기반이 워낙 취약해 아이들을 보살필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었을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는게... 자신들이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지래 결론들을 내리고 아이들을 다른 나라로 '추방'하죠. 이렇게 망가지는 아이들, 97년에 유학이랍시고 캐나다에 가서 꽤나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라고 보냈지만 식당에서 음식 주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준의 영어실력이라 TOEFL도 안보고 그냥 저냥 College라고 이름 붙은 학원만 다니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동거는 다반사지만 어케 저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정상적인 삶으로 편입들을 합니다.

특히 이게 나쁘게 작동되는 것은 '성적으로 조숙한 아이들'을 일반 교육현장에서 분리시키는 것으로 일차적인 처벌이 가해진다는거죠. 학교에서 짤린 아이들이, 그것도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이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돈을 벌러 나가는 것 밖엔 없으며... 이는 미성년자들이 성매매의 현장으로 유입되는 1순위를 차지합니다. 대체로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유입되는 곳이 바로 '티켓다방'이죠.

이 다음부터의 연결되는 고리들도 사례에 따라 또 다양해지긴 합니다만... 어느 곳이든 성매매로부터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이 학력사회에서 중학교 중퇴, 혹은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가진 아이들이 가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답니까?

더 갑갑한 것은 각 단계별로, 층위별로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사람들은 이걸 현상학적으로만 따져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형태로 밖엔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죠.

성매매는 유입부터 다양한 경로들을 가지고 매매현장 자체가 다양한 형태로 나눠지기 때문에 하나의 수단으로 이걸 해결하겠다고 덤비는 거 자체도 당랑거철이 될 수 밖엔 없죠. 2004년의 성매매특별법이 그겁니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가장 하층의 범위에서 벌어지는 성매매현장만 건드렸다는 것이었고... 법을 만든 사람들은 이 법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었죠. 민주노동당 정책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긴 고함들 속에서 묻혀버렸고, 이런 문제인식으로 해법을 찾던 이들은 "코리아 연방제"면 만사 형통이라고 믿는 아저씨에 의해 몽땅 다 쫓겨났었습니다.

가장 하위 범위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초적인 것들입니다. '매수자로부터 안 맞는 것', '포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뜯기지 않는 것'과 같은 것들이거든요. 성적 욕망을 몇 만원의 돈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겠다고 하는 이들의 경제적 사정이 어떨 것이며,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는 추정 가능하지 않나요?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풀어버리겠다고 덤벼드니... 이들이 어떤 형태의 폭력에 노출 될 것인지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고리가 '유사가족의 형태'를 취하는 포주들과 어깨들이라는 사실은 지독하게 저학력인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데 나서지 못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해가 안된다구요? 지금의 20대에겐 "88만원 세대"라는 달갑잖은 딱지가 붙어 있죠. 이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들이 단결하고 자신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대표자들을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파견하는 형태로 움직여야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은 "88만원 세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88만원 세대"를 양산하는 시스템에 협력하고 있잖아요? 어렵다구요? 1억달러짜리 내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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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노>는 10대의 임신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이 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만든 겁니다. West Wing으로 낯익은 Allison Janney가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우리 네티즌의 반응은 아주 간단하더군요.

10대의 섹스라니! 꺼져!

현재의 문제들을 두고, 이것이 앞으로 어떤 일로 이어질 것인지를 예측하고 사회 자체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적 방법들을 고민하는 나라와... '꺼져!'라는 션한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나라...와의 차이가 무엇일지... 한번쯤은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그렇게들 오매불망 갈망하는 '선진국'이 아닐까요?

이해를 위해 첨언하자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대전의 '층상방어'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탄도탄에 대한 방어를 위해 다양한 층위에서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처럼... 한 가지 문제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세심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고민해야... 겨우 해결될까 말까 하는게 현대 사회잖아요. 그런데... 그냥 성층권에서 떨어지는 핵폭탄을 요격하기 위해 핵폭탄으로 대응하겠다던 70년대 핵전쟁 교리와 지금 '꺼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무엇이 다른 걸까요?

층상방어와 같은 개념을 구현하는 것도 쉽잖고, 그런 개념을 구현한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막을 수가 없는건데 말이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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