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4일 월요일

크리미널 마인드 1x14, 사형제도에 대한 잡담

작년에 어느 미드 동호회에 올렸던 글인데... 사형제도를 다시 살린다는 이야기에 여기다가도 올려놓습니다.
 
 
뒤늦게 C.M.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뭐 다른 이유는 없고, <Gilmore Girls>의 에밀리 길모어 여사의 한 말씀이 계속 생각나서요.
 
"요즘 TV틀면 법의학물 밖엔 없어!" 이 말씀이 말입니다. ^^;;
 
SF물도 볼게 많았던데다가(Stargete SG1은 시즌 10까지 갔었잖아요), 최근엔 <West Wing>을 복습하면서 정책과 관련된 영어들 줏는 재미에 좀 빠져 있었거든요. 뭐 <Bones>에서도 계속 나오는 말이긴 합니다만,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약간의 불신도 좀 있었던 편이어서 프로파일링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신뢰가 CSI가 제공하는 과학적 확실함과 거리가 있었던 것도 한 부분을 차지하구요.
 
암튼, 보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감상문을 올려놓은 것처럼 시즌1은 에피소드 14가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뭐 그 감동의 정체가 모정이라는 것의 무게라고만 정리하면 스포일러 뿌렸다는 소린 안 들어도 되는 걸로 알겠습니다. ^^;;
 
사실 14편을 보고 나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 모정의 위대함보다는 사형제도입니다.
 
사형, 이거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낙태와 함께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라는 것을 구분하는 꽤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미국의 경우에 사형 찬성, 낙태 반대에 기독교도라면 거의 공화당의 오른쪽 끝에 가 있는 사람들이고 사형 반대, 낙태 찬성이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 민주당원들이죠. 당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당론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중도로 분류되기도 하구요.
 
이 포인트에서 제 입장을 밝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전 기본적으로 사형 반대, 낙태 반대입니다. 하지만 낙태에선 의학적, 윤리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적 규범으로의 낙태 반대가 아니라 여성 본인의 의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임신해선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제가 사형을 반대하는 이유는 엄중한 처벌을 반대하거나 모두가 교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이 워낙 불완전한 존재기 때문에 언제든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가능성의 문제만은 아닌게...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 정부로 넘어오는 동안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조사했던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사형수중에서 대졸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이가 아무도 없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인 격차는 말할 수도 없구요. 대졸자가 살인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판결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걸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두 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이게 악용될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신시절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죠. 정치적 반대자를 사형시키는 건 아프리카 오지에서 군벌들끼리의 전쟁에 소년병들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의 야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에겐 아직도 낯설지만 원래 정치라는 것의 용도엔 사회의 통합과 비전 제시라는 것이 포함되는 것이니까요. 그 용도와 한참 벗어난 형태로 악용될 수 있다면 막아아죠.
 
마지막으론 정말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놈에게 생을 앗아가는 것은 그 자체가 자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밀양>에서 처럼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으로부터 용서받겠다고 나서는 놈들에게 사형은 마지막 안식을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West Wing> 시즌3의 0번째 에피소드인 <이삭과 이스마할>에서 자쉬 라이먼이 이런 말을 하죠. 테러를 벌이다 잡힌 놈들에겐 그들의 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매일 보여줘야 한다고...
 
고통은 몸보다는 정신이 느끼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전 자쉬의 말에 동감을 했었죠.
 
하지만 문제는 중범을 저지른 죄수들을 사형시키지 않고 죽을때까지 감옥밥 먹인다고 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이 로켓처럼 올라가버린다는 겁니다. 특히 사형수들의 경우엔 그 죄질이 극악한 경우가 많이 때문에 극악한 놈들을 같이 가둬두기 위해선 복잡하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중죄를 저지른 놈들끼리 싸우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을 겁니다.
 
범죄 자체의 발생빈도로 놓고보더라도 중범죄 발생빈도는 현저하게 낮은데 얘네들 때문에 아까운 국민 세금을 그냥 태워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논란거리죠...
 
ps1. 어느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의를 끌고 싶으면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 No.1 G 장조 BWV 1007. 이걸 야노스 스타커의 연주로 틀어놓고 글라스 가득 소주 부어놓고 있으라고. 뭐 우리에겐 L전자 D냉장고 광고로 더 유명한 곡입니다만...
 
ps2. 사실 사형과 관련된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은 추상적 의견로 분류되어야 할 내용들이죠. 교도관들의 자기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기초적 인권을 보장하니 교도관들이 죽어나가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은 아무래도 이런 추상적 이야기보단 디테일한 대안이 필요하니까요

ps3. 유영철과 이번에 두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범은 전형적인 싸이코페쓰죠. 반사회적 행동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 사람들은 대체로 10만명당 1명 정도로 태어난다는 사회적 돌연변이들입니다. 이들의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니 이들을 처음부터 격리시키는 방안들에 대해 가끔 이야기들도 나옵니다만... 이들이 또 다른 인물들과 겹친다는 것 때문에 시도되지 않고 있죠. 인류사에서 길이 남을 업적을 가졌던 정치인들과 성공한 비즈니스맨에도 이런 반사회적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건 히틀러가 아니라 윈스턴 처칠이며, IT바닥에서 날고 긴다는 세계적 기업의 총수들의 심리상태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인간이라는게 얼마만큼 복잡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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