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초난감 기업의 조건을 읽다가 가슴을 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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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한 이유가 전장에서 펼친 전략과 무관하며 세 인물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지칭하는 세 인물은 버티어 장군과 란 장군, 다부 장군이다. 나폴레옹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버티어 장군은 나폴레옹의 뜻을 해석해서 복잡한 명령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하달하는 천재였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첫 번째로 망명한 후 그는 변절했으며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 버티어 장군의 후임이었던 수 장군은 전장에서 버티어 장군만큼 명쾌한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프랑스 군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란 장군은 나폴레옹이 틀렸다고 판단했을 때 코르시카인들과 대화를 기꺼이 재개할 정도로 명석했으나 워털루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아스펀 에셀링 전투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에 맞먹는 지략가인 다부 장군은 그뤼시 장군이 패전했던 와브르에서 프로이센군을 박살내면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였으나 워털루 전투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나폴레옹과 나폴레옹이 벌이는 끝없는 전투에 지쳤다는 이유에서였다. 황제를 지지하러 나온 장군들은 대부분 용감하고 유능했지만 관리계층에서 황제 직속은 아니었다.

잘 돌아가는 회사는 나폴레옹의 전성기와 흡사하며(현 CEO, 미래 CEO, 미래 경영진 모두에게 이 비유가 일으키는 전율을 음미할 시간을 잠시 주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다) 균형잡히고 우수한 관리팀이 존재한다. 성공한 첨단 기술 기업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이 적어도 한동안은 "쌍두마차" 시스템을 따른다. 본질적으로 두 사람이 CEO역할을 공유하면서 한 사람은 기술적 측면에, 다른 사람은 비즈니스 측면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유명한 예로는 게이츠/발머, 워노크/게스케(어도비 창립자), 잡스/워즈니악, 쿡/프라울스(인튜이트사 창립자)가 있다.

CEO가 책임을 분리하든 안 하든, 회사는 정신 상태가 다양한 관리층을 구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바 구현이나 부기 능력과 같은 구체적인 기술이 다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팔려고 나섰다면 기본적인 역량은 갖추었다고 가정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팀이 가지는 정신 상태, 그러니까 각자가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발휘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많은 기업에서 창립자와 CEO는 자신과 꼭 닮은 경영진을 만든다. 각 구성원을 둘러보면 창립자와 CEO를 약간 왜곡한 얼굴들이 찬성과 지지가 담긴 미소를 되돌려 보낸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사 경영진은 거의 종교 집단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은 자기 도취적인 태도로 나머지 회사 조직과 시장으로부터 점차 단절되기 십상이다.

또 다른 극적인 예제는 경영진이 로마 전성기 콜로세움과 유사하다는 관리이론이다. 주기적으로 경영진은 회사 창립자나 CEO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흔히 이러한 관행을 합리화하는 명분은 다윈의 진화설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좀더 강인하고 우수한 임원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결국 경쟁사보다 동료 죽이기에 더 능숙한 관리자가 살아 남을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못한 듯하다.

내가 몸담았거나 관찰한 관리 시스템 중 최고는 어느 극단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다양한 그룹을 효과적인 그룹으로 아우르는 시스템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최고 팀에는 다음 구성원이 항상 존재했다.

  • CEO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목표를 나머지 조직과 아래 관리층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버티어 장군'

 

  • 비즈니스 자질과 능력에서 CEO와 맞먹는 사람, 지도자가 전투력을 잃는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언제든지 기꺼이 자기 역할로 물러나서 지시를 받을 수 있는 사람. '다부 장군'.

 

  • 권한이 주어졌을 때 상부의 가정과 믿음에 두려움 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란 장군'

 

  • (회사 재무를 포함하여) 회사의 병참학적 필요성과 능력을 확실히 파악하는 사람. '웰링턴'(나폴레옹과 그의 참모진이 병참학의 중요성을 납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패배한 기록으로 잘 드러난다).

<초난감 기업의 조건>, 릭 채프먼 지음, 박재호 이해영 옮김, 에이콘. pp467-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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